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꼭 체크해야 하나?

지금의 출결제도가 얼마나 공정하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

by 온시

나는 01분에 출석을 부른다


나는 항상 수업 시간 ‘01분’에 출석을 부른다. 아니, 정확히는 출석 확인 버튼을 누른다. ‘00분’이 되자마자 기차가 떠나듯 출석 체크를 하고 싶지만, 00분 59초에 강의실에 들어온 학생이 “아직 00분입니다!”라고 말하면 나 역시 할 말이 없어 01분을 선택했다.

이런 원칙을 세운 건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습관을 들였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비싼 택시를 타고도 지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학생과 늦잠을 자고 뒤늦게 터벅터벅 들어오는 학생을 차별 없이 대하면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당연히 5분이나 10분에 출석 체크하는 것에는 절대 찬성하지 않는다. 10분에 출석을 확인하는 순간 공식적인 수업 시작 시각이 10분이 되어버리고, 10분 전에는 아무도 오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경기처럼 시작 한 두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하는 일은 우리의 수업 시간에는 99% 발생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내 기준이 너무 빡빡하다고 불평한다. 그래서 ‘정각에 들어오면 그 이후에는 강의실에 있든 나가든 신경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애초에 모든 경우를 완벽히 반영하는 출석 체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세세하게 따지려면, 강의실에 머문 시간을 분 단위로 모두 기록해야 할 텐데, 그런 일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


기준이 모호한 출석/지각/결석


대학에서의 출석 체크는 늘 논란거리다. 대학의 규정도 제각각인 듯 하고, 교수마다 기준도 다르다. 나는 수업 시작 1분만 지나면 지각 처리한다. 하지만 어떤 교수님은 10분이 지나서야 출석을 확인하기도 한다.


학생들도 출석 문제에 예민하다. ‘겨우 2분 늦었는데 지각인가요?’, ‘20분 늦으나 2분 늦으나 똑같나요?’등 불만들이 많다. ‘화장실에 간 사이에 출석을 부르셔서 결석처리 되었어요’, 30분이나 늦게 와서는 ‘그래도 20분은 있었으니 결석은 아니지 않나요?’ 등 갖가지 이유로 지각이나 결석을 면하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몇 주가 지난 뒤에 ‘그 날 분명 학교에 왔었어요’라며 출석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학생도 있다.


실제로 출석, 지각, 결석을 구분하는 과정은 점점 더 번거롭고 피곤해지고 있다. 모두가 9시 정각에 들어와서 9시 50분에 나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9시 5분, 10분, 40분 등 들어오는 시간도 다양하고, 수업을 하다 보면 없어지는 학생들도 있고, 수업 도중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다. 완벽하게 공정한 출석 관리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완벽하지 못한 규정의 빈틈을 파고드는 일부 학생들 때문에 출첵의 피곤은 더해진다.


학생들은 왜 이렇게 출석점수에 목숨을 거나?


학생들이 왜 이렇게 출석에 민감한가를 생각해 봤다. 직접 물어보기도 했지만 명쾌한 답은 듣지 못했다. 두 세가지 짐작 가는 것이 있다.

먼저 중고등생 때의 학습효과라고 생각한다. 수업일수만 문제 없으면 졸업이었다. 다음으로 일부 교수님들 중에는 출석만 100% 다 하면 무조건 F학점은 주지 않는다, 최소 D학점은 나간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있다고 본다. 즉 고등학교 때나 대학에 와서나 등교만 꼬박꼬박 하면 졸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거칠게 말하면 공부할 필요가 없고, 출석이 전부인 것이다.

이 두가지가 다 아니더라도 학점 이수를 위한 최저점수 60점 중에서 출석 20점은 큰 비중이기 때문이다. 시험 1점 보다 출석 1점이 더 쉽고 위험부담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출석점수가 교과목점수에 포함되는 것의 문제


출석점수를 반영하는 본래 취지는 “수업 분위기와 효율을 높이고, 태도를 평가하려는 것”이다. 대학이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회인으로서 시간 관리와 규율 준수 같은 태도도 함께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출석을 평가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이와는 별개로 또 한가지 문제는 이 출석점수가 각 교과목의 총점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건축과의 캐드 과목에도 미용과의 메이크업 과목에도 교양으로 수강하는 프레젠테이션 과목에도 모두 20%의 출석점수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 20%의 출석점수가 전체 교과목의 점수의 의미를 불분명하게 만든다. 두 학생이 있다고 하자. A학생은 시험과 과제에서 60점, 출석에서 20점 만점을 얻어 총점 80점, B학점을 얻었다. 반면, B학생은 시험과 과제에서 80점을 받았지만, 출석미달로 F학점을 받고 말았다. 성적표만 보면 A학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전공역량은 F학점을 받은 B학생이 훨씬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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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점수가 불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없애라


오늘날 꼭 한 교실에 모여야만 배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출석 점수가 있어야 학교에 온다는 것도 낡은 발상이다. 오히려 수업에서 느끼는 성장과 재미가 학생들을 스스로 참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만약 출석 체크가 강제적이고 소모적이라면 과감히 없애는 것이 낫다.


출석점수가 여전히 필요하다면?


출석 확인 자체를 간소화 하라

그럼에도 여전히 출석이 의미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모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업 시간에 온전히 앉아 있는 일, 매일 빠지지 않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것이다. 그래서 출석확인도 ‘정시에 왔는가’만을 기준으로 [시간준수/미준수]의 2가지로만 구분했으면 좋겠다.


모든 과목의 출석점수만 따로 모아라

위의 예시에서 처럼 지식이나 기술 습득 정도를 보여주는 교과목 점수에 태도를 보여주는 출석 점수가 섞이면 성취도 평가가 흐려진다. 따라서 출석은 점수에서 분리해서 따로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2년제 전문대 기준으로 75학점, 15주 수업이면 한 학생이 1,125시간을 수강하게 된다. 이 중에서 정시에 출석한 횟수, 즉 시간을 잘 지킨 비율만 따로 뽑아서 “수업시간 준수 : 1,025회 (91.11%)” 처럼 표시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91.11%가 높은지 낮은지는 보는 사람이 판단할 몫이다.

출석 점수는 학기마다 혹은 전체로 한 번에 모아서 성적증명서에 별도로 표기하면 된다. 지금은 모든 학교가 전자출결시스템을 쓰고 있으므로, 실제로 도입하는 데에 어려움도 없다.

이렇게 관리하면 ‘출석’은 태도 평가 항목으로 남고, 교과목 점수는 오로지 시험과 과제를 통한 성취만 표시되기 때문에, 두 학생의 전공역량을 비교할 때 착시 없이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작은 변화가 큰 신뢰를 만든다


지금까지 별 문제 없었는데, 왜 까탈스럽게 구냐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던 것이고, 그렇게 방치했던 탓에 성적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문제까지 생겼다. 출석 점수의 관리 기준을 바꾸는 작은 변화가 대학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를 가져올 수 있다. 작은 변화가 큰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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