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길, 매일의 감각

H 프로젝트 - 22

by 시나브로

내 삶을 다른 사람이 본다면 가장 먼저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장애만 생각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나도 그저 사람으로서 좋고 싫고, 편하고 불편한 걸 느끼며 살아간다.
모든 걸 ‘장애인의 입장’에서 말해야 한다는 기대에 항상 응답할 수는 없다.
그럴 능력도, 여유도 없는 날이 많다.


가끔은 장애나 비장애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닌데도
모든 말이 좌냐 우냐, 어느 편이냐 선택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건지, 아니면 실제로 그런 분위기 속에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주 초, 필라테스 수업 20회를 다 마쳤다. 이제는 요가 수업을 등록해서 다니고 있다.
요가원은 편의점 2층에 있다. 몇 번 가보니 이제는 길도 어느 정도 익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날은 그게 아니었다. 아파트에서 나와 요가원을 찾는 길에서 엄청나게 헤맸다.
지나가던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편의점 위치를 물었더니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나를 도와준 사람은 생각보다 어린, 꼬마였다.

돌아오는 길에도 내가 사는 동을 찾지 못해 결국 집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찾으러 내려와달라고 부탁했다. 한참 후에야 만날 수 있었다.

함께 지내는 친구가 편의점에서 집까지의 길을 다시 함께 걸어주며 정말 자세히 설명해줬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다니고 나니 지금은 대략 85퍼센트쯤은 익숙해졌다고 느낀다.


요가원에는 지난주에 세 번 갔다. 두 번은 잘 찾았고, 세 번째는 많이 헤맸다.

내가 길을 알고 있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애매한 상황이다.
어떨 땐 잘 찾아가고, 어떨 땐 엉뚱한 방향으로 가 있다.
운이 좋으면 잘 도착하고, 운이 나쁘면 길을 잃는다.

매일매일이 그런 식이다.

어제 익힌 길도, 오늘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사람을 만나서 도움을 받을 때도 있고,
아무도 없어 발걸음을 멈추는 날도 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조금씩 익혀가는 길이 있고,
조금씩 버텨내는 감각이 있다.

장애보다 먼저 말하고 싶은 건
그저 내가 살아가는 매일의 리듬이다.

익숙함과 낯섦이 섞인 하루,
조금 헤매도 결국 돌아오는 길. 그게 지금의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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