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프로젝트 - 01
"우리 이렇게 대화 나누는 걸 글로 정리해보면 어떨까요?"
"글이요? 좋은 생각이긴 하네요."
H와 글을 통해 서로 소통해보는 것을 제안했고, 함께 글을 만들어가 보려 했다.
H는 말했다.
"종종 어떤 주제로 글을 쓰고 싶다가도 주저앉기도 했었어요. 글 쓰는 버릇을 길러볼게요."
나는 대답했다.
"맞아요. 처음부터 완벽한 글은 없다고 생각해요. 일단 쓰면서 함께 보완하면 분명 좋은 글이 나올 거예요!"
그렇게 H와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첫 번째 글이 세상에 나왔다.
내 세상은 처음부터 어둠이었다. 빛이란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에, 나는 손끝으로 삶을 읽고 귀로 세상을 그렸다. 하지만 가장 혼란스러웠던 건 내 앞에 놓인 어둠이 아니라, 그 어둠 속에서 나를 둘러싼 관계들이었다.
엄마는 늘 나를 감싸 안았다. 그 사랑은 두터운 담요 같았지만, 때로는 그 안에서 숨이 막혔다. 엄마는 내게 "위험하다"고 말하며 모든 걸 대신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보호가 무너뜨릴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는, 마치 한낱 바람 소리처럼 흩어지곤 했다.
어린 날, 엄마의 대화 한 자락이 내 가슴에 박혔다. "애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면 정말 힘들어." 그 말은 내 어깨에 보이지 않는 짐을 얹었다. 엄마의 사랑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랑 뒤에 깃든 피로감은 내게 이렇게 속삭였다.
“너는 짐이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사랑받는 동시에 짐이 될 수 있음을 배웠다. 그 모순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 무게를 떨쳐내려 나는 스스로 길을 찾으려 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애쓰듯, 손끝으로 세상의 질감을 더듬으며.
엄마가 없는 순간은 내게 시험대였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나는 방을 더듬었고, 잘못 든 길 위에서 방향을 찾으려 귀를 기울였다. 어둠은 자주 날 넘어뜨렸지만, 그 넘어짐이야말로 내 발걸음을 더 단단하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깨달았다. 어둠은 내 적이 아니라 동료였다. 나는 빛을 가질 수 없었지만, 손끝의 촉감과 마음속의 그림으로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갔다. 넘어지는 것조차 나의 선택이었고, 그것이 나를 독립으로 이끄는 첫걸음이었다.
지금도 나는 길을 더듬는다. 손끝의 세상은 여전히 투박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나만의 길을 만든다. 엄마와의 갈등은 이제 이해로 바뀌었고, 나의 짐이었던 무게는 나를 키운 흙이 되었다.
내가 걷는 길은 빛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길은 분명히 내 것이다."
H는 말했다.
"좀 많이 오글거리지만··· 훌륭합니다."
그렇게 H와 나의 글쓰기 프로젝트는 시나브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