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을 올리려면 보충시험을 쳐라

점수는 마음으로 주는 것이 아니다, 대신 기회를 준다.

by 온시

점수는 교수의 고유 권한이라는 말의 무게


학기 말 성적 처리 기간이 되면 교수들은 다양한 유형의 점수 문의를 받는다. 출석미달도 아닌데 왜 F인가요? 같은 항의부터 제가 잘못한 것은 알지만 그래도 점수 조금만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같은 간절한 읍소까지, 그 내용은 저마다 다르지만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특히 딱한 사정을 들어주다 보면 명확한 근거 없이 점수를 올려주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행위는 종종 '학점 부여는 교수의 고유 권한'이라는 말로 정당화되곤 하지만, 나는 이 말이 '교수 마음대로 점수를 줘도 괜찮다라'는 의미로 왜곡되어 사용되는 것 같아 늘 불편했다. 평가는 모든 학생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설령 피치 못할 사정이 있더라도 특정 학생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보다 더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서도 똑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짜 점수는 없다, 공부해서 점수를 올려라


그래서 찾은 방법이 바로 '보충시험'이다. 시험 점수가 아쉬운 학생들에게 막연한 온정 대신, 스스로 공부해서 점수를 올릴 수 있는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제도인 추가시험과는 다른 개념이다.

점수가 낮게 나온 것은 시험을 잘 못 친 탓이므로, 공부를 더 해서 다시 시험을 보고 점수를 올려라는 메시지를 학생에게 전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내가 아는 한 대학 전체에서 나만 실시하는 독특한 시도였지만, 지난 5~6년간 매 학기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시험을 치고 나서야 깨닫는 학생도 많다


내가 경험한 많은 학생들 중 다수는 학습에 대한 의지나 긴장감이 부족했다. 아무리 수업 시간에 "실무에서 중요하다", "시험에 나온다"고 강조하고, F학점의 위험을 경고해도 학생들은 좀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다가 막상 시험을 치르고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확인하고 나서야 '뭔가 잘못되었다'고 깨닫는 경우가 많다. 보충시험은 바로 이 '깨달음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실제 학습 행동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보충시험, 이렇게 진행하였다


본 시험 점수 및 문제 공개

먼저 학생들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내가 담당했던 과목의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면, 하루 이틀 내로 채점을 마치고 학기말 최종 성적을 산출하고, 구글 클래스룸에 올려 공개한다. 과제 점수와 중간고사 기말고사의 문항별 점수, 시험문제지까지 모두 올린다.

학생들은 점수표와 문제지를 대조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틀렸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도록 하였다. 물론 누락된 과제의 추가 제출을 받아 준다.

스크린샷 2025-10-14 143155.png 보충시험에 대한 안내 공지


자율적 참여와 일정 조율

성적 공개 후 단체 대화방에서 보충시험 희망 대상자 신청을 받는다. 보충시험 날짜는 시험치는 학생들끼리 상의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였다. 학생들 사정 때문에 날짜가 하나로 정해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때는 두 번으로 나눠서 친다. 담당 교수는 번거로울 수 있지만, 그 보다는 학생의 학습권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틀렸던 문제와 다시 마주하기

보충시험의 문제는 사실상 본시험과 같다. 보기가 있는 문제는 순서를 바꾸고, 계산이 필요한 문제는 적용되는 식은 그대로 두고 숫자만 간단하게 바꾼다.

보충시험 문제는 본시험 문제와 거의 동일하다. 객관식 문제의 보기 순서를 바꾸거나 계산 문제의 숫자만 살짝 바꾸는 정도다. 이렇게 출제하면 응시자 전원이 만점을 받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틀렸던 문제를 또 틀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부를 대하는 우리 학생들의 태도가 그다지 절실하지도 진지하지도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노력을 보상하는 점수 산정

보충시험의 목적은 학습에 있으므로, 점수는 학생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계산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본시험 보다 점수가 낮아진 문항은 감점하지 않고, 오직 향상된 문항의 점수만을 계산하여, 향상된 점수 × 0.5 만큼을 본시험 점수에 더해 최종 성적에 반영하였다.

구체적인 점수 계산은 다음과 같이 한다. 아래 예시를 보면 14점 만점인 본시험에서 7점을 받았는데, 다시 시험을 쳤더니 5점이 향상되었다. 그러면 향상된 5점의 절반인 2.5점을 원래 점수 7점에 더해서 9.5점을 최종점수로 받게 되는 것이다.

0614자료-보충시험안내 (1).png


식어가는 열기, 그럼에도 계속하는 이유


솔직히 말해, 보충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열기는 예전 같지 않다. 5~6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거의 모든 학생이 응시했고, 공부할 시간을 벌기 위해 시험 날짜를 최대한 늦추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응시율이 20~30%에 그치고, 아르바이트나 귀찮다는 이유로 시험을 빨리 치르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학생의 요청에 따라 적당히 1~2점을 올려주는 것이 훨씬 편하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운 방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작은 지식 하나라도 더 알게 하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노력 없는 대가는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이 저의 소신이자 교육 철학이다.

이러한 교수의 원칙적인 자세가 학생들에게는 신뢰를 주고, 나아가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또 하나의 배움의 기회가 되리라 믿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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