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Aloha) - 02

"감흥이 적네"

by 시나브로

우리 부부는 결혼식을 따로 올리지 않았다. 신혼집 입주에 맞춰 모든 계획이 세워졌다. 새로 꾸민 집에서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을 우리만의 결혼으로 삼았다. 결혼식에 대한 미련은 나 역시 크지 않았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라는 말처럼, 아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아내 또한 결혼식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지금 돌아보아도, 결혼식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더 중요한 삶의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대신 신혼여행에 대한 로망은 강했다.목적지는 단연, 하와이였다. 아내는 내가 하와이로 가고 싶다고 했을 때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처음엔 자유여행도 고려했지만, 이전에 패키지여행의 편리함을 경험한 터라 이번엔 패키지로 가기로 결정했다. 부모님이 자주 이용하던 여행사를 통해 상담을 받았고, 하와이 투어 상품을 신속하게 예약했다. 아내는 하와이에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은 두 곳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영화 <쥬라기 공원>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쿠알로아 랜치(Kualoa Ranch), 다른 하나는 하와이 제도 중 가장 오래된 섬이자 ‘가든 아일랜드’로 불리는 **카우아이(Kauai)**였다. 하와이 어디든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아내의 의견을 수용했고, 그렇게 여행 계획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여행 상품 결제를 끝낸 이후로는 신혼여행에 대한 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 상견례와 입주 준비 등 눈앞의 현실적인 일정들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일정들이 이어지며 신혼여행에 대한 기대는 뒤로 밀렸다. 아내와의 대화에서도 “곧 가겠지” 정도의 말만 오갔다. 하와이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흐려진 것인지, 아니면 현실의 무게에 눌려 신혼여행의 특별함이 가려진 것인지, 당시엔 명확히 알 수 없었다. 아직 함께 살기 전, 연애 중이던 시절이었기에 만날 때마다 신혼여행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더 많이 오갔다.


돈, 일, 앞으로의 계획 같은 굵직한 주제들.

신혼여행에 대한 설렘보다 막 입주한 작은 우리 집을 정리하는 일이 더 급했다. 입주 청소도 직접 했고, 가구가 거의 없는 상태라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식사를 하던 날들도 있었다. 전자레인지와 전기밥솥만으로 식사를 해결했고, 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찬물로 씻던 날도 있었다.

신혼여행 당일에도 틈새장과 렌지대를 설치하고, 집을 정리한 뒤에야 외출했다. 점심은 동네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었고, 아내도 “아직 실감이 안 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캐리어 하나에 두 사람의 짐을 담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

다행히 날씨는 맑고 따뜻했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목엔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그 길을 나란히 걷는 순간,

함께 미래를 약속한 아내와
첫 해외여행지로 하와이를 향해 가는 이 시간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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