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프로젝트 - 04
H는 자신을 둘러싼 인연 중, 특정 인연을 끊고 싶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끊겠다고 했지만 마치 자신도 모르게 다시 손은 그와의 인연의 끈을 잡게 된다 한다.
이러한 얘기에 영감을 받아 글이 나왔다.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 손은 불현듯 그곳으로 다시 향한다. 마치 오래된 자석에 이끌리는 낡은 나침반처럼.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더 이상 돌아보지 않겠다고, 이쯤에서 멈추겠다고. 하지만 미련이란 녀석은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 숨결처럼 찾아온다. 멈춘 줄 알았던 마음을 깨워, 나를 이리저리 흔든다.
그 미련은 고요한 바다를 가르는 작은 물결 같다. 처음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다가오지만, 점점 내 안의 깊은 곳까지 흔들린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그 물결은 내 마음속 가장 낮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내가 아무리 강한 방파제를 쌓아 올려도, 그 물결은 늘 다른 길을 찾아온다.
나는 이 미련이 답답하다. 마치 꽉 잠긴 창문 앞에 서 있는 느낌이다.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창문은 닫혀 있고, 나는 그 너머를 바라보기만 한다. 어쩌면 창문을 열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어버리면, 차가운 바람과 함께 그 모든 기억이 다시 밀려올까 두렵다. 그래서 나는 창문 앞에서 그저 서성인다.
미련이란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내 안에 뿌리를 내리고, 매듭처럼 단단하게 얽힌다. 아무리 풀어내려 해도 더 단단히 조여지는 매듭. 손끝으로 더듬으며 이 매듭을 풀 수 있을지 고민하지만, 풀리는 대신 나를 더 엉키게 한다.
끊으려 했는데, 다시 손이 간다. 이유를 모른다. 손끝은 이미 그 익숙한 감촉을 기억하고 있다. 그곳엔 무언가 남아 있다. 내가 끝내지 못한 이야기, 다하지 못한 말들, 그리고 그 사이에 숨겨진 조각들. 그것들을 잊고 싶었으나, 결국 잊지 못했다. 미련이란, 어쩌면 내게 던져진 질문일지도 모른다. "너는 정말로 이걸 놓을 준비가 되었니?" 나는 대답 대신 다시 그곳으로 손을 뻗는다. 그 답답함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나 자신을 마주한다.
위 글을 읽은 H는 아무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