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프로젝트 - 09
도움은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많은 일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 가치를 더 크게 느낀다. 하지만 그 도움의 무게가 한 사람에게만 집중된다면, 그 관계는 금세 지치고 무너지기 쉽다. 주변을 돌아보면, 마치 도움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도 있다. 부탁이 지나쳐 사람을 "부려먹는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것이 각자의 능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든, 단순히 너무 많은 요구를 해서든 간에.
그렇다고 해서 도움을 받지 않고 모든 걸 스스로 하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도움은 더 많은 경험을 가능하게 하고, 경험을 넘어 반드시 필요한 일조차 이루게 만든다. 하지만 이 도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여러 사람에게 분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을수록 관계는 가볍고 유연하게 유지될 수 있다.
토요일 저녁, 혼자 공연을 보러 갔던 일이 떠오른다. 택시를 타고 공연장에 갔는데,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기사님이 입구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네다섯 명에게 물어봤지만 아무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 내가 내려서 물어봐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어느 분이 "저 뒤쪽인 것 같다"고 알려줬다. 기사님은 입구까지 나를 데려다주셨고, 거기서부터는 내가 지팡이를 짚고 공연장 지하로 내려갔다.
공연장에 들어섰을 때 누군가가 "형!" 하고 불렀다. 처음엔 설마 내가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다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실제로 아는 사람이 있었다. 성수였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공연을 보러 왔고, 이후 그의 동생까지 합류했다.
혼자 갔다면, 단지 귀로만 공연을 즐기고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성수와 함께한 덕에 더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그는 공연 중간중간 설명도 해줬고, 함께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힘든 스탠딩도 덜 힘들게 느껴졌다. 지난번 공연에서는 옷도 벗어서 들고 2시간을 버텼지만, 이번에는 옷을 맡아줄 곳을 찾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스스로 한 것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분명 혼자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사람들과 연결될 때 더 많은 경험이 가능해진다. 도움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삶의 크기를 확장시켜 준다. 도움의 무게를 나누고, 그 속에서 나도 누군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 때, 관계와 삶은 조금 더 지속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