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Aloha) - 07

계획 없는 하루의 마법, 즉흥

by 시나브로

여행 넷째 날이 밝았다. 하와이에서 온전히 보낼 수 있는 날은 오늘과 내일뿐이다. 마지막 다셋째 날은 아침 일찍 공항으로 향해야 하기에, 실질적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늘 그렇듯 호텔 조식을 먹고, 자연스럽게 와이키키 해변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문득 아내가 말했다.

“오늘은 시내를 좀 더 걸어볼까?”
그 한마디가 모든 시작이었다.

하와이의 대표적인 카페 중 하나인 ‘호놀룰루 커피’에서 여유롭게 아침 커피를 즐긴 뒤, 도심 속 건물과 자연의 조화를 눈에 담으며 천천히 걸었다.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새 2km를 훌쩍 넘겼다. 발길이 닿은 곳은 알라모아나 공원. 아침의 공원은 전날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와이키키보다 덜 북적였지만, 더 평온했고, 더 넓은 하늘과 초록빛 나무가 마음을 감쌌다. 수많은 포토 스팟이 있었지만, 굳이 사진을 찍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 번 웃고, 말없이 풍경을 보며 또 한 번 웃었다. 그 순간을 표현할 단어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


사람마다 여행을 즐기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촘촘한 일정표대로 바쁘게 움직이고, 누군가는 오직 ‘쉼’을 위해 낯선 곳을 찾는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오늘처럼 아무 계획 없이 떠난 산책이 선물처럼 다가올 때, 비로소 여행의 진짜 의미를 느낀다. 즉흥적인 선택이었지만, 돌아보면 그게 오늘을 특별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는 아쉬움보다,
지금 이 순간, 함께였기에 더 좋았다는 마음.

여행은 종종 그런 아쉬움을 새로운 설렘으로 덮어주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수많은 계획을 세우지만, 그중 많은 것들은 어긋나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실망하기보다는, 계획 밖의 변수 덕분에 더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순간이 있다는 걸, 오늘 이 즉흥적인 하루가 가르쳐주었다. 중요한 선택일수록 두려움이 앞설 때가 있다. 그럴 땐 여행처럼, “해볼까?” 하고 가볍게 한 발 내딛는 용기와 호기심이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아내와 나는 그렇게 즉흥적으로 보낸 하루를 통해 계획이 없어도 충분히 재밌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하와이에서의 신혼여행이 끝을 향해 갈수록,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과 의미, 신혼이라는 특별한 시간의 무게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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