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다시 선택할 수 없는 길목에서

by 온새미로

후회는 늦은 밤에 찾아오는 손님이다.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앉는다.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 침묵이 무겁다.

하지만 나는 그 무게를 거절하지 못한다.

후회는 그렇게 자리를 차지한다.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나는 늘 말해왔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믿었고,

돌아갈 수 없으니 생각해 봐야 의미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 말들은,

내가 나에게 하는 거짓말이었다.

사실 나는

단 한순간도 그 길목을 잊은 적이 없다.


어떤 선택은 마음에서 수천 번 다시 반복된다.

그때 왜 그랬을까.

왜 그 말을 했을까.

왜 그 손을 잡지 못했을까.

왜 거기서 돌아섰을까.

그 질문이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잔상처럼 남아 있다.


후회는 기억을 되감는 감정이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를 바라보는 일.

그 순간에 돌아가.

다시 살 수 있다면

달리 행동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 위에 떠 있는 감정.

하지만 인생은

되감을 수 없는 테이프처럼

한 번 흘러간 순간을

두 번 다시는 들려주지 않는다.


나는 어떤 날은

그때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긴 표정을 생각하고,

어떤 날은

말없이 스쳐 지나간 시간의 냄새를 떠올린다.

아무 일도 아닌 듯 지나갔지만

지금은 모든 게 되어버린 순간들.


후회는 그렇게

지나간 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그때는 몰랐던 것들.

그 자리에 담긴 마음,

그 말속에 숨겨진 진심,

그 침묵 안에 담긴 흔들림.

모든 게 늦게 보인다.

모든 게 너무 늦게 들린다.


가끔은

후회가 나를 바닥까지 끌고 간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내 숨을 가쁘게 만든다.

아무리 오래 지나도

그 기억은 마치 어제처럼 선명하고,

그 사람의 뒷모습이

가끔씩 눈앞에 겹쳐진다.


사람들은 후회를 경계하라고 말한다.

지나간 일은 잊어야 한다고,

앞만 보고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 말들 속에 진심이 없다는 걸 안다.

모든 사람은 후회한다.

말하지 않아도,

티 내지 않아도,

누구에게도 꺼내지 않아도

혼자 조용히 후회한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후회와 함께 걷는 일일지도 모른다.

지나간 사랑,

지나간 기회,

지나간 나.


그리고 그 후회를 반복하며

우리는 조금씩 배운다.

사람은 그 후회를 껴안으며

다음 선택을 만든다.


나는 그때 그 자리에 머물렀어야 했을까.

그 사람의 손을 놓지 말았어야 했을까.

무너지는 마음을 말로 꺼내야 했을까.

이런 질문이 나를 자꾸만 과거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 과거는

지금의 나를 만든다.


후회는 시간을 가진 감정이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십 년.

그 감정은 때를 가리지 않고

마음속에서 피어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조용히 되뇐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이 말 하나로

그 감정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마음속 무게를

조금 덜어낼 수는 있다.


가끔은 상상한다.

모든 후회가 없던 삶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조금은 더 환한 얼굴일까.

조금은 덜 아픈 마음일까.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후회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을 거라고.

그 감정이 나를 때리고,

깨뜨리고,

비추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나를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지금도 후회를 사랑한다.

그건 내가 아직

무언가를 진심으로 살아냈다는 증거니까.


그때 말하지 못한 한마디가,

그때 내밀지 못한 손 끝이,

그때 뒤돌아보지 않은 발걸음이

지금도 내 마음을 울린다.


후회는 마침표가 없는 감정이다.

한 문장이 끝났다고 해서

감정이 끝나는 건 아니다.

언제든 다시 읽히고,

다시 반복된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러나 이 후회마저도

어쩌면 살아 있음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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