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IT 업계의 직장문화
영국에서 나는 IT업종, Retail 업종과 교육계 업종등 나름 버라이어티 한 직장 생활을 하였는데, 직장문화 면에서 비슷한 면도 있지만 근본적인 다른 부분이 있었다.
이 글은 다분히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개인적 생각입니다.
IT 업계의 엔지니어로써의 직장문화.
한국에서 L사의 엔지니어로써의 직장 생활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다행히 좋은 상사와 동료들을 만났고 소위말하는 꼰대 메니저 없이 잘 소통하며 이쁨 받으며 회사를 다녔던 기억이 난다.
직종에 따라, 회사 분위기에 따라 그들만의 문화 차이가 있을테고 '라떼'의 시대에 비해 respect이라는 것을 배워가며 '바뀌어보자!!' 라는 분위기의 시기였다. 지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꼰대문화가 만연했고 여 사원들에게는 여전히 불리한 문화들이 남아 있는 그 정도의 시기, 2000년대 였을 것이다.
직종이 엔지니어였다보니 문제를 해결하는 개인의 능력이 중요했다. 엔지니어 특유의 괴짜스러운 사람도 있었고, 소위 말하는 사회생활에 무딘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한국문화에서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럼에도 엔지니어라는 이유로 어느정도의 관용의 범위가 넓은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7년, 영국으로 이민을 결정하고 3개월의 백수생활동안 이력서를 넣고 인터뷰를 보던중 감사하게도 다시 엔지니어로써 일을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여전히 엔지니어 였고,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이었지만, 한국에서의 직장생활과는 분명한 다름이 존재했다.
일을 하면서 나의 메니저에게 잘보이기 위한, 평가를 잘 받고 인정 받기 위한, 혹은 진급에 누락되지 않기위한, 그런 염려로 일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이 곳의 work 문화는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되 그것은 나를 위해 내가 해야하는 당연한 일일 뿐이지 남에게 잘보이려 신경을 쓰는 문화가 아니였다.
물론 그럼에도 나는 영국에서도 일을 '잘'하려 무던히 노력했었다. '잘' 이라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있겠지만 영국에서 생각하는 '잘'의 기준치는 한국에서의 그 의미가 사뭇 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대적으로 뛰어나게 '잘'하려 한 것이 아닌 내 기준에서 문제 없이 해결을 '잘'하겠다는 의미가 더 크다. 그 잘 하는 과정에서 나를 희생하려 하진 않는다.
내가 느낀 영국은 Work이 나의 well-being을 좌지우지 할 수 없는 나라였다. 아무리 work 이 중해도 그것이 나와 내 가족의 삶보다 우선수위가 되진 못했다.
Job description 에 맞춰 일을 하고 그 외에 일을 요구받았을땐 NO!하는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게 할당된 양이 많을땐 무리하여 이것을 다 해내려고 하기보단 work overload 임을 메니저에게 알리고 시간을 조절하던지 다른이에게 넘기는게 무능력으로 결론되어지지 않는다.
요즘의 MZ문화와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보다 FM 스타일이 더 강한 느낌이다. 정해진 규칙은 꼭 지킨다라는 기본 개념이 깔려있고 그에 위배 되었을때 일을 잘하고 못하고와 상관없이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게된다. "융통성있게", "좀 봐주세요" 는 없는 나라이다. 그리고 나의 respect를 기대하는 만큼 남이나 남의 일을 반드시 respect할줄 알아야한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IT업계는 이미 Work from Home(재택근무)를 많이들 하고 있었다. 특히 엔지니어들에게 재택 근무는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였다. 특별히 어떤 기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재택한다고 하면 집에서 농땡이를 부려도 될것 같지만 영국인들의 문화는 일을 하라고 정해진 시간은 당연히 일을 하는 시간인 것이지 .. '일을 하는 척' 하는 시간이 아니였다. 한국인들만큼 과하게 책임감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trick하는 문화는 아니였다 ( 개개인의 차이는 분명히 있으나, 일반적으로 통용하는 문화에선 적어도 그렇다)
일주일 37.5시간을 기준으로 일주일의 하루 량을 분배하거나 아니면 7.75 시간의 일일 할당 시간을 꼭 맞추는 편인데 이때도 커피를 마시며 농땡이를 부리는 시간을 일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30~1시간으로 정해져있다면 자기가 쉰시간을 빼고 하루 업무시간을 준수하여 퇴근시간이 정해서 마치고, 오버 근무를 하려면 미리 결제를 받아야만 할수있다. 허락되지 않은 야근은 수당을 받을 수 없고 굳이 야근까지 하며 일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더 크다.
Sickness나 childcare로 인한 조퇴나 결근은 너그러이 허용하는 분위기이다. 아프면 눈치가 보이고 아픈게 죄처럼 느껴졌는 과거를 떠올려보면 굉장히 인간적인 처사처럼 느껴졌다. 일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아이들에 관한 문제들은 굉장히 허용적인편이다.
'아닌건 아니것이고 정해진건 모두가 지킨다.' 라는 가정안에서 자신이나 가정의 well being을 요구할수 있는.. 일보다는 일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굉장히 reasonable 하고 sensible 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국은 인권비가 비싸다.)
대표적인 예로 크리스마스날 new year날같은 특별한날 모든 shop들과 회사가 문을 닫는 이유는 그 시간을 누리는 손님들과 회사보다 그시간에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직원들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손님으로써는 굉장히 불편하지만 일하는 사람도 사람이고 사람이 우선이다라는 그 시야가 무척이나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그렇다고 영국의 work 문화가 마냥 좋다는 것은 아니다. 비효율적이고 느릿느릿해서 답답하고, 반복되면 스트레스가 되고 무기력감까지 느끼게 되는 문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되면서 일을 하는 마음 가짐도 달라졌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꼭 정답이 아닐수도 있다.'라고 생각의 폭을 넓히기로 했더니 관용의 허용범위가 넓어지고 이해되는 부분이 많아졌다.
'급할거 없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니 조바심 날 것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 작은 시야의 변화가 생각의 큰 차이를 나타내고 그런것들이 모여 문화가 되는 게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