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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다시, 시작

by 박형준 변호사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던 해인 2008년에 법무법인 사명에 입사를 하여 약 11년 동안 일을 하다가 법무법인 사명에서 퇴직을 하였습니다.


약 11년 동안 사명에서의 끝이 어디일까에 관한 고민 없이 달려왔고, 저를 비롯한 그 누구도 제가 사명을 떠날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제 체력에 한계가 오게 되자, 여러 다른 이유들과 함께 정든 사명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약 11년 동안 함께 일했던 고마운 분들과 헤어지게 된 슬픈 마음 하나, 새롭게 도전할 일에 대한 설렘 하나, 불안감 하나로 참 복잡한 심경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사명에서 한 일이 모두 완벽하였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하였다는 마음이기에 조금은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몸을 회복한 후,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던 곳에서 벗어나 홀로 사무실을 내고, 운영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서, 그간에 소송 수행을 했던 과정들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도적으로 본안소송의 목적과 관련된 내용인 소장 또는 답변서, 준비서면 등을 작성하고 증인신문을 하지만, 그 외에 수반되는 절차는 모두 다른 직원들의 몫이었습니다. 본안소송뿐만 아니라 보전처분, 강제집행의 절차 또한 다른 직원들의 일이었습니다. 그 외에 변협과 관련된 사무, 사무실 운영을 위한 회계 처리도 다른 직원들의 몫이었습니다.


사건을 수임하고, 소송을 시작해서 몇 차례의 변론기일을 거쳐 판결문을 받는 일, 그 이후의 절차가 진행되어 모든 일이 완료되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명에서의 변호사 소송업무는 여러 구성원의 협력으로 결실을 맺어 왔기에 종합예술과 같다는 생각이 들자, 혼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약 11년 동안의 경험과 지식이 나에게 있다는 자신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경험과 지식 또한 사명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얻어진 소중한 것입니다.


그런 소중함을 마음에 품고 이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희망이 있고, 그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알뜰하게 채워나가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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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의 구성원 모두와 함께 일한 것은 저에게 큰 영광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일하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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