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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천고래 Nov 28. 2017

숲 속의 비밀, 무겐노사토 슌카슈토(夢幻の里 春夏秋冬)

입욕기_온천 명인 3단 도전기


    온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동경하는 게 한 가지 있다면, 알려지지 않은 온천을 찾아 나서는 모험일 것이다. 깊은 산골짜기에 숨겨진 비밀의 온천을 만나는 일. 그도 그럴 것이 산 좋고 물 좋다는 말은 온천에도 해당되는 것이어서 도심과 멀리 떨어진 자연 속에 훌륭한 온천이 많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벳부에서는 호리타(堀田) 온천 지대가 바로 그런 곳 중 하나다. 벳부 팔탕에 속하고 있지만 온천의 수도 적고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온천을 좋아한다면 찾아갈 가치가 있는 온천이 그곳에 있다. 잊을 수 없는 숲 속의 비밀을 알려준 온천, '무겐노사토 슌카슈토(夢幻の里 春夏秋冬)'를 소개한다.



무겐노사토 슌카슈토의 입구. 막다른 골목까지 몰리고 나서야 발견하는 이 간판에 적잖이 안심했었다.
무겐노사토 슌카슈토의 접수처. 이 곳에서 입욕을 원하는 탕의 종류를 말하고 먼저 요금을 지불한다.


    무겐노사토 슌카슈토(夢幻の里 春夏秋冬)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몽환의 마을, 춘하추동'이다. 온천 치고는 꽤 멋들어진 이름인데 대체 어떤 온천이기에 그런 이름을 붙였을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들어갔다. 접수처에서 대욕장을 이용하겠다고 말하고 비용을 지불한 뒤 직원의 간단한 안내를 들었다. 


    먼저, 이 곳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해 대욕장 내에 비치된 친환경 샴푸와 린스만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욕장은 접수처와 조금 떨어져 있어 직접 안내해주겠다고도 했다. 친절한 안내를 받아 대욕장으로 가는 길, 온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산과 계곡의 풍경에 나도 모르게 들뜬 기분이 되었다. 온천 시설에 왔을 뿐인데, 작은 온천 마을에 온 것 같아 설레었다.



계곡을 가로 지르는 다리. 이 다리는 접수처 건물과 대욕장을 이어 준다.
 대욕장 근처의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천 증기. 증기의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깜짝 놀랐다.



    그렇게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여성 전용 대욕장인 '무겐노유(夢幻の湯)'. '몽환의 탕'이라, 과연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일지 들어가기도 전부터 부푼 마음이 되었다. 비어있는 신발장을 보고 속으로 '럭키!'라고 외치며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탈의실이 있고, 다시 문을 열면 온천이 있는 구조였다. 온천의 문을 열자, 꿈에서나 보았을 법한 아름다운 물빛의 노천탕이 나타났다.


    하얗고도 푸르른 물빛의 온천은 고요함을 넘어 신비한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가까이 다가가자 희미한 유황 내음도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얼른 들어가 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천천히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렬하게 들었다. 온천을 보고 있자니 압도당하는 기분에 예를 갖추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처음이었다. 조심스럽게 몸을 담그니 부드러운 물이 온몸을 휘감는 기분에 황홀하기까지 했다. 



여자 대욕장, 무겐노유 전경. 희고 푸른 빛의 고요한 온천수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얼핏 보면 기름띠 같지만, 모두 유노하나다. 띠처럼 보일 정도로 온천 성분이 풍부하다.
유노하나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미끌미끌하고 부드러운 물이 신기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유노하나가 꽤 많았다. 얼핏 보면 기름띠처럼 보일 정도로 유노하나가 풍부했는데, 온천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물결을 따라 가라앉았다 떠올랐다 하는 흰 꽃들을 보며 나는 어느 숲 속 비밀의 샘을 발견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까지 들었다. 고라니 한 마리가 몸을 담그고 쉬어간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자연과 가까운 온천이었으니까. 대욕장임에도 혼자서 오롯이 즐길 수 있는 행운까지 얻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대욕장에서 보이는 나무와 숲의 풍경. 가을이면 단풍이 들어 더 예쁠 것 같았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있는 바위와 이끼와 식물들. 자연스러운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탕 안에 앉아 가만히 하늘을 바라다보니, 온통 푸른 나뭇잎뿐. 눈 안에 빼곡히 담기는 그 풍경을 말없이 한참을 올려다보았다. 가을의 초입에서 아직 푸르기만 한 단풍도 꽤 아름다워 보였다.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그리고 온천이 흐르는 소리. 가끔 내가 움직일 때 찰박찰박 나는 물소리. 그 모습 그대로 있을 뿐인 자연이 어쩜 그리도 아름다운 지, 전혀 새로운 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왜 이 곳이 몽환의 마을, 몽환의 탕인지. 온천과 나, 세상에 둘만 남은 듯한 극도의 일치감을 경험했다. 꿈속인 듯, 나는 넋을 놓고 한참 동안이나 물속에 잠겨 있었다.



돌아 나오는 길에 발견. 입구에 예쁜 알밤이 놓여져 있었다. 주인장의 센스가 돋보인다.
들꽃을 꺾어 츠쿠바이에 둔 그 섬세한 정성에 감탄했다.



    온천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 길에 미처 보지 못한 작은 아름다움을 찾았다. 단단하게 여물어 귀여운 알밤이 입구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어디선가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츠쿠바이(蹲踞)에 예쁜 들꽃이 담겨 있었다. 작은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고 전하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봄이면 흩날리는 꽃잎을, 여름이면 빛나는 반딧불을, 가을이면 물든 단풍을, 겨울이면 설경을 즐길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온천, 무겐노사토 슌카슈토. 숲 속 비밀의 온천에 잠시 머무른 것만으로 나는 행복에 가까워졌다.




온천 정보


무겐노사토 슌카슈토(夢幻の里 春夏秋冬) ㅣ 874-0831,  Ōita-ken, Beppu-shi, 堀田6組

10:00 ~ 20:00(12월~3월은 10:00~18:00), 단 기상 상황 및 악천후 시 부정기 휴무(홈페이지 참조)

대욕장 성인 700円, 아동 300円, 대절탕 2,500円 ~ 3,000円

샴푸, 린스, 샤워젤 있음, 환경 보호를 위해 개인 샤워용품 사용 불가

홈페이지 http://mugen-no-sato.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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