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창부수, 꼰대 임대인 할머니

Part1. 다가구 라이프

by 유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집이 좋았다. 어쨌든 전세금 4500만원을 무이자로 지원받았고, 어린이집도 가깝고 아이에겐 훨씬 좋은 환경이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경제활동도 할 수 있었고, 남편 회사도 안정을 찾아서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고 있었다. 덕분에 조금씩이나마 저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꼰대 임대인 부부는 근처에 있는 ㄷ교회에 다니고 있었다. 처음 이사왔을 때, 대화하다가 근처에서 다닐 교회를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들이 다니는 교회에 오라며 적극 추천했었다. 그 교회에 안 가길 얼마나 잘한 일인지 살면서 계속 가슴을 쓸어내렸다.


2년이 지났다. 아이는 아직 5살이었고, 어린이집을 바꾸거나 이사를 갈 필요도 없어서 재계약을 하고 싶었다. Sh에 문의했더니 부동산을 끼고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게 아니라서, 내가 직접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 서류 중에는 해당 부동산 건물에 거주하는 다른 임차인의 월세가격을 적는 내용도 있었다. (해당 부동산의 권리분석 과정이었다. 2년 전 계약 시에도 아마 이 서류를 내야 했겠지만, 부동산에서 알아서 조용히 처리했던 것 같았다.)


나는 임대인 할머니에게 이 내용을 말씀드렸다. 그날 저녁, 임대인 할머니는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이거 꼭 해야 돼? 이거 이 사람들 개인정보잖아. 이런 걸 적는 거 알면 기분이 좋겠어?"


나는 할 말이 없었다. Sh 심사에 통과해야 무이자 4500을 계속해서 지원받을 수 있으니까.

임대인 할머니는 내 얼굴 앞에서 종이를 흔들며 계속 말을 이었다.


"아니, 이거 무이자라며? 그럼 월세 5만원이라도 내야 되는 거 아니야?"


Sh에서 서울시민인 나한테 무이자로 지원해준다는데, 내가 왜 당신한테 월세를 내야 하는지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보증금을 인질처럼 저당잡힌 임차인이었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주기 싫으면 그냥 나가라고 해도 되는 것 아닌가? 계약기간 만료로 상호 합의하에 재계약을 안 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나가면 이만큼의 가격으로 새 임차인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서류를 써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집에서 4년째 살던 어느 날, 집에 놀러 온 동네언니와 이야기하다가 집값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 집이 1억 6천이라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언니는 집을 다시 훑어봤다. 동네 시세로 보아, 아무리 높게 잡아도 1억 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Sh 지원금은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차라리 같은 금액의 전세대출을 받았다면 좀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당시에 대출이라는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대출은 빚, 빚은 절대 지면 안되는 것이라는 부모 세대의 교육이 있었다. 친정엄마는 내가 대학교 다닐 때도 가난한 형편에 악착같이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하게 했다. 대학원에 가서도 부모님께 거짓말 하고 학자금 대출을 일부 받았지만, 내내 과외를 하면서 갚으면서 다녔다. 나는 전세대출이라는 제도를 '악'으로 여겼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4500만원에 이자 4%였다면 한달에 15만원... 그 돈을 아끼면서, 읍시(없이) 산다는 수모를 겪으면서 이 낡은 집에 살 만한 가치가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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