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못하면 실패한 교육인가?

대학의 교육성과를 취업률 대신 자격증 취득률로 측정하자

by 온시

충원율과 취업률, 정말 교육의 성과를 보여주는가?


전문대학 교수들이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단연 '입학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이다. 정작 가장 중요해야 할 교육과 연구에 대한 투자는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물론 전문대학은 성인기 학습자가 사회에 진출하기 전 마지막 단계의 제도 교육기관으로서 취업은 중요한 목표임은 맞는 얘기다. 서열화된 일반대학과 달리, 전문대학의 경쟁력은 '취업이 잘 되는 대학'이라는 평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정부 역시 대학기본역량진단 등의 평가에서 교육성과의 핵심 지표로 충원율과 취업률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충원율과 취업률이 과연 교육성과를 측정하는 최적의 도구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하게 된다. 입학과 취업 실적이 정말로 '교육을 잘했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답이 될 수 있을까?


충원율과 취업률을 활용한 교육 성과 평가의 문제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

충원율과 취업률은 대학의 교육적 노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학령인구 감소, 지역 산업 구조의 변화, 대도시 선호 현상 등 대학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똑같은 노력으로 커피숍을 운영해도, 역세권과 변두리의 매출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이처럼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지표로 대학을 비교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동일권역에 속한 대학끼리만 묶어서 평가한다지만 이러한 보완책을 사용한다는 자체가 지표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교육개선을 위한 힌트를 주지 못한다

어느 해 취업률이 하락했을 때,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지역 경제의 문제인지, 교육과정의 문제인지, 혹은 학생들의 눈높이가 변한 탓인지 명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2023년 2월 졸업생의 취업률은 2023년 12월 조사되고, 최종 발표는 24년 12월에 있었다. 졸업시점은 같지만 입학시점은 제각각이다. 대체로 입학시기가 19년~21년 범위로 분산되어 있다. 서로 다른 교육과정에 따라 학점을 이수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단순히 어떤 해의 취업률만 가지고는 실질적인 교육 개선을 위한 피드백으로 기능하기는 어렵다.


충원율은 교육성과가 아니다

충원율은 더욱 막막하다. 취업률은 교육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지만, 충원율은 그러한 측면도 없다. 따라서 교육성과가 아니라 대학의 지속가능성 또는 경영 건전성 등의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자격증 취득률 - 교육성과의 또다른 지표로 제안


전문대학은 전문 직업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실용 학문 중심의 고등교육기관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성과는 '취업 여부'가 아니라 '사회와 산업이 요구하는 직무 역량을 갖추었는가'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유용하고 객관적인 표준이 바로 국가공인자격증이다.

운전학원의 교육성과를 '취업률'이 아닌 '운전면허 합격률'로 평가하듯, 전문대학 교육 역시 졸업생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 역량을 공인받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맞다고 생각한다. 졸업 후 면허를 장롱에 넣어두든, 운전으로 직업을 삼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일 뿐, 학원의 교육 역할은 '합격'이라는 성과로 완수된 것이다.

'자격증 취득률'을 교육성과의 지표로 삼는다면, 대학은 불확실한 취업 시장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사회는 표준화된 인재를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예상되는 반론과 극복 방안


면허성 자격과 과정평가형 자격만 인정하여 꼼수 운영 방지하기

대학이나 학과가 취득하기 쉬운 자격증 위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이른바 '꼼수'가 당연히 염려된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면허성 자격과 과정평가형 자격으로 범위를 한정할 것을 제시한다.

첫째, 관련 학과 졸업이 필수인 면허성 국가자격으로 범위를 한정한다. 이 자격증들은 법률에 의해 반드시 지정된 대학의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해당 학위를 취득해야만 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주로 국민의 생명, 안전, 보건, 교육 등 공공성과 직결된 분야다. 보건의료 분야의 간호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치과위생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위생사, 안경사, 언어재활사, 의무기록사 등과 교육·복지 분야의 유치원 교사,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청소년지도사 등이 있다.

둘째, 과정평가형 자격증의 인정이다. 위에서 언급한 면허성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학과들은 산업기사 1개 또는 기능사 2개 정도의 국가 자격 종목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대체적인 2년제 대학 졸업학점 75학점 중에서 교양을 제외하면 전공학점이 60학점 정도이고, 수업시수로는 900시간에 해당한다. 이는 과정평가형 산업기사 자격의 적정 교육시간인 600~900시간과는 일치하고, 기능사 자격의 적정 교육시간인 400~600시간의 2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직무역량, 핵심역량은 지표의 종류와 무관한 별도의 과제

운전면허증만 있다고 택시나 버스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전공기술을 증명하는 자격증 외에 소통 능력, 문제해결 능력과 같은 소프트스킬은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취업률 중심의 현행 평가 방식에서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다. 즉, 평가 지표의 변화와 무관하게 모든 전문대학이 반드시 강화해야 할 교육의 영역인 것이다.


실제로 적용한다면


졸업후 6개월~1년후에 실적 측정

이 제안을 실제로 적용한다면, 졸업하는 시점에 모든 학생이 자격증을 딴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전체 교육과정을 이수한 이후 자격증 시험의 응시 시점이 졸업시기 이후가 될 수도 있으므로 졸업후 6개월 혹은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이 기간까지 자격을 취득한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육성과를 측정하는 것을 제안한다.

추가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자격 취득이라는 성과가 대학의 교육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모는 당연히 졸업생 수 전체가 된다. 여러가지 예외 경우를 두는 현재 제도보다 훨씬 간단하게 된다.


대체제가 안된다면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기대

취업률은 오랫동안 교육의 성과를 측정하는 익숙한 지표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취업률이 교육의 성과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 또한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격증 취득률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안했다. 이 자격증 취득률은 교육 외적인 요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녔지만, 아직 그 효과가 충분히 실증되지 않았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당장 취업률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우선 취업률의 한계를 보완하는 상호보완재로서 활용하는 단계적 접근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전문대학이 명실상부한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바로 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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