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프로젝트 - 18
가끔은 글을 쓴다는 게 진짜 나를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나아 보이려는 일처럼 느껴진다. 있는 그대로 쓰고 싶지만, 막상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도, 내 경험도 조금씩 포장지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사실, 내가 뭘 했는지보다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글이 없어도, 설명이 없어도 그 자체로 증명되고 싶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글을 써야 하고, 보여줘야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있는 그대로’는 ‘있는 그대로처럼 보이는’ 게 된다.
내가 쓴 글이 진짜 내 마음인지, 아니면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마음처럼 보이길 바란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글을 쓰고 나면 후회가 남는다.
“왜 이렇게까지 썼지?”
“이건 너무 꾸며졌는데…”
그럼에도 글을 멈출 수는 없다.
말로는 다 못하는 걸 글로라도 꺼내야 내가 정리가 된다. 그 정리가 꼭 남을 위한 설명은 아니더라도
나 자신을 위한 마침표이기도 하다.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든다. 포장도 결국, 나의 일부일 수 있다고.
사람이 완전히 날것일 수는 없으니까. 그냥 적당히 포장된 채로라도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그것도 나름의 솔직함일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려 한다.
덜 꾸미되, 아예 꾸미지 않으려고 애쓰지는 않으면서.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으면서.
그래도 가끔은 아무 말 없이, 아무 글 없이 조용히 내 존재로만 증명받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