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내 집 지키기
임대인이 되어 임차인을 맞는건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임차인은 신축아파트만 돌아다니며 월세만 살고 있다는 4인가족이었고, 자신은 AS도 다 받아주고 집도 깨끗하게 쓰는 사람이라고 어필했다. 시세대로 가격을 맞췄다. 내가 그 집에 사는 동안 대부분의 AS를 처리완료한 상태였다. 새로 들어온 임차인이 사는 동안 몇건의 하자를 더 발견해주어 추가로 AS신청을 했다.
1년쯤 지나고 임차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세탁실에 곰팡이가 생긴다고, 나에게 입주할때 탄성코트를 안 했냐고 물었다. 나는 솔직히 탄성코트가 뭔지, 왜 필요한지 몰랐었다. 고층 아파트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고 임차인이 내게 알려줬다. 임차인이 살고 있는 상태에서는 공사를 할 수 없었다. 임차인은 눈에 보이는 곰팡이라도 대충 닦고 살겠다고 했다.
얼마 후, 세탁실에 균열이 생겨 AS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그동안 자기가 왠만한 AS는 다 받아주었는데 세탁실에 짐이 많아서 그걸 꺼내는 일은 못하겠다고 했다. 알아보니 골조문제 라서 하자보수기간이 5년이었다. 임차인은 2년만 살고 나갈 생각이라고, 다른 단지로 가겠다고 했다. 아이들 학교문제도 있고, 자기들 식구에게 이 집이 작다고도 했다. 어차피 나도 2년계약 후 매도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임차인이 나간 이후 날짜로 골조 AS를 받기로 해두었다.
2년의 계약만료를 4개월 앞둔 여름이었다. 임차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사를 가려고 했는데 주변 월세가 올라서 조금 더 살고 싶단다. 나는 이미 임차인이 계약연장을 안 할 것으로 생각하고, 집을 매도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미 월세 끼고 매도 광고를 올려둔 상태였다.) 그 돈을 합쳐 우리 가족의 상황에 맞게 서울에 갈아타기를 하거나 월세가 아닌 전세로 이사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임차인이 계약을 연장한단다. 그래도 4개월 전에 말했으니 임차인이 우선권이 있었다. 나는 일단 매도의사를 확실히 말했다. 임차인이 더 살 수 있을지 나가야할지 여부는 새 임대인의 실거주 의지에 달려 있었다.
며칠 동안 고민을 했다. 실거주할 임대인이 들어오면 나가야하는데 과연 임차인이 집을 잘 보여주려고 할까. 임차인의 불안이 느껴졌다. 아니, 나만의 불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되도록이면 임차인을 안 나가게 하는게 내 맘이 편할 것 같았다. 나는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임차인 입장에서 몇 년을 고생했는데, 내 임차인에게 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임차인에게 연락을 했다. 계속 계약연장을 해주겠노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매도를 안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내가 계약연장을 해주고 (물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월세 낀 매물로 매도하고 싶었다. 계약 연장을 해주겠다는 말에 임차인이 기뻐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불안했다. 경기도 집을 팔지 않으면, 그 돈을 보태지 않으면, 우리가 이사를 가기가 어려웠다. 여러 대출이나 다른 방도를 고민했다. 조금 더 싼 지역으로 이사갈 것도 고민했다. 하지만 중학교 배정 문제 때문에 아무 곳으로나 갈 수도 없었다.
한 달쯤 기간을 더 기다린 것 같다. 부동산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당연히 월세 낀 매물은 보러오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정말 미안했지만, 우리가 이사가기 위해서는 집을 파는 방법 밖에 없었다. 다시 임차인에게 연락했다. 정말 죄송하지만, 아이 학교 문제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집을 꼭 팔아야 한다고.
자꾸 번복하는 상황에 임차인은 불안해 했다.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리고 내 불안 때문에 또 다시 타인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 자책도 했다. 며칠 후, 임차인에게 이사비와 복비를 물어주는 조건, 그리고 집이 매도되면 이사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먼저 이사갈 집을 알아보고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합의가 아니었다. 그냥 미안한 마음에 임차인의 요구대로 모두 대답하고 말았다. (임차인도 내가 안쓰러웠는지 이사비와 복비 이외의 위로금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솔직히 집을 먼저 매도하고 나서 임차인을 내보내는 게, 내 입장에서는 옳은 순서였다. 그리고 나서 매도된 돈을 합쳐서 내가 이사갈 집을 구했어야 했다. 부동산에서는 임차인이 나가고 공실이 되어야 집을 더 빨리 매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임차인이 이사가기로 한 날짜까지 집은 매도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