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2. 변해가는 아이들

가치관 대혼란 육아 프로젝트 Part3. 인생에 대안이 있을까

by 유혜

"엄마, 서아가 자꾸 부정적인 말을 하는데... 나도 그걸 옮는 것 같아."


하임이는 예민하고 불안이 많은 아이였다. 엄마의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이 많으면 말하지 않아도 그것을 느끼고 여지없이 옮는 아이였다. 그래서 항상 하임이에게는 모든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긍정적인 언어로 이야기했다. 항상 칭찬하고 응원하는 어조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부정적인 말투나 비속어를 쓰는 아이들도 늘어났다. 하임이는 그 안에서 자신의 생각과 말투가 친구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었다.


"엄마... 어떤 애가 익메(카톡에 있는 익명메시지)로 나한테 잘난척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내가 그래?"

"글쎄, 엄마가 보기엔 전혀 아닌데. 그리고 그렇게 익명으로 말하는 건 비겁해. 당당하면 만나서 얘기하자고 해."


해윤은 일부러 조금 강한 어투로 말했다. 하임이가 친구들의 말에 자꾸만 끌려가는 것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도 친구관계에 있어서 계속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것 같아서, 주관을 갖고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난 잘난 척 한 적 없어. 내가 언제 그랬는지 익메로 보내지 말고 만나서 얘기해."

하임이는 그 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아이는 답이 없었다.




6학년이 된 후, 하임이는 과학이 싫어졌다. 선생님 때문이었다. 반디초등학교 6학년 과학선생님은 50대 중반의 여선생님이었다. 평생을 초등학교 과학교사로 살았고, 반디초등학교에서만 10년을 근무한 베테랑 교사였다. 아이들은 이 선생님을 싫어했다. 선생님은 수업에 지각을 하거나 아이들을 쉽게 혼냈다. 아이들은 과학 선생님 앞에서 항상 주눅들고 억울했다. 자연스럽게 선생님 뒤에서는 뒷담화를 하기 일쑤였다.


"아 진짜! 과학쌤 XX싫어!"

"X 짜증나! 우리도 과학쌤 탄핵시켜 버리자!"


하임이는 이런 아이들의 문화가 낯설었다. 물론 과학선생님에 대해서 화나는 감정은 하임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선생님께 저렇게 심한 욕을 하는 아이들도 무서웠다. 아니, 그렇게 욕하는 모습을 자신이 닮을까봐 겁이 났다.


"엄마, 오늘 과학쌤이 수업시간에 영상 틀어놓고 바쁘다고 나가서 수업끝나고 돌아왔어. 애들이 계속 선생님 욕해."


해윤은 하임이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안타까웠다. 한 때 과학수사대를 꿈꾸고 비싼 과학학원도 다니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을 키웠었는데, 그런 노력이 선생님 한 명으로 인해 무너진 것 같았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열정이 있고 좋은 분이셨다. 그런데 이렇게 간혹 교사로서 타성에 젖은 사람도 있었다. 그 점이 일반 초등학교의 문제점이었다. 샛별 초등학교에서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유난히 무뚝뚝한 분이라 하임이가 적응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반디초등학교에서 5,6학년 담임선생님은 살갑고 좋은 분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학선생님이 문제라니. 해윤은 하임이가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길 기도해야 하는 것이 싫었다. 어떻게 '좋은' 선생님과 '나쁜' 선생님이 있을 수 있는지,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줄 담임선생님을 복불복으로 추첨받아야 하는 것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임이는 교회에서 하는 활동들을 좋아했고, 열심히 참여했다. 함께 자란 언니들이 해가 바뀌며 중등부에 올라갔고, 중등부 언니들과 가끔 만나 언니들의 소식을 듣는 것도 즐거웠다.


"이번에 새로 바뀐 전도사님, 완전 짜증나."

"진짜, X같애."


초등부에서 함께 활동했던 언니들이 중학생이 되더니 말이 거칠어졌다. 게다가 전도사님을 욕하는 뒷담화라니. 하임이는 충격을 받았다.


주변 친구들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꼭 욕을 쓰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들의 생각과 태도가 부정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매사에 자신이 없고 주눅들어 있었으며,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못난 점을 불평했다. 그런 문화 속에서 하임이는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며칠이 지난 후에, 하임이가 말했다.


"나는 어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괜찮아, 난 할 수 있어. 하면 되지 뭐.'라고 말하거든. 근데 그 모습이 어떤 애들한테는 잘난척 하는 걸로 비쳐지나봐. 나는 잘난 척 한게 아니라, 자신없을 때 더 용기를 내려고 말한건데..."


그랬다. 하임이의 긍정적인 말투는, 어떤 아이들에게는 믿음을 주는 다정한 친구라는 느낌을 주지만, 일부 어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을 잘하면서 더 잘난척까지 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매커니즘을 하임이 스스로가 잘 파악하고 있었다.


해윤은 아이들에게 왜 부정적인 언행이 늘어나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하임이에게 어떻게 가르치는 게 좋을지 깊이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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