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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나 Sep 27. 2021

지금 방황하고 있다면 나를 알아가는 기록을 해보세요

이십 대 때 하는 일마다 실패했던 N 잡러의 다이어리



'너는 좀 철이 없는 것 같아.' 


사범대를 나온 나는 대학교 3학년이 되자 나와 함께 놀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공부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친구들이 공부하러 도서관에 갈 때, 교사가 꿈이 아니었던 나는 임용 시험이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실체가 없는 나의 꿈을 찾아보겠다며 방황을 하는 중이었다. 모두가 교사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방황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한 선배는 '너는 좀 철이 없는 것 같아.'라는 말을  적이 있다. 고시라 불릴 정도로 몇 년간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교사가 될 수 있을지 모르는데 너는 왜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방황하냐는 말이었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KeiUIl9Lzo4

그 선배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이미 나는 다른 길을 찾고자 방황하던 선배들이 다시 시험 준비를 시작하는 걸 보면서 사범대학을 나와 할 수 있는 건 교사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미 사범대학에 들어오자마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정해진 길이 있었고 나도 대다수가 가고 있는 길을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는 헛된 꿈을 버리고 마치 그들의 꿈이 내 꿈이었던 것처럼 시험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네 번의 불합격 그리고 임용 포기


나의 수험 생활은 순탄치 않았는데 교사가 되겠다는 동기없었기 때문이다. 임용 준비기간이 늘어날수록 과연 내가 원했던 삶일까 의문이 들었고, 계속해서 실패와 불합격을 맛보았다. 결국 네 번의 불합격을 끝으로 나는 건강만 잃은 채 임용 포기를 선언해야 했다. 임용 생활에서는 모두 같은 출발선 상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완주하여 교사가 되었고 나는 그 출발선을 뛰는 도중 경기를 포기하고 뛰쳐나왔다.


교사가 아닌 프리랜서의 출발선에 선 순간 나는 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휘청거렸다. 단지 나로 살고 싶었을 뿐인데 수없이 많은 실패와 부당한 일들을 겪게 되었다. 계속된 실패와 부당함을 받아도 내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나는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가족과 친구들은 임용을 다시 공부하는 게 어떨지, 교사가 되면 좋은 점 끊임없이 내게 말해주었다. 실패는 여전히 반복되었고, 나를 향한 조언 끊이질 않았 때문에 나 역시도 들렸다.


그런데 일종의 오기였을까? 프리랜서라는 출발선에서 실패를 하고 다시 교사라는 출발선으로 돌아가기 싫었다. 일의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안정성과 자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자유가 우선었던 나는 교사가 되어도 행복하지 않을 거란 걸 직감으로 알고 있었다. 수많은 실패에도 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일에서 자리를 잡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십 대는 자존감이 무너졌던 순간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LcS81I9uoJI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나의 일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이십 대를 보냈다. 이십 대의 나는 자존감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자존감이 낮아진 원인 중엔 나는 나를 전혀 모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내가 되어야 하는데 내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기준은 늘 주변 사람들이었고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을 내가 원하는 모습이라고 착각하였다.


나를 알아가는 기록을 하면서 알게 된 것


길고 긴 암울한 이십 대의 시기에 흔들릴 때마다 나를 붙잡아주었던 건 내가 그동안 해온 기록들이었다. 약 9년 간의 기록한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출처: 9년 간 나의 기록이 담긴 다이어리

1.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나는 나와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주로 나를 알아가기 위해 했던 기록내가 갖고 있는 것(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등)들에 대해 기록을 해보거나 내가 경험해왔던 것들을 적어왔다. 나를 알아가는 기록은 내가 이런 사람이고 나는 이런 걸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게 해 주었다. 또 내가 경험한 것들을 적으면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방향성 보이기 시작했다.


2. 나의 업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나는 성취보다 무수히 많은 실패를 해왔는데 하루하루는 빠르게 흘러가는데  어떠한 성취감도 느끼지 못했다. 삶은 나를 알아주지 않지만 나는 나를 알아주고 싶은 마음에 하루를 써 내려가고 일주일을 돌아보고 그리고 한 달을 기록해나갔다. 나의 계획과 내가 한 일들을 돌아보면서 멈춰있는 시간처럼 보였던 나의 하루가 앞으로 점점 나아가고 있다는 위로와 성취감을 가져다주었다.  


출처: 나를 알아가기 위한 기록1


3. 마음을 지키는 일 또한 기록 해왔다. 힘들고 우울할 때 나는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들은 희미해지고 힘들고 우울한 날들만 기억에 남다. 내가 기록해왔던 것들을 돌아 보며 감사하고 다행인 일들을 적 일기장을 보기도 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들 찾아본다. 또 마음을 지키기 위해 책에서 배웠던 감정 그래프를 그려보기도 하고, 나의 긍정성을 향상해주는 습관 체크해보면서 나를 돌보았다.


4. 이십 대의 잘한 점이 있다면 책을 열심히 읽은 것이다. 책을 꾸준히 읽어왔고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책을 읽으면 삶이 바뀐다는 말을 믿어왔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인생의 변화가 없었다. 쓸모 있는 책 읽기를 하려다 보니 독서 노트를 작성하게 되었다. 책 내용을 기록하는 순간 많은 것들이 보인다. 내가 어떤 책을 필요로 하고 관심 있어 왔는지를 알 수 있고, 와닿는 문장을 기록하면서 현재 마음이 가고 있는 생각들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독서 기록을 하며 책을 여러 번 재독 하고 실천력이 높아지삶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오게 된다.


출처: 나를 알아가기 위한 기록2


당신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그 시간에 네 본질을 쌓아놓으라고 하죠.
내가 하는 행동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 것이냐 아니냐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인생 책인 여덟 단어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본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 수 있는지 살펴보라고 한다. 막막했던 이십 대를 기록해 온 이유도 이렇게 쌓인 기록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삼십 대가 된 지금, 나를 알아가는 기록 나의 본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삶은 갑작스럽게 변화하지 않는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NXiIVnzBwZ8

약 9년간의 기록과 함께 이십 대를 돌이켜보면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기준이 되었던 과거의 나와 달리 지금은 나 자신이 기준이 되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남들보다 자리를 잡기까지 오래 걸렸고 실패자라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지금 당장 기록을 한다고 해서 삶이 갑작스럽게 변하진 않을 것이다. 흔들릴 때도 많고 나의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이 들것이다. 하지만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더 많은 것들을 기록해오며 나를 알아갈 수 있고 이런 기록들이 쌓이면서 삶도 변화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나를 알아가는 기록을 추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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