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임대인 할아버지

Part1. 다가구 라이프

by 유혜

이사를 들어가는 날, 오전에 짐을 빼는 이전 임차인을 마주쳤다. 젊은 신혼부부였고, 이 집에 3년을 살다가 내집마련을 해서 나간다고 했다.


"이 집에 사시면 꼭 내집마련을 하시게 될 거에요."


이 말의 뜻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할아버지 임대인은 한마디로 꼰대였다. 겉으로는 사람 좋은 척 하면서

"이 정도 벌어서 집 짓고 월세 받는게 쉬운 줄 알아?"

라는 자기 인생에 대한 부심이 뿜뿜 뿜어져나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 집에는 주차공간이 3대 있었다. 그 중에 한 곳은 임대인이 창고로 썼고, 다른 2곳만 사전에 정해진 임차인이 쓸 수 있었다. 그 중에 한 집이 우리였다. 우리는 아이가 생긴 후에 경차 한 대를 장만해서 타고 있었다.


평소에는 윗집 아저씨와 주차공간을 나눠쓰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가끔 임대인의 아들이 방문을 할 때가 있었다. 그때는 그 아들의 주차공간을 내어주기 위해, 경차인 우리가, 임대인의 창고로 차를 넣어야 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임대인은 우리에게 정중하게 부탁을 했지만, 우리차가 경차라서, 짐 많은 창고에 들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뉘앙스도 느껴졌다.


이 집의 또 한가지 문제점은 전등이었다. 오래된 안정기를 쓰는 탓인지 형광등이 자주 나갔다. 몇 번은 남편이 수리를 했지만, 어느 날은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데 '펑!'하면서 불꽃이 튀면서 폭발하기도 했다. 위험하다는 생각에 임대인에게 이야기를 했다.


"저희 집 안정기가 자꾸 문제가 있어요. 형광등도 자주 나가고요... 저희가 몇번 갈았는데 자꾸 그러네요. 화재위험도 있고.. 위험해 보여서요..."


나의 이 말에 임대인은 버럭 화를 냈다.


"그러게, 그, LED로 바꾸는 거 돈 10만원도 안하는데 왜 안 바꾸고 그러고 살아?"


나는 임대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몇 초간 얼어 있었다. 임대인은 우리가 LED 전등으로 바꾸고 나가기를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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