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홍대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걷고 있었다. 그곳은 항상 많은 관광객들과 힙한 젊은이들로 북적이며 바삐 움직이는 지하철역이다. 저마다 주위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각자 자신의 길을 가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모두가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유난히 느리게 걷는 두 사람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아주 오래된 노부부처럼 보인다.
수많은 젊은 사람들 틈새를 다정하게 손을 붙잡고 느리게 걷는 그들은 마치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잠시 멈추어 있는 흑백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게 다가왔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황혼 이혼과 졸혼
(결혼 생활을 졸업하는 것이라는 신조어)이 생길 정도로 결혼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일이 인간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요즘은 부쩍 노부모의 싸움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자식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식들이 어렸을 때는 부모의 다툼을 보고 마음 졸이며 슬퍼하고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모의 다툼에 화해를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몇십 년을 함께 살지만 각자 자신의 모양대로 살지 못하고 상대방에 모양에 맞추어 살수록 그럴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 이혼 후 서로 다른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도 부모 자식들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여있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가족 구조 때문이기도 하고 가족이라는 명목 아래 서로의 사생활에 너무 간섭과 통제를 하는
우리의 문화가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50대 며느리가 엄격했던 시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시댁에 발길을 차단해 버린 분을 보면서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또한 항상 단란했던 지인의 가정에서 70대 부모의 불화가 이혼소송에까지 휘말리면서 그 자식들이 다 함께 고통을 호소하는 사연을 들으면서
참 많이 안타까웠다.
어째서 30년을 아들 딸 낳고 잘 살다가 그 자식들을 모두
다 성장시켜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지자 두 부부만 지내는 것이 서로에게 고통으로 찾아온 것일까?
아마도 소통이 되지 않은 채 몇십 년을 누구의 회생으로 그저 자식들 양육을 위해 참고 살아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란한 가정처럼 보였지만 오래 곪아온 상처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온 것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이주 많은 것을 함께 공유하고 서로에게 신뢰가 쌓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들이다. 평생을 함께 보내면서 누구보다 소중히 여겨져야 할 사람이 인생 황혼에 배우자에게 이러한 존재가 된다면 그들의 삶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린 느낌 그 이상의 절망감으로 삶을 부정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더 늦지 않게 소통하며 서로의 상처를 하나씩 치유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삶을 마무리해야 하는 황혼에 인생을 더 아름답고 지혜롭게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드니 여행 중에 지인의 집에 초대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 집에서 키우던 개 두 마리가 나에게는 여전히 인상적이다.
그들은 시드니와 파블로 부부이다.
나는 습관적으로 새벽에 일어나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쓰는 습관이 있다.
거실 창으로 보이는 시드니와 파블로는 제법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집이 있는데도
굳이 비좁은 한집에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다정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곤 했다.
부인 시드니와 남편 파블로는 아주 금실 좋은 오래된 부부라고 한다. 얼마나 다정한지 지인은 파블로 부부를 침이 마르게 칭찬하신다. 정원에서 바비큐를 할 때에도 주인이 고기를 주면 항상 부인인 시드니가 먼저 먹고 나서야 비로소 남편인 파블로가 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산책을 나갈 때도 부인 시드니가 먼저 산책하고 파블로가 산책을 한다고 한다. 파블로가 어쩐지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들이 사람보다 나은 금슬 좋은 부부일지도 모르겠다. 여성과 애완견이 우선인 나라 호주에 살아서인지 반려견들조차 레이디 퍼스트가 몸에 배어 있나 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비록 사람이 아닐지라도 남편 파블로가 믿음직스러워 보이고
그들 부부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의 뒷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시드니와 파블로처럼 서로 사랑하며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네 사는 모습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소통과 치유만이 삶을 마무리해야 하는 황혼에
인생을 더 아름답고 지혜롭게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SOxniqD2K1M?si=aojlvPb-w4b9dX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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