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조금 다르게 살면 안 되는 거야?
"공부 잘해서 부모님한테 효도해야지"
이 말은 자라오면서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왔던 말이고,
"좋은 회사 들어가려면 신입생 때부터 학점관리를 잘해야 해"
신입생이 될 때 교수님들과 선배들한테 들었던 이야기였다.
얼마 전 블로그에서 찾은 나의 30대의 꿈은 '멋진 커리어우먼'이었고 좋은 회사를 들어가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했다. 네이버의 '공준모' 혹은 '스펙업' 카페를 전전하며 취업에 도움될 만한 대외활동을 골라했다. 면접에 도움될만한 학회를 가입했다. 토익점수를 높일 수 있는 스터디에 가입했고, 회사생활에 도움이 될까 하여 Microsoft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는 MOS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방학 동안 수업을 들었고, 틈틈이 기업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도전했다. 이것이 내가 '직장인'이 되기 위한 대학생활 일련의 과정이다.
앞을 보고 뒤를 돌아봐도 나랑 비슷한 하루를 보낸 친구들 뿐이었고 어느 누구 하나 다른 꿈을 꾸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학점을 포기한 친구들을 보면 한심하게 생각했고, 학교를 자퇴하고 호주로 워홀을 떠나는 친구들을 유별난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었다. 우리는 비슷한 교육과정 그리고 똑같은 꿈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다. 그 누구도 다른 꿈을 꾸어도 괜찮다고 설명해주지 않았다.
나 워킹홀리데이 가고 싶어
내 나이 서른이었고 나는 여전히 직장인이었다.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쳇바퀴처럼 살아가는 삶 가운데 직장인이 아닌 '다른 일탈'을 꿈꾸고 싶었다. 다른 생활 반경에서 살아보고 싶었고, 외국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나 워킹홀리데이 가고 싶어"
"그럼 결혼은 어떡하려고?"
(그렇다. 서른의 여자라면, 직장인 그다음 인생의 단계는... '결혼'이었다.)
"애들아 나 워킹홀리데이 가고 싶어"
"그러면 회사는 어떡하고?"
(그렇다. 서른의 어른이라면 대리 정도는 달아줬어야 했고, 커리어를 걱정해야 할 나이었다.)
"아 다 모르겠고, 그냥 나 워킹홀리데이 갈래. 미래는 나중에 걱정하고 싶어"
워킹홀리데이 틀린게 아니라 다른 거야.
결혼과 회사라는 정해진 정답의 미래를 꿈꾸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었고,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해보고 싶었다. 기나긴 인생이라는 세월 가운데 워킹홀리데이 1년은 지극히 적은 퍼센트의 시간이고,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도 내 인생이 절망의 순간으로 내던져지거나 지옥의 굴레로 빠질 것 같지 않았다.
결론적으로는 나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스스로도 충분히 문제 해결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얻었고,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식물과 동물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시간보다 나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고, 나라는 사람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인지 깨우치게 해주는 시간들이었다.
서른의 언저리에서 나와 같이 '다른 선택'에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미래를 위한 충분한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나이, 그리고 가정을 꾸렸을 때 충분한 돈을 보유해야만 하는 시기. 그게 바로 서른이라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더욱이 주저할 수밖에 없다. 나에게도 서른이란 나이는 무엇을 선택할 수도 선택 안 할 수도 없는 나이었다. 그런데 그러다간 더 나이 들고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의 행복을 내가 한순간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다른 선택'을 해보는 것을 권해본다.
그것이 여행이 될 수도, 워킹홀리데이가 될 수 도 있다.
그 선택은 다른 것이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설명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