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너머의 섬, 카우아이에서 느낀 것들
셋째 날, 마치 당연하다는 듯 새벽에 눈을 떴다. 호텔 조식을 간단히 먹고, 짧은 아침 산책을 마친 뒤 오늘의 여정을 시작했다. 오늘은 오아후 옆 섬인 '카우아이섬'으로 향한다. 카우아이는 '정원의 섬'이라 불리며, 섬의 97% 이상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와이메아 캐니언’은 하와이 속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 예전 기억으로는 '호놀룰루 국제공항'이라 불렀던 곳이 지금은 '다니엘 K. 이노우에 국제공항'으로 바뀌어 있었다. ‘도대체 누구길래 공항 이름이 붙었을까?’ 하는 궁금증에
공항 내부에 마련된 추모 전시 공간을 둘러보았다.
다니엘 K. 이노우에는 진주만 공습 이후 일본계 미국인으로서 집단 수용소 생활을 거쳐 1943년 미군 입대 제한이 풀리자 자원입대해 전쟁에 참전했고, 전투 중 오른팔을 잃었다. 그 후 50년 넘게 하와이 연방 상원의원을 지내며 무려 9선에 성공했고, 대통령 승계 서열 3위까지 올랐다. 그가 남긴 생애와 공적을 보며 한 사람의 신념과 시간, 그리고 공동체에 남긴 울림에 잠시 숙연해졌다.
카우아이섬까지는 약 50분간 비행했다. 섬에 도착하니, 오아후와는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구불구불 높은 지형을 따라 도로를 달리며, 날씨가 좋지 않으면 보기 어렵다는 경치를 다행히 맑은 날씨 덕분에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다.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인 무지개는 여기서 더욱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짧은 소나기 뒤 펼쳐지는 무지개,
그 사이를 자유롭게 걷고, 서핑하고, 웃고 있는 사람들.
각 섬마다 지닌 분위기와 매력이 달라서
하와이를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이 왜 자꾸 다시 찾는지 몸소 이해하게 됐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보는 풍경 하나하나가 여행의 일부였다.
카우아이의 푸르른 언덕과 붉은 흙, 언뜻 보이는 고급 저택들, 평온하게 걸어가는 현지 사람들의 여유. 어쩌면, 이 섬의 진짜 매력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삶'이 아닐까. 카우아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오아후의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덧 신혼여행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와이의 밤하늘, 한국 시간 기준으로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며 각자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여행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여유를 만끽하고, 눈앞의 풍경에 감탄하며,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평소라면 일상에 치여 지나쳤을 시간.
하지만 지금은 감탄하고, 대화하고,
함께 웃으며 기억을 새기는 여유 속에 살고 있다.
그 여유의 한복판에, 내 옆을 지켜주는 아내가 함께 있음이 참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