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주도하는 이론수업 - 개념편

팔짱끼고 강의를 감상하던 학생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

by 온시

열정적인 강의의 배신, 학생들은 왜 배우지 못할까?


2학점 이론수업, 두 시간의 열강 후에는 무언가 교수자로서 의무를 다한 느낌이 들고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숨을 쉬며 힘들어 하는 학생을 보면서 기운이 빠지는 경험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6~7주 정도 열심히 가르치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의 결과를 보면 배신감마저 들곤 한다. 몇 번을 반복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왜 이렇게 기억하지 못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교수의 열정적인 강의가 학생의 진정한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지식이라는 공, 교수는 던지고 학생은 받는다


이론 수업을 '지식'이라는 공을 주고받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교수는 학생이 가진 바구니를 향해 공을 던지고, 학생은 그 공을 받아야 한다. 학생의 바구니가 크거나, 공을 받기 좋게 위치를 잘 잡는다면 더 많은 공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바구니의 크기를 키우고 위치를 잘 잡는 능력이 바로 기초 학습 능력이고, 사전 학습을 통해 그 능력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교수가 아무리 공을 잘 던져도 학생이 바구니를 던져두듯 수동적으로 앉아 있다면 공은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학생이 열심히 받으려 해도 교수가 너무 많은 공을 한꺼번에 던지면 대부분은 바구니 밖으로 튕겨 나갈 것이다. 결국 효율적인 수업이란, 교수는 핵심적인 내용으로 지식의 양과 수준을 조절하고, 학생은 그 지식을 받아 담을 준비를 하는 상호작용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플립러닝의 한계 : 동영상은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플립러닝'이 주목받았다. 플립러닝은 '교수의 강의 → 학생의 학습'의 순서를 뒤집어 '학생의 학습 → 교수와 함께하는 심화 활동'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문대학에서 현실적으로 플립러닝은 몇 가지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문제 1: 학생들은 동영상을 보지 않는다

많은 플립러닝이 교수가 미리 제작한 강의 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자율적인 학습에 익숙하지 않거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은 영상을 미리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설령 보더라도 수동적인 '시청'에 그쳐 진정한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기도 한다.


문제 2: 교수에게는 영상 제작이 부담이다

매주 수업을 위한 강의 영상을 따로 제작하는 것은 교수에게 상당한 시간적 부담을 준다. 음향이나 화질 등 기술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여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다.

결국 '만들기는 힘든데, 만들어도 잘 보지 않는 동영상이 과연 필수일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학생을 수업 전에 미리 학습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면, 굳이 동영상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새로운 대안 : 교실 안에서 완성하는 '참여형 학습 모델'


이러한 고민 끝에, 수업 시간 외에 따로 공부할 여력이 없는 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참여형 학습 모델을 구상하게 되었다. '말에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물가로 데려가자'는 심정으로, 학생들이 수업 시간 안에서 스스로 찾아보고 읽어보고 써보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새로운 모델은 '사전학습 → 본수업 → 확인평가' 의 3단계가 한 세트로 구성된다.

사전학습 : 사전학습이지만 수업시간에 진행하도록 한다. 학생들이 관련 자료를 직접 찾거나 읽으며 핵심 용어에 최소한 한 번이라도 노출되는 것이 의도이다.

본수업 : 교수는 학생들이 제출한 사전학습 내용의 피드백을 겸하면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확인평가 : 간단한 퀴즈나 질문을 통해 배운 내용을 확인하고 정리한다.

이렇게 세 단계로 만들어진 하나의 모듈을 5~6주간 반복한 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른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하나의 주제를 적어도 네 번 이상은 반복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예상되는 우려와 질문에 답하며


Q1. "제한된 수업 시간에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나요?"

가능하다. 다만, 100분 동안 20개의 용어를 5분씩 설명하던 기존 방식 대신, '사전학습 2분 + 핵심 설명 2분 + 확인평가 1분'과 같이 시간을 재구성 해야하는 한편, '꼭 알아야 할 것'과 '알아두면 좋은 것'을 구분하여 핵심에 집중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기존수업과참여형수업시간배분비교.png

물론 학과나 과목 특성에 따라 사전학습을 과제로 내주는 등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다. 대체로 간호학과 같은 보건의료계열은 필수적인 수업내용도 많으면서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수업태도도 좋은 편이다. 이런 경우는 사전학습을 수업시작 전에 미리 하고 오도록 유도하면 된다.


Q2. "모든 학생이 만점을 받으면 어떡하죠?"

먼저, 안타깝게도 나의 경험으로는 이 방법을 써도 만점자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모두 만점을 받으면 안 되나요?"라고 되묻고 싶다. 평가의 목적이 선발이 아니라 역량의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면, 모든 학생이 90점을 받는 것은 바람직한 결과다. 합격률이 85%에 달하고, 문제도 공개되어 있는 운전면허 시험이 잘못된 평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본다.


이제 학생들은 졸지 않는다


이 새로운 참여형 수업을 도입한 후 가장 큰 변화는 교실에서 조는 학생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더 이상 학생들은 10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지루함과 졸음과 사투를 벌이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정보를 찾고, 정리하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 참여하며 능동적인 학습의 주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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