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H 프로젝트 - 02

by 시나브로

"H, 오늘은 글 영감이 뭔가요?"

H는 대답했다.

"피곤했어요."

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왜 피곤했는지 등을 물어물어 다음날 글을 완성했다.


피곤하다

피곤하다. 운동을 하다 보면, 그 피곤함이 몸 안 깊숙이 스며든다. 처음엔 단순히 근육의 긴장이었다. 뻐근함과 무거운 숨소리, 뜨겁게 달아오르는 땀이 익숙해질 즈음, 나는 그 피곤함이 단지 몸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운동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무엇이 나를 더 움직이게 하고, 무엇이 나를 멈추게 하는지 알아가는 과정. 러닝머신 위에서 땀이 흐를 때, 단조로운 리듬이 머리를 비우면서도 묘하게 집중을 가져다준다. 몸은 비명을 지르지만, 머릿속은 점점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피곤함이 마치 오래된 먼지를 털어내듯 나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순간이었다.

때로는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리 근육이 떨리고 숨이 가빠질 때마다 "여기서 끝낼까?"라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무언가 나를 붙잡고 "조금 더 해보자"고 속삭인다. 그 속삭임을 따라 한 발짝 더 내딛을 때, 나는 내가 가진 한계를 조금씩 넘어서는 기분을 느낀다. 피곤함은 그 한계를 알려주는 경계선 같은 것이다.

운동을 끝낸 후, 몸은 녹초가 되고 숨이 가라앉을 때쯤 찾아오는 고요가 있다. 마치 바쁜 하루를 마무리하고 창문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밤공기처럼, 그 고요는 묘하게 상쾌하다. 피곤함이란 이런 것이다. 나를 쓰러뜨리는 동시에 일으켜 세우는 힘. 그것은 땀방울 속에 숨어 있는 보람이기도 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동력이기도 하다.

운동을 하는 시간은 내게 단순히 체력을 기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더 잘 이해하는 시간이고, 나 자신을 믿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피곤해지는 만큼 나는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피곤함 속에서 느끼는 묘한 성취감이, 오늘도 나를 다시 운동화 끈 앞에 세운다.


H는 대답했다.

"글 잘 읽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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