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교육의 방향, 인증제에 길이 있다

공학교육인증제의 졸업생역량(학습성과)에서 발견한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내용

by 온시

자율주행 시대의 운전면허 학원


운전만 할 줄 안다고 버스나 택시 운전기사가 되는 것은 것은 아니다. 운전기술 말고도 길을 찾는 능력, 교통법규 지식, 승객과의 원활한 소통 능력 또한 필수적이다.

누군가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 기술 아닌가?” 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미래에 자율주행 기술이 보면화 되어 택시 운전기사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진다면 그 때도 운전 기술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오늘날 전문대학 교육이 마주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1~2년 후의 취업을 생각하면 당장 현장에 필요한 전공 기술 교육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10~20년 뒤의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의 교육 방식이 과연 유효할지 의문이 든다.

운전 기술만 아는 택시 기사는 경쟁력이 없다. 지리를 모르고, 거스름돈 계산에 서툴며, 일부러 길을 돌아간다면 승객의 외면을 받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전공 기술만 가르치는 교육도 명백한 한계를 가진다.

물론 전문대학에서 전공 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당장의 취업이 시급하고, 새로운 과목 개발을 부담스러워하는 교수들의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게 있을 수는 없다. 더이상 따먹을 열매가 없으면 새로운 나무를 심거나 열매가 달려있는 나무를 찾아 나서야 한다. 전문대학 교육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해답의 실마리, ‘교육인증제’의 학습성과


그 해답의 실마리는 교육인증제에서 찾을 수 있다. 공학, 경영, 의학, 간호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시행되는 교육인증제는 공통적으로 ‘졸업생이 갖춰야 할 역량’의 기준을 제시한다.

특히 공학교육인증(ABEEK)의 졸업생 역량(학습성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의 경영이나 의학 처럼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범용성을 가지며,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신뢰도 높은 기준이기 때문이다. 공학교육인증이 요구하는 학습성과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편한다면,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교육 내용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고 본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얘기하지만, ‘인증 평가’를 받야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역량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갖추라는 인증제의 취지와 철학 자체만 받아들이라는 의미다.


10가지 역량으로 설계하는 전문대학 교육의 미래


공학교육인증이 제시하는 학습성과는 기초지식, 실험수행, 자료조사, 도구활용, 설계구현, 팀워크, 의사소통, 사회적영향, 직업윤리, 평생학습의 열 가지로 제시되어 있는데, 크게 3개의 영역 또는 단계로 묶어서 볼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위의 10가지 역량을 조명설계라는 분야에 적용시켜서 설명한 사례다. 이 10가지 역량을 3개의 영역으로 묶어 전문대학의 교육 방향을 살펴본다.

공학인증학습성과연계도.png


전공 지식과 기술

(기초지식) 수학, 기초과학, 공학 지식과 정보기술 활용 능력

(실험수행) 실험 계획, 수행 및 결과 분석 능력

(자료조사) 자료 선택 및 활용 능력

(도구활용) 최신 기술 및 도구 활용 능력

(설계구현) 현실적 제한조건을 고려한 시스템 설계 능력

이 영역은 현재 전문대학 교육의 중심인 전공교과에 해당한다. 단순히 교과목을 나열할 것이 아니라 학습한 지식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될 수 있도록 더욱 체계적인 교육과정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조명 설계 수업을 예로 들면, 빛과 색에 대한 기초 지식, 여러가지 유형의 광원을 공간에 적용시켜보는 실험, 각종 조명제품 및 설계사례 조사, 조도계 등 광학장비 및 리룩스와 같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활용, 공간의 요구에 맞춘 광원의 종류와 위치, 수량을 결정하는 설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습득해야 한다.


현장 직무 역량

(팀워크) 프로젝트 팀에 기여하는 능력

(의사소통)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

(사회적 영향) 공학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이해 능력

팀워크, 의사소통, 사회적 영향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기술 이상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직장 선후배든 거래처의 파트너든 누군가와 협업하게 되어 있으며, 팀 동료이든 고객이든 누군가와는 반드시 소통해야 업무도 가능하고 자신의 성장도 가능하다.

사회적 영향 역시 ESG의 부각과 함께 반드시 습득해야 할 핵심적인 역량이다.

거의 모든 전문대학이 ‘직업기초능력’ 또는 ‘핵심역량’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역량의 중요성을 교육 목표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면 의문이 남는다.

전공수업 중에도 팀작업이나 발표수업 처럼 팀워크나 의사소통 역량을 충분히 체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교양 담당교수가 학과 교수와의 소통없이 진행하는 분리된 교육이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학업이든 직업이든 실제의 활동에 적용되지 못하는 이론상의 팀워크와 의사소통 지식은 공허하다. 특히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는 교육 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역량

(직업윤리) 직업윤리와 사회적 책임 이해 능력

(평생학습) 자기주도적 평생학습 능력

우리는 이제 하나의 직업, 하나의 기술로 평생을 살아갈 수 없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특정 직업 기술의 생명주기는 갈수록 짧아질 수밖에 없다. 어제의 최신 기술이 오늘의 낡은 것이 되는 현실에서, 직업윤리와 평생학습 능력은 단순한 교양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 역량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만큼 개인정보의 무단 수집, 타인 아이디어의 도용 같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아는 직업윤리가 중요해졌다. 나 자신의 생계와 성취를 위한 활동이 사회나 타인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성찰 없이는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몇 년을 버티기 어렵다. 이제 학습은 졸업과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내내 계속되는 세상이 되었다. 스스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찾아 익히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자신의 역량을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갖추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전문대학교육 3.0 시대를 제안한다


기능 위주의 교육을 1.0,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더 한 교육을 2.0이라고 한다면 앞으로의 전문대학 교육은 전공 지식과 기술, 현장 직무 역량에 더불어 평생학습과 직업윤리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버전 3.0의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양과 전공의 이분법적 접근, 전공교과 절대 우위에서 벗어나, 학생이 마주할 실제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취업을 위한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을 넘어,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키우는 교육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 때 공학교육인증의 졸업생역량(학습성과)은 훌륭한 나침반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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