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내 집 지키기
그 사이 서울에 살던 집은 매도가 되었다. 나는 임차인으로서 (내 보증금을 돌려 받는 것과 상관없이) 일부러 시간을 맞추고 부동산과 일정을 잘 조율하면서 집을 보여주었다. 내가 시간이 안된다고 거절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모든 임차인이 나처럼 하는 줄 알았다.
이 집에 매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주로 신혼부부들이었다. 집 가격은 거의 8억에 육박했으나, 대출 6억을 풀로 끼고, 구축이라서 인테리어 비용 3~5천을 생각하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젊은 사람들이 겁도 없다면서 부동산에서조차도 혀를 찼다. 10.15대책이 발표되면서 DSR이 줄어서 매수세가 주춤했지만, 곧 다시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결국 마지막에 본 신혼부부가 계약하기로 했다고 전해들었다.
이 집을 매수한 신혼부부를 생각하면서, 경기도에 우리 집을 맨 처음 매수하기로 결정했다가 포기했다던 신혼부부를 떠올렸다. 그 곳은 신축3년차 30평이었다. 서울 집은 구축 25년차 24평이었다. 금액은 서울집이 딱 1억 비쌌다. 그런데 경기도 집은 부모님이 와서 보시고는 곰팡이 떄문에 반대를 했고, 서울 집은 부모님이 보시지 않고 당사자들만의 결정으로 계약을 했다.
서울 집은 곰팡이, 결로가 가득하다. 인테리어에만 3~5천이 든다고 한다. 내가 그들의 부모였다면 엘리베이터가 가장 눈에 띄었을 것 같았다. 입대협에서 붙여 놓은 각종 소송(엘리베이터, 인터폰, 공동 조경 등에 대한 관리비 횡령과 부실공사 혐의)에 대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인터폰에도 문제가 있다. 모두 공동관리 및 부실공사와 관련된 것이라고 들었다.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의 전 재산을 들여 장만하는 신혼집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인 것을 그들은 알까. 이래서 경험 많은 어른들이 같이 보고 결정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경기도 집은 탄성과 마루 보수공사를 끝냈지만 한동안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 며칠 뒤, 부동산 어플에는 같은 단지, 같은 평형 물건이 같은 가격으로 월세매물이 올라왔다. 우리집보다 초등학교가 더 가까운 동이었다. 나는 한숨이 나왔다. 이제 월세계약조차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E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집을 맘에 들어하는 월세 손님이 있다고, 가계약금을 내겠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의 동시에 A부동산에서도 연락이 왔다. 주말 지나고 3일 후에 매매손님에게 집을 보여주겠다고.
잠시 고민했다. 헐값이지만 여전히 매도를 하는 게 맞을까? A부동산 손님이 매수를 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E부동산의 월세 손님마저 놓치는 건 아닐까?
그리고 나는, 월세 손님을 빠르게 잡는 쪽을 선택했다.
3일 후, 계약을 하러 부동산에 방문했다.
이들은 앞동도 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자녀들이 이 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학교가 가까운 것은 상관이 없었다고 했다. 천운이었다. 내가 만약 매매욕심에 3일만 기다려달라고 했다면 이들은 급한 마음에 앞동을 계약했을 것이다.
2주가 넘게 지나도록, 부동산 어플에는 우리집과 비슷한 가격에 올라와 있던 매물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나의 첫 집은 지켜졌다.
그리고 두 번째 임차인을 맞이하게 되었다. 첫번째 임차인을 들이고 내보내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부동산 문제는 절대 조급하게 결정하면 안된다는 것,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항상 좋은 사람이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는 것.
나는 서울에서 다시 한번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 학교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사를 가는 거니까, 4년 후 아이가 고1이 되고, 학교 배정이 필요없는 상황이라면 이사 결정이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인생은 알 수 없다. 특히 집 문제는 내가 생각한 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또 다시 골치가 아플 수 있다. 그게 인생이다. 신혼집을 구매할 때 어른들의 눈이 필요한 이유는, 그들의 경험이 주는 교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책이나 유투브로 절대 배울 수 없는, 경험이 가르쳐주는 꼼꼼함과 노련함, 노하우 말이다.
지난 10여년간 부동산 문제를 결정할 때, 내 곁에 어른이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의 짧은 일화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어른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