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내 집 지키기
내 집이 없어진다고 생각을 하니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동안 임차인으로, Sh전세난민으로 살면서 고생했던 일들, 내 집을 꼭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었던 사건들이 떠올랐다. 다시 기약없이 임차인으로 산다는 것이 현실적인 비극으로 다가왔다. 이건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내 평생에 걸쳐 쌓인 서러움이었다. 나에게 '내 집'이란 그런 의미였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경기도에서 월세를 받아 서울에 월세를 내고 있는 입장에서, 이 집을 공실상태로 오래 둘 여유는 없었다. 갈아타기가 불가능해지면서, 이 집을 매도와 동시에 월세로도 내 놓았다. 월세로는 금액을 시세보다 높게 내놓았다. 임차인을 내보내고 공실이 되면서 금전적으로 힘들었던 것을 보상받고 싶었다. 정치싸움을 하는 것 같은 A, B 부동산 외에 D부동산에도 새로 내놓았다. 매매 매물은 넘쳐나는 상황이었고 공실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전월세 매물은 귀했다. 월세로 내 놓는 동시에 문의가 쏟아졌다.
나는 마음이 급했고, 임차인이 이사 나가기 전이라도 계약이 된다면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데 부동산에서는 이상하게도 하나같이 손님을 미리 데려가지 않고, 임차인이 이사가는 날짜만 기다렸다. 임차인이 이사를 나가는 날, 서로 앞다투어 3팀이 보고 갔다. 그 중에서 D부동산 손님이 매우 급해보였다. 공실인 동안의 관리비까지 내줄테니 제발 계약을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A부동산에서 말했다.
"저희 손님이 지난주부터 보겠다고 하셨는데... 방금 보시고는, 집은 좋은데 월세가 비싸다고 망설이고 계세요."
이해가 안 되었다. 지난주부터 보겠다고 했으면 지난주에 보여줬어야지, 왜 임차인이 나가는 날까지 기다렸을까. D부동산도 마찬가지였다. 임차인이 나가는 시각, 잔금 주는 시각까지 물어가며 임차인이 나간 직후 가장 먼저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부동산은 우리 집 임차인이 집을 보여주지 않아 불편했던 것이었다. 몇 주전 A부동산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임차인이 자기가 시간 없다고 집을 보여주지 않아요."
이 말에 내가 화가 났었다. 그리고 임차인에게 언성을 높였다는 C부동산을 손절했었다.
어쩌면 A나 C부동산이 문제가 아니라 임차인이 정말로 집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기와 친한 B부동산에게만 집을 보여준 건 아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그동안 임차인으로 살면서, 떠날 때가 되면 집을 보여주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던 건 너무 순진했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A부동산의 손님을 기다리다가 D부동산의 손님마저 놓쳐버리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나는 계속 머리가 아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동산에 매물을 좀 더 내놓아 볼까 싶어서 새로운 E부동산에 연락을 했다. 부동산 사장님은 며칠 전 A부동산에서 손님을 데리고 갈때 (공동중개인으로) 우리 집을 방문해봤었다고 했다.
"그런데, 거실에 마루 한 쪽이 젖어 있던데요, 알고 계세요?"
금시초문이었다.
임차인이 이사를 나가는 날, 다음 임차인이 없는 이사였기 때문에 잔금정산을 누가 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임차인과 친한 B부동산에서 나서서 해주기로 했다.
이사시 필요한 잔금정리, 월세 정리, 집 훼손상태 점검 등을 B부동산에서 해주었다. 이사날 내가 직접 갈 수도 있었지만, 복잡한데 나까지 굳이 가서 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고, 임차인 보기에 미안하기도 해서 B부동산을 믿고 전화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마루찍힘, 도배손상 등에 대해서 계산해서 보상금을 받았고, 보증금을 돌려주었다.
하지만 B부동산에서는 마루가 젖은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