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프로젝트 - 14
아무리 독립적인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차에 의지하게 된다고들 한다. 지팡이를 짚고 길을 걷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고, 그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시선도 있다. 결국 돈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편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크라잉넛 멤버의 생일파티인 경록절에 다녀왔다. 공연장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택시는 탈 수 없었고, 바우처 콜택시는 거리상 이용이 불가능했다. 결국 다산콜센터에 전화해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과 이동 방법을 물었다. 합정역 3번 출구에서 260미터 직진 후, 건물을 끼고 우회전하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보행용 네비게이션 앱을 사용해 길을 찾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설명을 들었다고 해서 길이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날은 눈까지 많이 쌓여 있었다. 발끝으로 바닥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걸어가는데, 한 여성분이 다가왔다.
"여기 길이 많이 미끄러워요. 저기까지만 같이 가 드릴게요."
그렇게 약 100미터 정도를 함께 걸었다. 도착 후, 목적지인 무신사 개러지로 가려 한다고 말하며 방향만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분이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제가 지금 임신 10개월 차라서요. 더 도와드리고 싶은데 죄송해요."
나는 얼른 답했다.
"아니에요, 이만큼만 도와주셔도 저한테는 너무나 큰 도움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 짧은 순간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완벽하게 스스로 해낼 수 없는 일을, 때로는 아무 대책 없이 무모하게 도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길을 찾다가 실패할 수도 있고, 목적지까지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또 다른 생각도 든다.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쯤은 도와주겠지. 길을 걷다 보면, 어딘가에서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이 있을 거라는 기대.
그런데 만약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내가 하는 이런 도전이, 누군가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혹시 일방적인 기대는 아닐까.
그렇다고 이 기대를 내려놓으면,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
누군가 한 명쯤은 선의로 손을 내밀 거라는 믿음. 그것이 결국 스스로 구걸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그 기대조차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천 원이 없어서, 구걸을 해서라도 빵 하나를 사 먹고 배고픔을 채우는 것과 비슷한 마음.
이런 고민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결국 나는 다시 길을 나선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때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또 때로는 혼자서 버티며.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