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를 멈추게 하는 장면

같은 시간에, 다른 전쟁을 향해

by 시나브로

반복되는 일상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문득 시선이 머무는 장면들이 있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소소한 재미와 묘한 동지애를 느낄 때가 있다.

매일 같은 시간, 집 밖을 나서 걸을 때면

항상 비슷한 옷차림으로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어르신,

땀을 흘리며 우리 주변 곳곳을 묵묵히 청소하는 분들,

버스 정류장을 향해 늘 급하게 뛰는 사람을 마주친다.

비슷한 모습의 사람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풍경은

나에겐 마치 시계 바늘처럼 느껴진다.

그들을 지나 지하철역에 도착하는 시간은 거의 일정하고,

몇 분 뒤 도착한 지하철 안에서도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신문을 읽는 사람,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항상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

그들은 나를 의식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각자만의 전쟁터로 향하고 있을 뿐이다.

출근길이 유난히 힘들게 느껴지는 날,

이렇게 익숙한 풍경 속 사람들을 바라보다 보면

그들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과 마음을 안고 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해보곤 한다.

일보다 휴식이나 노는 시간이 더 좋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장면들이

종종 나에게 조용한 위로가 된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각자만의 사정을 안고

현실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자신만의 전쟁터로 향하는 길 위에 있다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왜 늘 ‘나중에’를 예약해두고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