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방법부터 계획 짜기, 준비물, 현장 참여 방법까지 알려드립니다.
이번 편에서는 후로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나는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음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준비 그 자체로도 재밌긴 했지만, 아무래도 정보가 없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참가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첫 번째 할 일은 후로 마라톤 참가 신청하기. 후로 마라톤은 매년 4월 1일을 기점으로 열리는 '벳부 팔탕 온천 축제(別府八湯温泉まつり)'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따라서 축제 일정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보통 1~2월 중에 축제의 일정이 결정되고 홈페이지에 정보가 업로드되기 시작한다. 지역 축제가 그렇듯, 정보가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편은 아니다.
문제는 각 코스별로 선착순 88명까지만 접수를 받는다는 점. 그렇기에 넋 놓고 있다가는 참가 신청조차 해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면밀히 조사했고, 그 결과 1월 말~2월 초에 접수가 시작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2018년 후로 마라톤의 접수 신청 시작일은 2월 1일이었다. 공지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은 축제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을 해두면 보다 편리하게 확인이 가능할 듯하다.
자, 이제 접수일이 되었다면 벳부시 관광 협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접수를 하기만 하면 된다. 참가를 원하는 코스, 이름, 연락처, 주소, 티셔츠 사이즈 정도의 간단한 정보만 넣어서 제출하면 1차 접수는 완료. 참고로 주소는 추후 우편물로 참가에 필요한 서류와 특전 등을 보내기 위함인데, 국외 참가자의 경우 이메일 안내 및 현장 수령도 가능하니 우편 수령이 불가능할 경우 반드시 사유를 밝히자.
여기서 끝이 아니다. 후로 마라톤에는 참가비가 있는데, 참가비 송금을 완료해야 접수가 완료되기 때문. 2018년 기준으로 참가비는 풀코스 3,000엔, 초-풀코스 4,000엔, 하프코스 2,000엔이다. 온라인 접수 이후 2일 안에 입금을 완료해야 하는데, 국제 송금은 시일이 다소 걸리는 편이니 주의해야 한다. 나의 경우 최근에 서비스를 시작한 송금 전문 업체를 통해 송금을 했다. 수수료도 저렴하고 송금도 빨라 다행히 기간 안에 무사히 접수를 마칠 수 있었다.
송금까지 완료되니 벳부시 관광 협회의 담당자로부터 확인 메일이 왔다. 자, 이제 접수 완료! 가자, 벳부로! 후로 마라톤으로!
접수까지 완료했다면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울 때다. 코스 완주를 위해서는 반드시 계획이 필요하다. 뭐, 그냥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5일간 42.195개의 온천에 가야 한다면 어림잡아 하루에 10개 정도의 온천에는 들어가야 완주가 가능한데 과연 계획 없이 가능할까? 벳부 사람이 아니라면, 초행길이라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후로 마라톤 기간 동안 무료 개방하는 온천은 벳부 전역에 수십 개. 이미 참가비를 지출했으므로, 입욕료라도 아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축제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무료 온천 개방 정보'를 반드시 체크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각 온천마다 사정에 따라 무료 개방일, 시간이 모두 다르다는 것. 일괄 개방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어느 곳에 가야 무료 온천을 즐길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보는 축제 한 달 전쯤 공개된다.
나의 경우 무료 개방 온천은 물론, '벳부 온천 명인' 도전을 위해 도장을 수집해야 했으므로 지난번에 가보지 못한 온천으로만 계획을 짜야하는 이중의 어려움이 있었다. 방법은 이미 온천 도장을 모은 30개의 온천은 기본적으로 제외하고 난 뒤, 무료 온천을 체크하여 일별 계획표에 기록하는 것 밖에 없었다.
가 볼 온천이 다 정리된 다음에는, 구글맵으로 동선과 거리를 파악하여 최대한 같은 구역 내에 있는 온천을 하루 내에 방문할 수 있도록 시간 계획을 짰다. 결론은 꽤 훌륭했다. 몇 가지 작은 실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계획에 맞게 온천을 방문할 수 있었다. 아마 계획이 없었더라면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하루에 10개의 온천에 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렇게 계획을 세우는 데는 최소 3일 정도는 필요하다. 그리고 떠나기 며칠 전 반드시 다시 한번 검토하자. 초기 정보에 오류가 있어, 축제가 임박할 때쯤 수정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짐을 싸서 떠날 일만 남았다. 여기서는 기본적인 여행 짐싸기는 제외하고, 후로 마라톤에 필요한 준비물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준비물 목록은 다음과 같다.
