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순이의 감성일지

ft. Covid19

by 그네랑

Covid19, 전 세계를 덮쳤다.


영국 학교들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고, 엄마들은 갑자기 선생님들이 되어야 했다.

학교에서 보내 준 자료로 엄마는 phonics 선생님이 되었다가,

Music선생님이 되었다가, PE(체육) 선생님이 되어야 했다.

온라인으로 피아노 수업을 도와주어야 했고,

온라인으로 태권도 수업을 같이 들으며 관리 감독까지 하는

매니저가 되어야 했다.


나름의 쉬는 시간도 갖고, 데일리 플랜을 짜 온갖 것들을 다 해줘도 시간은 쉬이 흐르지 않았다...?!

중천의 해는 내 머리 위에서 나를 놀려댔고, 해가 만든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만큼...

나의 다크 서클도 깊어져만 갔다.


"엄마. 엄마. 엄마!!"

"이제 뭐 해? I'm so boooooooooooooored~~"

.

.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다..

'왜???? 도대체가 왜???? 그들은 계속 심심한가....'


아이들을 오래 붙들고 있을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된 그림 그리기.


난 미술에 소질이 없다.

평생동안 미술시간에 칭찬이란 것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두려웠다....

성공적으로 아이들과 그림놀이를 할 자신이 없었다.

내가 리드할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해야만 했던 그때 그 시절,

코로나... 그 녀석.. 그 시절.

홈 스쿨링의 면목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둔 아크릴 페인팅을 소심히 꺼내 보았다.


'밥 로스' 아저씨가 그립다.


어질 적 기억에 미술을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도 '밥 로스... 로스 밥' 아저씨는 마치 마술사 같았다.

그분은 항상 말씀하셨다.

"참~~~ 쉽죠~~~~?!" --.


아저씨 말대로 아저씨가 캠퍼스에 손을 대는 그 순간에는 참! 쉬워 보였다.

아저씨의 몇 번의 터치로 산이 생기고, 바다가 생기고, 바다에 비친 그림자가 다시 산을 만들었다.


'그래. 밥 아저씨를 믿어보기로 하자!'


마침, 코로나의 여파로 영국의 온라인이 활성화되었다.

아이들에게 온라인으로 미술을 가르쳐 주는 course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영국에서 일어나 여러 변화 중 하나이다.

( 코로나가 끝난 지금... 대부분의 온라인 코스가 다시 사라졌다. 참 대단한 나라이다. ;;;;;)


코스들 중, 제일 쉬워 보이고 귀여운 그림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택하고 아이들과 함께 페인팅을 시작했다.

선생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영상 중간중간을 pause 시키면서 아이들의 pace에 맞추다 보니 쉬는 시간이 필요할 만큼 시간이 꽤 길어졌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따라 했고, 그 고군분투 속에서 엄마의 눈과 손 또한 바빴다. 아이들의 첫 경험이 긍정적이길 바라는 마음에, 엄마의 보이지 않는 손은 분주히 캠퍼서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상하다..

그저 아이들을 돕고자 시작한 붓질이었다.

그뿐이었다.


그런데 붓질을 하는 동안 묘한 쾌감과 희열... 나아가 안정감마저 느껴졌다.

쓱싹쓱싹 소리가 마치 ASMR같이 감미로웠고, 나의 작은 터치로 그림이 변화될 때,

내가 진정 밥 로스 아저씨가 된 것 같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미술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 제일 못하는 과목이었던 미술을..

어느새 내가 즐기고 있었다.

잘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속 교육현장이 아닌,

작은 방구석에서의 나의 그림은

규칙도 없고 스킬도 없고 멋도 없지만,

내 마음 가는 대로 느낄 수 있고,

느끼는 대로 붓으로 춤을 출 수 있었다.

그 춤이 적어도 나의 상상 속에서는 브레이크 댄스 같았다.


그렇게 처음으로 붓을 들었다.

손이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그저 그날의 느낌대로.


그림으로 시작된 나의 취미는, 나답게 '틀' 이랄 것이 없었다.


멋진 풍경을 담은 사진은 그림이 되었고,

그림은 다이어리 꾸미기가 되었고,

꾸밈은 다시 글이 되었다가

그 글은 생각이 되고,

어느덧 다시 그림이 되었다.


그렇게 틀에 갇혀 있지 않은, 자유한 나의 취미가 시작되었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던 공순이가 몰랑몰랑 해지면서

개똥철학과 센티함, 그 중간 언저리쯤의 생각들을 모아 보려 한다.


공순이의 감성일지.

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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