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추억을 걷는 하루
하와이에서의 둘째 날, 아침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시작됐다. 호텔 조식을 간단히 먹고, 가벼운 산책 겸 맥도날드에서 맥커피를 마셨다. 하와이 맥커피는 사이즈와 상관없이 가격이 저렴했다. 우리도 꽤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와이키키 해변은 벌써부터 서핑을 즐기거나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해변 주변을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호놀룰루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여 년 전 처음 하와이를 경험했을 때 느꼈던 여유와 느림의 미학은 지금 다시 와서도 변함없었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으로서 하와이 특유의 여유는 때로는 낯설지만, 동시에 소외 없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문화를 느끼게 했다. 이런 점은 마라톤 대회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부분의 마라톤 대회는 정해진 시간 안에 완주하지 못하면 경기를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호놀룰루 국제 마라톤은 제한 시간이 없다. 가장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대회는 계속된다. 도로 폭이 좁고 교통 체증이 심한 하와이 특성상, 이런 운영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자를 끝까지 응원하는 문화, 자연과 함께하는 마라톤이라니. 하와이에서 42.195km를 달리며 풍경을 즐기는 상상을 하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여행자로서 하와이를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남의 시선보다는 '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분위기, 다채로운 삶을 가진 사람들, 맑고 청명한 날씨는 내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았다. 둘째 날의 본격 일정은 쿠알로아 랜치로 향하는 것이었다. 해변가 하와이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손으로 눌러 만든 듯한 웅장한 산맥, 쥬라기 공원 등 수많은 영화 촬영지로 사용된 이유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저녁에는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와이키키 비치와 야경을 바라보며 아내와 긴 대화를 나눴다.
첫째 날도 좋았지만, 둘째 날은 더 좋았다. 가보고 싶던 곳을 직접 눈으로 보고, 기대했던 장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니 만족감이 컸다. 우리는 우리가 함께 걸어온 순간들을 이야기했다. 사람은 결국 함께한 이들과의 '추억'을 먹고 사는 존재 같았다.
좋은 기억이든, 아쉬웠던 기억이든,
시간이 흐르면 모두 '추억'이라는 포장지 안에 고이 담겨
언젠가 웃으며 꺼내 볼 소중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하와이의 여유로운 공간 속에서,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하루가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