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친절한 피드백은 학생을 성장시킨다
엘리베이터의 층 버튼을 누르면 불이 들어오고, 누군가를 부르면 대답하거나 고개를 돌린다. 우리가 세상과 주고받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피드백'들이다. 기계든 사람이든, 나의 행동에 대한 이러한 반응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반응이 없다면 우리는 고장을 의심하거나 상대가 무례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학생들은 교수를 향해 다양한 행동을 한다. 과제물을 제출하고, 시험 답안을 쓰고, 수업 시간에는 질문과 발표를 한다. 하지만 교수들은 학생들의 이런 수많은 행위에 얼마나 친절하게 피드백을 해왔을까? 솔직히 나부터도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최근 젊은 세대가 직장에 애착을 느끼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존중받는 느낌'이라고 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학생이 교수로부터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바로 시의적절하고 세심한 피드백을 받을 때가 아닐까 싶다.
돌이켜보면 과거 나의 피드백은 학생의 성장을 위한 '당근'이 아니라, 학기 말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채찍'이자 '옐로카드'에 가까웠다. 기말고사 후 성적 열람 기간에 쏟아지는 학생들의 항의나 읍소를 듣는 일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명백한 나의 실수라면 당연히 수정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학생의 요구를 들어주든 거절하든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멤버십 카드의 친절하게 포장된 '소멸 예정 포인트' 안내가 ‘분명히 공지했다’고 책임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없지 않은 것 처럼 나도 학기말에 항의나 읍소를 받을 때 책임을 벗어나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시작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번거로운 일이다. 그렇지만 피드백을 하는 일이 옳기 때문에 의도가 어떠했든 학생과 나 자신을 위해 조금 더 번거로운 방법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교육적 피드백의 중요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으며, 특히 피드백을 제공받은 학생들이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자기 조절 능력과 피드백 수용도 면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결과를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실시한 나의 피드백 실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2022년 '패널 구성' 강의에서 학생들이 팀별로 제출한 패널 과제물에 대한 개별 피드백을 모두 하나의 파일로 모아 구글클래스룸에 공지했다. 아래 네 장의 장표는 그 파일의 일부다. 자신에 대한 피드백만 보지 말고,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했나 살펴 보면서 시야를 넓히라는 의도였다. 개별 학생의 이름을 거론하는 대신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학습 자료로 활용한 것이었다.
가르치며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동료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서로의 결과물을 보며 배우고 조언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2024년 패널구성 교과목에서는 학생들이 실제로 접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의 설계 보고서를 패널로 재구성하는 과제를 수행하였는데, 중간 마감 단계의 결과물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보면서 교수가 제시한 평가항목을 기준 삼아서 서로 피드백을 해 주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막연한 비판이 아닌, 기준에 근거하여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유도했다.
단순히 총점만 알려주는 대신, 평가 항목을 16개로 세분화한 채점표를 제공했다. 2023년 '프레젠테이션' 교과목에서 총 10점 만점의 과제를 평가하며 '마감계획표현', '디자인개요구성', ‘가이드맞추기’ 등 항목별 점수를 공개했다. 학생들은 감점된 항목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수업 자료를 다시 찾아보거나 동료 또는 교수에게 물어보며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였다.
과제를 제 시간에 제출하지 않는 학생도 있다. 우선 단체대화방에 미제출자 명단(학번뒤5자리)을 두 차례 정도 게시하고, 그래도 제출하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알려준다. 같은 내용이라도 단체대화방에 올라온 것에는 무심하다가 개인적인 알림에는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4년도의 실내디자인기본계획의 학기말 최종 점수 피드백 내용이다. 대학의 공식적 학사일정에 따르면 기말고사 종료후, 일주일 정도의 채점 및 평가 기간 이후에 학생들에게 성적이 공개된다. 하지만 대학의 공식 성적 열람은 단순 확인 및 오류 수정만 가능할 뿐, 교육적 피드백의 기회가 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시험이나 과제의 채점을 최대한 일찍 마무리하고 공식 열림기간 보다 대략 일주일 앞서 학생들에게 상세 점수 내역을 공개한다. 이를 통해 누락된 과제를 발견하면 제출하게 하고, F학점이 예상되는 경우에 한해서는 재보충시험의 기회를 준다. 이는 조금은 원칙적이고 냉정하게 규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에 이끌려 별다른 근거 없이 성적을 올려주는 것도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궁극적으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하나라도 더 익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간고사든 기말고사든 시험을 치면 가급적 하루 이틀 내에 채점을 마치고, 구글클래스룸에 문항별 점수와 시험문제를 함께 게시한다. 다만 그 때 정답을 바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대신 학생들은 감점된 문제를 확인하고 수업 자료를 뒤져보며 스스로 정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한번 더 어떤 문제인지를 살펴보고, 나름의 방법으로 정답을 찾아보면서 한 번 더 공부하라게 된다. 시험이 배움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학습의 시작이 되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학생의 시험이나 과제 성적을 알려주면서 개인별로 채팅을 하거나 메일을 보내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단체로 알릴 수 밖에 없다. 시험 결과만을 피드백하던 초기에는 답안을 제출받으면서 비밀아이디(PIN)를 함께 받아서 점수 공개에 활용하기도 했지만, 학생의 실명과 PIN을 항상 대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2년정도 활용하다 중단했다.
그 이후부터는 학번의 마지막 5자리 숫자를 오름차순으로 재정렬하여 출석부와는 다른 순서로 만든 명단을 사용해서 성적을 공개한다. 위의 3개 점수표의 맨 앞 열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본인이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누구의 점수인지 특정하기 어려워져 학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피드백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각 대학마다 학번을 부여하는 원리는 다르기 때문에 이 방법을 항상 적용할 수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피드백은 교육 현장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요 기업들은 채용 면접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국가기술자격시험에도 '시험결과 피드백 서비스'가 도입되어 시행중이다. 피드백은 이제 사회 전반에서 개인의 성장을 돕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교수자가 학습자에게 무관심하거나 권위적인 태도를 보일 때, 학생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질문과 표현을 주저하게 되고, 결국 학습 동기 저하로 이어진다. 세심한 피드백은 학생 개개인의 노력에 대한 '존중의 메시지'이며, 가장 효과적인 동기부여 전략이라고 하겠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은 15주차에 기말고사를 치르고 학기를 마친다. 기말고사가 학습의 기회로 활용되지 못하고 평가로만 끝나는 것이다. 만약 14주차에 시험을 보고 마지막 주를 피드백을 위해 활용한다면 어떨까?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제안한 적도 있었지만, 교수들이 수업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거절당했다. 하지만 개별 교수의 노력을 넘어, 배움의 과정이 끝까지 책임감 있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제도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