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전환
우리 시어머니는 항상 아들이 의사가 되었어야 했다고 의사성품을 가지고 있는데 아깝다고 말씀하신다. 결혼 9년 차에 1년에 한 번씩은 꼭 들어보았기에 나도 이 대화내용이 어색하지 않다. 그저 의사가 한국에서 최고의 직업이기 때문에 모두 다 의대의대 하기 때문에 의사가 되면 탄탄대로이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신다면, 대략 30% 정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머지 70% 정도는 아들의 성품을 정말 아까워하셔서 하는 말씀인 것 같다는 내 생각이다. 어머니의 의사이미지는 이러하다. 정이 넘치고 잔정도 많으며 진중하여 말이 많지 않고 오히여 다른 사람들의 말을 공감하며 잘 들어주는 직업의 사람. 아이들이 태어나고 아이들 손톱 자르는 것이 무서워 여태 한 번도 잘라보지 못했고 내 귀를 파달라 부탁하면 꺼려하는 남편을 아는 나는 어머니께서 아들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 보다 하며 넘어갔다.
어제 치과예약이 있어 시댁 근처에 갔다가 어머니얼굴 뵙고 가려고 들렀다. 어머니가 옛날사진 몇 장을 찾았다며 들고 거실로 나오셨다. 사진은 남편의 어린 시절사진이었다. 때 하나 묻지 않은 표정으로 반쯤 개구진 모습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유치원 때 모습이었다. 이 사진을 보시고는 유독 귀여워하시더니 자연스럽게 의사가 되었어야 했는데 주제로 넘어갔다. 오래 들어왔기에 늘 그랬듯 넘어갈 이야기인데 그날따라 어머니가 아들에 대해 모르는 게 아니라 아내인 내가 남편에 대해 모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날 저녁 어머니 아버님과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계속 생각이 났다. 진짜 내가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 나도 초등학생인 아들을 키우지만 아들에 대한 시선, 남편에 대한 시선 이 두 가지가 확실히 다르게 존재하고 이 둘을 같은 시선으로 볼 수 없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 내가 시선을 바꿔보면 못 보았던 것을 나도 볼 수 있을까, 생각의 전환이런 것 말이다. 굳이? 를 달고 살며 크리스마스에조차 사람들 피해 그냥 집에서 쉬고 싶다는 대문자 T인 사람. 그래 생각의 전환을 해보자 남편의 정 많은 모습들을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이 흘러넘쳤던 순간들을 기억해 내고 담아보자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