가볍고 잘 마르는 수건 여러 장
세면도구 일체(비누, 샴푸, 바디워시 등)
목욕 가방
소지품용 가방(지갑, 마라톤용 스파 포트, 생수 지참)
입고 벗기 편한 복장과 신발
후로 마라톤 참가자 서약서 및 참가상 교환권
첫 번째 준비물, 수건. 많은 온천에 가야 하고, 자주 물기를 닦아야 하므로 가볍고 잘 마르는 수건이 최소 2~3장은 필요하다. 나의 경우 얇은 수건을 2장 챙겨 다니며 종일 썼었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 잘 말려서 이틀 정도는 쓰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랬더니 4~5장 정도를 썼다. 개인 차가 있겠지만 최소 2~3장은 준비해야 마라톤 기간 동안 수건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다.
두 번째 준비물, 세면도구 일체. 이것 역시 개인 차가 있으나, 포인트는 '가볍게'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최대한 가볍고 간단하게 준비하자. 어차피 하루에 입욕하는 온천이 열 개다. 그 말은, 열 개의 온천마다 머리를 감고 바디워시를 칠할 수는 없다는 말. 지나치게 열심히 씻으면 오히려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대한 저자극의, 간단한 세면도구를 챙겨야 한다. 나는 비누 하나로도 충분했다.
세 번째 준비물, 목욕 가방. 목욕 가방은 작은 대야 하나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준비하자. 왜냐고? 후로 마라톤 참가 기념으로 제공하는 대야를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괜찮긴 하지만 이 대야를 가지고 다녀야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긴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대야와 세면도구, 수건 등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가방을 준비하길 바란다.
네 번째 준비물, 소지품 가방. 목욕 가방에 넣기는 위험한 개인 소지품들을 간단히 소지할 수 있는 가방이면 된다. 작고 가벼운 천가방을 추천한다. 지갑, 마라톤용 스파 포트, 생수 등을 보관하는 게 주목적이다. 반드시 가방 속에 생수 한 병쯤은 넣어두고 수시로 마시자. 온천은 꽤 많은 수분을 빼앗아 간다.
다섯 번째 준비물, 입고 벗기 편한 복장과 신발. 자주 입고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액세서리는 과감하게 생략하자. 복장의 전체적인 핏도 중요하다. 통풍이 잘되고 몸에 달라붙지 않아야 입고 벗을 때도 편할 뿐 아니라 잦은 온천욕으로 민감할 피부에게도 좋다. 신발은 이왕이면 양말을 신고 벗을 필요가 없도록 편한 샌들을 신자. 마라톤 기간은 완연한 봄인 데다가 온천욕을 반복하기에 여름 복장과 신발이 전혀 무리가 아니다. 단, 일교차가 떨어지는 저녁 시간에는 보온이 필요하므로 스카프나 바람막이 등을 준비한다면 완벽하다.
마지막, 여섯 번째 준비물은 '참가자 서약서 및 참가상 교환권'. Step 1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우편으로 서류를 받지 않는다면 이메일로 받을 수 있다. 이 서류는 반드시 자필 서명을 해야 하므로 프린트 후 서명해서 준비, 참가 접수 부스에 제출해야 한다.
서약서의 가장 주요한 내용은 '건강상의 이상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 고온의 온천에 반복해서 입욕해야 하므로 간혹 신체의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 참가를 즉시 중단하고, 모든 신체의 이상 상태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그 밖에도 기타 돌발 상황, 재난 시 이벤트의 중단, 초상권의 사용 등 다양한 주의 사항이 적혀있으니 서명 전 번역기 등을 통해 내용을 꼭 숙지하길 바란다.
앞선 과정을 모두 훌륭하게 해낸 당신, 후로 마라톤에 참가할 자격이 생겼습니다. 짝짝짝. 이제는 벳부로 떠나자. 산 넘고 물 건너 벳부에 도착했다고 해서 바로 후로 마라톤을 시작할 수 있는가? 아니다. 후로 마라톤 현장 접수 부스를 방문해, 서약서도 제출하고 참가상도 받아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후로 마라톤 현장 접수 부스는 벳부 역 동쪽 출구 앞에 있다. 간이 천막과 테이블이 설치된 부스고, 눈에 띄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온라인 접수 내역을 확인하고, 서약서를 제출한 뒤 참가상을 받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풀코스의 참가상은 앞서 말했듯이 하늘색 대야. 참고로 나는 마라톤 완주에 꼭 필요한 '후로 마라톤 스파 포트'를 우편으로 받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 부스에서 수령했다. 혹 우편 수령을 하지 않으신 분들은 꼭! 챙겨 받으시길 바란다. 모든 과정을 마친 뒤, 나는 기념으로 대야를 든 인증샷을 남기고 출발했다.
스파 포트까지 야무지게 받았다면 이제 온천으로 떠나자! 드디어 벳부의 온천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앞서 소개한 준비물과 계획표만 있다면 여러분들도 얼마든지 완주할 수 있다.
자, 이렇게 해서 2018년 후로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과정이 너무 어렵다고? 의외로 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가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보람이 있는 여행이었기에,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부디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 모두들, 완주의 기쁨 누리시길!
벳부 팔탕 온천 축제 공식 홈페이지
http://beppu-event.jp/onsenmatsuri/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