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Aloha) - 01

"언젠가 미국 땅을 한 번 가보고 싶다"

by 시나브로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인생에서 처음으로 하와이를 다녀왔다. 20대 초반이던 그 시절, ‘청춘’과 ‘힐링’이란 단어가 유행하던 때였다.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목록을 적어보는 버킷리스트도 유행처럼 번졌다. 나 역시 그 리스트 어딘가에 “미국 땅을 한 번 밟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적어두었다. 그때까지는 일본 외에 해외여행 경험이 없었기에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그 무렵, 하와이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던 친구를 만나러 갈 기회가 생겼다.


당시 일을 하고 있던 터라 미리 일정을 조율했고, 하와이안항공 왕복 항공권을 약 100만 원에 구입했었다. 환율은 1달러에 약 1,05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10시간 가까운 비행은 쉽지 않겠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설렘이 더 컸다. 출국 당일, 인천공항에서 밤 비행기를 탔다. 기내에서 마신 하이네켄 맥주,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 대기만 한 시간, 그 후에야 하와이의 첫 공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뜨거운 날씨였지만, 한국의 무더위와는 다른, 마른 열기였다. 푸른 야자수와 탁 트인 하늘을 보니 순간 제주공항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공항 주변은 기대했던 '하와이 느낌'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와이키키에 다다르자, TV에서만 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맑은 날씨, 바다를 사이에 두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관광객인지 현지인인지 모를 채, 천천히 걷고 웃고 노래하는 풍경.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따뜻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트에서 긴 줄을 서 있는데, 캐셔가 여유롭게 음악을 들으며 계산을 하고, 사람들 역시 아무런 불평 없이 그 분위기를 함께 즐기던 모습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얼마나 ‘신속, 정확’이라는 말에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을까. 하와이에서의 일상은 팁 문화부터, 느긋한 대화, 보행자를 먼저 배려하는 운전 습관, 낯선 이에게도 기꺼이 눈인사를 건네는 인심까지,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익숙하지 않음은 조금씩 내 안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특히, 하나우마베이 대자연 광경과, 스노쿨링을 하면서 거북이를 비롯한 생명체와 인간이 공존하는 느낌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와이에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여행이 남긴 여운은 잔잔하게,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해변을 배경으로 웨딩촬영을 하는 커플들, 신혼부부로 보이는 이들의 다정한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그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나는 신혼여행으로 다시 이곳에 오리라.”

그날 이후, 하와이와 관련된 음악, 풍경, 이야기만 접해도 그때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며 하와이의 감동을 대신할 곳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첫 인상의 강렬함을 완전히 뛰어넘은 곳은 아직 없었다. (물론, 유럽이나 더 먼 곳은 아직 가보지 못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 하와이를 다녀온 지 꼭 10년이 지난 2025년 4월, 나는 신혼여행지로 다시 하와이를 택했다.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미국 땅, 그중에서도 나에게 특별한 기억이 된 하와이.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찾은 그곳에서, 나는 또 한 번 새로운 기억을 쌓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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