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늘 ‘나중에’를 예약해두고 살까

현재보다 미래를 먼저 살아온 시간들

by 시나브로

나는 평일의 대부분을 일에 우선순위를 두며 살고 있다.

‘나중에 하자’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내가 조금 더 희생하면 된다고 여겨왔다.

그러다 보니 평일 저녁의 풍경은 늘 비슷하다.

퇴근해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잠깐 쉬다 보면 어느새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이런 하루가 반복된다.

지금의 나는 현재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편인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아쉬움이 있고,

내 능력은 아직 이 정도에 머물러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도 한다.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지금의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을 동시에 내리고 있다.

달성하고 싶은 것들은 많다.

그동안 이뤄온 것들이 분명 있음에도,

내 시선은 늘 아직 도달하지 못한 목표에 머문다.

이런 결핍의 감각 속에서,

나는 선택의 순간마다 휴식을 ‘나중’으로 미뤄두곤 했다.

이건 나중에 시작하자.

지금은 힘드니까, 쉬는 건 나중에 하자.

지금 하고 싶은 건 있지만,

조금만 더 참으면 나중에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며 스스로를 설득한다.

적어둔 버킷리스트만 해도 80개가 넘는다.

그중 적지 않은 것들을 이미 이루었지만,

나는 여전히 달성하지 못한 목표들만 바라보고 있다.

이뤄온 것보다, 남은 것들이 더 크게 느껴진다.

얼마 전 보았던 세바시 영상에서

AI가 많은 것을 대체하게 될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그냥 하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

걱정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목표가 높아도 한 걸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면,

‘나중이란 이름으로 예약해둔 것들’은

어느 순간 까맣게 잊히거나,

아예 잃어버리기도 쉽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시간,

하루쯤 공부나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는 시간.

이런 것들을 더 이상 ‘나중’에만 맡겨두지 않고,

하루하루 속에서 조금씩 꺼내 써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의 순간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이,

어쩌면 내가 계속 미뤄왔던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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