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치싸움, 깨져버린 계획

Part3. 내 집 지키기

by 유혜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내가 이사갈 집을 구해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매도과정에도 시간이 필요한데, 내가 이사갈 집을 알아볼 시간도 촉박했다. 임차인이 이사를 나가기 전에 빨리 매도가 되어야 했다.


부동산의 조언에 따라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그러자 처음으로 매수자가 나타났다. 신혼부부가 보고 갔는데 마음에 드는데 다음날 부모님과 함께 다시 보기로 했단다. 부동산에서는 거의 계약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이유는, 그 부모님께서 실외기실을 열어보았는데 곰팡이가 있었다고, 곰팡이 있는 집은 사면 안된다고 했단다.


예전에 임차인에게서 곰팡이가 생긴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어느정도인지는 내 눈으로 보지 못했다. 안타까웠지만 다른 매수자를 기다렸다. 부동산으로부터 손님과 함께 집을 보러 간다는 말을 가끔 전해들었지만 계약까지는 성사되지 못했다.




임차인의 이사를 며칠 앞둔 주말, 나는 A부동산에게 왜 계약이 늦는지 물어보았다. A부동산에서는 세입자가 시간이 안된다며 집을 안 보여준다고 했다. 화가 났다. 자신의 보증금을 돌려받는데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집을 보여주지 않는 것인가 싶었다. B부동산에게 물었다. 세입자는 열심히 집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C부동산에서 다짜고짜로 세입자에게 시간을 맞추라며 언성을 높였다고, 그래서 세입자가 힘들어서 C부동산에게는 집을 보여주기 싫다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C부동산은 내가 몇 개월전부터 집을 내놓았던 곳이었고, 한번도 손님을 데려간 적이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집에 곰팡이가 있다며 계약이 안될거라고 했던 곳이었다. 나는 C부동산에게 항의를 했고, 그 곳에서 매물을 거두었다. 그리고 임차인에게 외식상품권을 보내며 사과를 했다.


"일부 부동산에서 임차인분께 무례하게 행동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추운데 이사가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진심이었다. 임차인으로서 열심히 집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C부동산은 나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내며 억울하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입장, 그리고 임차인을 배려하는 모습에 대한 칭찬(?)을 전했다. 나는 C부동산을 원망하며, 답을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의 이야기를 믿어야 할 것인지 나로서는 판단할 방법이 없었다. A,B,C부동산, 그리고 임차인까지... 누군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고, 거짓말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 입장에서만 전달했을 수도 있다.

B부동산은 처음부터 임차인과의 친분으로 알게 된 곳이었다. B부동산이 자신과 친한 A부동산에도 물건을 내놓으라고 했고, 내가 먼저 내놓았던 C부동산의 태도를 지적해서 내가 C부동산에서 물건을 거둬들였다. 결국 A, B 두 부동산에만 매물이 올라가 있는 상태가 되었다. 부동산 간의 정치싸움에 말려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사가야할 집을 구해야 하는데, 경기도 집은 언제 팔릴지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또 다시 월세를 구했다. 시세는 올라 있었고, 보증금과 월세가 높은 집을 계약 했다. 집을 판 돈을 합쳐 갈아타기를 하거나 전세로 이사가서 월세를 아끼자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월세로 살면서, 경기도 집이 팔리면 서울에 작은 구축 아파트라도 전월세를 끼고 매수를 해보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런데, 월세 계약 바로 다음 날,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다. 이제 서울의 모든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어서 실거주가 아닌 전세낀 매수는 불가능해졌다. 청천벽력이었다. 우리는 이미 월세 계약을 했는데, 경기도 집이 팔려도 서울에 매수가 불가능해졌다. 그래도 계속 매도를 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고민에 빠졌다.


부동산에서는 "임차인까지 내보냈는데, 이 참에 그냥 매도를 하고, 돈을 갖고 있다가 나중에 서울에 기회가 되었을 때 매수하라"고 했다. 하지만 집을 매도하고 나서 서울에 매수를 하지 못한채로 갭만 커진다면... 영영 다시는 내집마련을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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