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다가구 라이프
이 집에 살면서 경제적으로 조금씩 여유가 생겨서 저축을 할 수 있었다.
아이패드 때문에 시작한 강제저축이 어느덧 5년이 되어 만기를 앞두고 있었다.
어느날 은행에서 연락이 왔다. 만기를 앞둔 상품을 갈아탈 수 있는 좋은 상품이 있다면서 직접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 즈음 남편은 연금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소액이라도 연금을 준비해놔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 말에 나도 동의하고 있었다.
집근처 카페에서 만난 은행직원은 새로운 연금상품을 소개했다. 우리가 월 100만원 정도를 저축할 수 있으니 그 정도 금액을 다른 상품에 이어서 가입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기를 채우지 않고 지금 바로 가입하면 어떤 추가혜택이 있는지도 설명했다. 그때까지 모아진 돈은 5천만원 가까이 되었다. 중간에 출금을 자주 반복하기는 했지만, 월 100만원씩 5년을 강제로 모아 놓으니, 어쨌든 큰 목돈이 되었다.
나는 그 돈이 만기가 되면 다음번 이사 때 전세금으로 보탤 생각이었다. 은행직원은 그 돈을 이사갈 때까지 파킹할 수 있는 또 다른 상품도 추천해주었다. 강제저축의 장점도 있었지만,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었기에 앞으로 계속 월 100만원씩 매이기는 싫었다. 그래서 며칠을 고민했다. 그 은행직원은 몇 번을 더 찾아왔고, 나와 남편은 고심끝에 그 직원의 말대로 상품을 갈아탔다. 일단 목돈 5천여만원은 다른 상품으로 묶어 놓고, 우리는 새롭게 월 100만원씩 계속 저축해 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내 이름으로 50만원, 남편 이름으로 50만원씩 넣는 연금보험 성격이었다.
몇 달 간 계속해서 납입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연금성 상품에 한 사람당 월 50만원을 넣는 것은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액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연락을 했지만, 계약을 변경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즈음 화제가 된 뉴스가 있었다. 종신보험을 연금이라고 속여서 가입시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약관을 확인했다. 아뿔싸. 이건 종신보험이었다. 즉, 나 또는 남편이 사망해야지만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상품이었던 것이다.
그 날부터 악몽이 시작되었다.
은행에 문의를 했으나 상품을 해지하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나는 금융감독원 민원창구를 두드렸다. 며칠에 걸쳐 그동안 나눈 대화내용과 서류를 준비했고, 은행직원이 우리에게 종신보험을 속여서 판매한 사실을 증명했다.
우리를 속인 직원의 상사일 것 같은 사람과 통화를 했다.
"가진 것 없는 서민이 월 100만원씩 저축하는 게 쉬운 줄 아세요?"
나는 그에게 울분을 쏟았다.
"알죠..."
정말 알고 하는 대답일까? 알았다면 그렇게 속여서 팔 수가 있을까?
결국 그 직원은 징계를 받았다. 그렇게 전해들었지만, 어디까지 한 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몇달동안 골치를 썩었고, 원금은 돌려받았지만, 그 동안의 이자는 먼지가 되었다. 오히려 저축보험을 만기까지 두었으면 받을 수 있었던 이자도 사라졌다. 그 상품을 다시 복구 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원금을 건진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렇게 지난 5년간 시달리던 강제저축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원금만 고스란히 돌아왔다. 아니, 소득이라고 하면 세상물정을 모르고 싸인을 남발했던 무지를 깨닫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값비싼 경험을 준 그 돈과 함께
몇 달 후,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