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가훈, Aloha!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공식적인 일정은 오늘이 끝이다. 다음 날은 오전부터 공항으로 향해야 하기에 실질적인 여행 시간은 오늘이 마지막. 그 때문인지 오히려 그다지 아쉽지 않았다. 어제의 즉흥적인 하루 덕분에, 오늘은 어떻게 보낼지 자연스럽게 계획이 세워졌고, 그 계획대로 차분히 마무리해보려 했다. 물론 거창한 계획은 아니었다. 샤워타월, 수영복, 썬크림 등 간단한 물품을 챙기자는 정도였다. (하와이는 자외선이 강해 부지런히 썬크림을 발라도 온몸이 쉽게 탔다.) 이른 아침, 우리는 다시 천천히 와이키키 시내로 걸음을 옮겼다. 익숙한 거리였지만,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다시금 눈과 마음에 담고 싶었다. 푸른 바다 앞에 도착해 가볍게 수영을 즐기고, 투명한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물고기들을 구경했다. 물놀이 후에는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어제처럼 잔잔한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시간.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 뭔가를 채우고 싶으면서도,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감정이 공존했다. 산책하는 노부부의 평온한 모습, 바닷가에서 웃음 짓는 신혼부부의 생기발랄한 모습. 그 순간들을 마음속 상자에 담아 두었다가, 언젠가 다시 꺼내보고 싶을 정도였다. 쇼핑센터를 거닐고, 마트를 들르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해 질 무렵이 되었다. 아내와 마주 앉아 신혼여행을 돌아보며 우리가 공통으로 가장 좋았던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건 바로, 하와이 사람들만의 독특한 ‘바이브’였다. 관광객이든 현지인이든, 모두가 여유롭고 따뜻해 보였다. 하와이에선 ‘쫓기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여유의 뿌리는 ‘알로하(Aloha)’라는 문화에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인사말인 줄 알았지만, 하와이를 경험할수록 그 말에 담긴 철학과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ALOHA’는 ‘ALO(함께 있음, 얼굴을 마주함)’와 ‘HA(생명의 숨결과 에너지)’의 결합어다. 즉,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숨 쉬는 삶의 방식. 심지어 하와이 주법에는 ‘Aloha Spirit Law’라는 조항도 있다.
이 다섯 가지는 단순한 단어를 넘어 하와이 사람들의 삶의 철학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 철학을 하와이의 거리에서, 바다에서, 사람들의 미소에서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일몰, 붉게 물든 태양이 천천히 바다 속으로 스며들 때, 우리는 각자의 고민과 걱정을 해에게 실어 보내기로 했다.
그저 이 순간에 집중하며, 고요히 하와이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신혼여행은 단지 새로운 공간에서의 여행이 아니었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함께 걸어갈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하와이에서 느꼈던 감정을 조금이라도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사람을 더 존중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유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
하늘을 바라보고, 짧은 산책을 하며 삶의 균형을 찾고자 했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하와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출발 전엔 신혼여행이라는 감흥조차 느낄 틈이 없었지만,
여행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인생의 의미,
관계의 소중함, 그리고 자연 앞에서의 겸손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하와이 앓이’ 중이다.
언젠가 다시 돌아갈 그날을 기다리며.
알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