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 대안의 대안을 찾아서

가치관 대혼란 육아 프로젝트Part2. 다른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어

by 유혜

2학년이 된 하임이는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계속했다. 몸도 성장하고 마음도 자랐다. 자신이 예쁨 받았던 것만큼 새로 들어온 1학년 동생들을 챙기고 제법 언니 노릇을 했다.


하임이는 어느 날부터 '과학수사대'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추리이야기에 흥미를 느꼈고, 감춰진 단서를 발견해서 억울한 피해자들을 돕는 것이 멋져 보였다. 하임이의 흥미를 눈치챈 해윤은 과학에 관련된 전집을 들이거나 주말에 근처 과학관을 자주 찾으면서 아이의 꿈을 응원했다. 하임이의 학교 근처에는 영어로 과학을 가르쳐주는 기관이 있었는데, 하임이는 체험수업을 해보고는 계속 참여하고 싶어했다. 행복한 학교에서는 원칙적으로 사교육을 금지했지만, 하임이의 장래희망이 과학수사대인 것과, 또래보다 영어를 잘한다는 점 때문에 학교에서도 하임이가 과학학원에 다니는 것을 적극 장려했다.


어렸을 때는 장래희망이 자주 바뀌는 법인데, 하임이의 꿈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해윤은 하임이의 학업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이 또 한가지 늘었다. 이 학교는 규모가 작아서 이과(자연계) 수업은 지원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마침 하임이와 친하게 지내던 고3언니 여진이가 있었다. 이과계열 대학을 지망하고 있었고, 학교에서 수학수업을 제공할 수 없어서 독학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첫 수능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학생은 긍정적으로 다시한번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졸업 후 1년 재수를 했다.


하임이가 2학년을 마칠 무렵, 여진이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지방대학교 사회학과에 진학했다는 내용이었다. 해윤은 여진학생이 어느 대학에 갔느냐보다 사회학과에 진학했다는 것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캠프를 다니고 좋은 성품을 키우고 자신의 꿈을 발견하도록 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입시 시스템 안에서 그 꿈을 실현하려면 좋은 성적이 있어야 했다. 특히 이과계열은 더욱 그랬다. 그런 점에서 해윤은 하임이가 계속 이 학교를 다니는 것이 옳은 것일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차라리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관심분야에 대한 사교육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결국 해윤은 일반학교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하임이에게도 마음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임이가 3학년이 된 봄날, 해윤은 하임이에게 이야기했다.


"하임아, 우리 올해 까지만 이 학교에 다닐거야. 올해 하는 캠프, 대회, 축제가 모두 마지막일거야. 마지막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즐기자."


하임이는 엄마의 이야기를 이해했다. 학교의 부족한 학업문제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모든 설명과 맥락을 이해했다. 그러나 마음은 한없이 슬펐다. 이 곳에서 만난 언니, 오빠, 동생들, 선생님들... 모든 관계가 이대로 끝나고 못 만나게 되는 상황이 두려웠다. 불안했던 어린 마음을 지지해주었던 모든 응원들, 처음으로 느꼈던 애정과 사랑들, 평생 함께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별을 하게 되다니.


그동안 일반학교에 다니다가 전학을 온 오빠도 있었고, 이 학교에 다니다가 전학간 사람도 있었다. 졸업한 언니들도 있었고, 새로 들어온 동생들도 있었다.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도 있게 마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곧 받아들여야 하는 이별 또한 그런 것이겠거니 애써 담담하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 마지막 등교날이 되었을 때, 하임이는 언니들을 붙들고 펑펑 울었다. 해윤은 그런 하임이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그저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대안학교에 다니다가 일반학교로 옮길 경우엔 학업성취도 테스트를 해야 했다. 그 테스트에서 하임이는 거의 만점을 맞았다. 해윤은 하임이가 그 시험을 잘 볼 수 있었던 이유가 태블릿 학습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교과내용을 그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변형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수업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문제풀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동안 보조수단으로 사용했던 태블릿 학습지 덕분에 학업결손을 막을 수 있었고, 아무런 문제 없이 일반학교 4학년으로 진학할 수 있었다.


한편, 2년 전에 청약에 당첨 되었던 아파트 입주시기가 다가왔다. 그동안 박사과정을 하면서 중도금 이자를 내느라 허덕였던 해윤은 이제 드디어 전세 세입자를 구해서 잔금을 치르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고 입주장을 이유로 전세로 잔금을 맞출 수 없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연고도 없는 멀고 먼 곳으로 이사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었다.


하임이의 일반학교 전학과 맞물려 낯선 곳으로 이사까지 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자신의 박사과정 공부까지... 해윤은 모든 것이 뒤엉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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