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리코더 실기시험에서 배운 '실전에서 쫄지 않는 마음가짐'
뭐든지, 누구든지 첫 시작과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 어렸을 때는 기회가 왔음에도 처음 해보는 도전, 경험에 막연한 두려움에 먼저 포기했던 기억들이 있다. 30대가 되어서 '내가 그때 그것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해보곤 한다. 이제는 두려워서, 실패할까 봐 먼저 선수치고 도망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느끼는 두려움 때문에 먼저 포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몸소 겪은 경험에 의해 모든지 다양하고 다른 경험을 해봐야 후회가 덜 남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험은 나를 성장케 해준다.
최근 새로운 시작을 목전에 두고 있다. 물론 두렵고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시작했다가 괜히 실패자로 낙오가 찍힐까 심히 두렵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중학교 시절, 리코더 음악 실기시험 때가 생각났다. 우리 중학교는 음악실이 따로 있던 학교였는데, 교회 의자처럼 일자형으로 된 의자에 앉아서 리코더 실기시험을 기다리던 중학생이던 내가 생각났다.
리코더로 자유곡을 연주하던 시험이었는데, 떨려서 그저 내 순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의 자유곡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내 순서만을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리코더 시험은 한참 남았는데, 리코더의 구멍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는 덜덜 떨려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순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갑자기 다른 친구의 음악이 들리면서 '저 친구도 지금 무지 떨리겠지?'라는 생각과 리코더 시험을 보던 친구를 바라보며 시험을 보지 않았는데, '내 순서에 실수를 하지 않을까, 틀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내 모습에 갑자기 웃음이 났다. 난 아직 시험을 보지 않았는데, 왜 미리 걱정을 사서 하는 것일까.
중학생이던 그때에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한테 관심이 없고, 그 시험의 순간에는 오로지 그냥 내 본분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결국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렸고, 난 내가 컨트롤이 가능한 인간이니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내 리코더 시험 차례가 왔고, 나는 무던하게 실기시험에 임했고 실수 없이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조금 긴장은 됐지만 이내 평온해졌다.
인생은 리코더 시험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시도조차 하지 않은 취준생의 삶,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자영업자의 마음. 모두 리코더 시험을 목전에 앞둔 중학생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라고. 긴장감이 평온함으로 바뀌는 그 순간처럼, 스스로의 결정에 확신을 갖고 나를 믿고 그대로 준비하면 되는 것을! 인생의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렸고, 내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도 면접을 앞두고 중요한 결전의 순간에는 나의 리코더 실기시험을 떠올린다. 그러곤 나를 토닥인다. 인생은 내 인생이니까,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늘 나와의 만남이고 나를 제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알잖아, 그거 내 전문인 거, 쫄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