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H 프로젝트 - 23

by 시나브로

나는 평소에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부터도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때로는 내가 싫어하던 모습이 내 안에서도 슬며시 드러날 때가 있다.

세월을 오래 살아도 대접받으려 하지 않는 어른들을 보면 정말 멋지다고 느낀다. 그런 분들을 닮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스스로를 내려놓고, 상대에게 “이래야 한다”는 기대나 기준을 버리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으려 애쓴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나에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조심스럽기만 하다. 마음속으로는 언짢은 순간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 속으로 삭이고 넘기려고 한다. 그게 겉으로 잘 감춰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얼마 전 길에서 마주오던 어르신과 부딪쳤다. 그분은 “앞을 똑바로 보고 다녀야지” 하고 화를 내셨다. 순간, 나도 모르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작게 “저는 앞이 잘 안 보여요”라고 말했다. 그때는 억울하고 당황스러웠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지하철 게이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쪽 게이트를 내가 찍고 지나가려는데 반대편에서 어떤 어르신이 다가오며 큰 소리로 나무라셨다. 역시 그때도 작게 “저는 시각장애인입니다”라고 말은 했지만, 마음이 꽤 불편했다. 사실은 좀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살짝 부딪혔을 때 “제가 죄송해요”라고 먼저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앞이 보이지 않음에도 내가 미안하다고 해야 마땅한 상황인데, 그분들이 오히려 먼저 사과해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래서 나도 언제나 “제가 더 조심했어야 했어요”라고 말한다.

어쩌면 마주 오는 사람들도 시력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고, 무심코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처음부터 화부터 내는 모습은 좀 아쉽다.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도 다시 다짐하게 된다. 나부터는, 어떤 상황에서도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살다 보면 사람은 참 다양하다는 걸 느낀다. 그런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의 태도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일. 그게 나에게는 꽤 중요한 숙제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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