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주도하는 이론수업 - 실행편

팔짱끼고 강의를 감상하던 학생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

by 온시

수업 설계와 실행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


학생들의 학습 태도와 동기

아래는 내가 접했던 학생들에게 한정된 얘기일지는 모르지만, 전문대 학생들의 일반적 특징이기도 할 것이다.

첫째, 학습에 대한 절실함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절실함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공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할 뿐 실행으로 잘 옮기지는 않는다. 어쩌면 정해진 수업일수만 채우면 졸업할 수 있었던 초·중·고교 시절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본다.

둘째 지각이나 결석이 잦다. 출석 점수에는 무엇보다 민감하면서도 정작 제 시간에 등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9시 수업은 늦잠 때문에, 10시 수업은 셔틀버스를 놓쳐서, 오후 1시 수업은 식당에서 점심밥이 제때 안나와서 등 이유가 다양하다.

셋째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를 자신에게 맞춰져야 하는 서비스기관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운전을 배울 때는 운전석에 앉아 핸들과 패달을 직접 조작하면서 익힌다. 강사는 조수석에서 수강생의 운전을 관찰하고 지도하는 역할에 그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교수가 운전해 주는 차에 타고 앉아있으려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 과제를 제출하지 않아 감점을 하면, 사전에 안내 받지 못했다고 주징하면서 감점이 부당하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자로서의 책무감

전문대든 일반대든 대학은 사실상 학생들이 경험하는 마지막 제도권 교육이다. 제품 생산 공장에 비유하면 최종 품질검사자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교육자로서 책임과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부가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사회가 전문대 졸업생에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역량이라도 갖추어 졸업시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사회의 요구는 대학이 원한다고 범위가 줄어들거나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해야 했다.


지각 및 결석생을 고려한 수업 계획 수정 과정


앞에서도 말했듯이 지각이나 결석생이 많다. 체감상으로는 한 학기 거의 내내 지각하는 학생이 절반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한 학기 동안 한 두 주를 제외하고는 적어도 1~2명의 지각생 혹은 결석생은 꼭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수업 모델은 '사전학습 → 본수업 → 확인평가'의 3단계로 구성된다. 하지만 잦은 지각과 결석은 이 모델의 실행에 가장 큰 변수였다.


1차 계획과 문제점

계획 : 사전학습, 본수업 및 확인평가의 3단계를 한 주, 즉 당일에 모두 진행했다. 1교시에 사전학습 후 2교시에 바로 본수업 및 확인평가를 실시했다.

문제점 : 1교시 중간이나 끝날 무렵 등교한 학생들은 사전학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본수업을 듣게 되어 플립러닝의 효과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

2차 계획과 문제점

계획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학습과 본수업 사이에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두었다. 예를 들어 3주차의 본수업 내용에 대해서 2주차에서 사전학습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문제점 : 본수업과 확인평가를 1교시에 진행하다 보니, 여전히 지각이나 결석으로 인해 학생들이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3차(최종) 수정 계획

계획 : 두 번의 시행착오 끝에 최종 계획을 완성했습니다. 사전학습은 'n-1주차 첫 번째 시간'에, 본수업 및 확인평가는 'n주차 두 번째 시간'에 실시하는 것으로 고정했다.

개선 효과 : 이 수정을 통해 학생들은 충분한 사전학습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고, 교수자 역시 과제를 점검하고 피드백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학습 내용이 완전히 잊히기 전에 본수업과 확인평가를 진행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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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수업 운영 방식


구글 클래스룸 활용

사전학습은 구글 클래스룸의 과제 기능을 활용하였다. 인터넷 등을 활용해 검색한 자료를 기초로 교수가 배부한 사전학습용 워크시트를 작성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교수는 학생들이 사전학습하는 태도나 결과물을 관찰하면서 적절하게 피드백을 해야 한다. 교수자용 계정으로 들어가면 한 화면으로 모든 학생들이 워크시트를 작성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감시받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직접 학생들 사이를 다니면서 모니터링하고 개별적 혹은 전체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복사해서 붙여넣지 마세요

컴퓨터를 기본으로 사용하다 보니,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자료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 넣는 학생이 반드시 나오게 마련이다. 발견하는 대로 말린다. 학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내용을 먼저 읽고 이해한 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여 입력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교수인 내가 몰라서 물어보는 것 아니라, 여러분의 공부를 위해 내는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학습태도를 가질 것을 당부한다.


시험문제가 사전학습 과제다


중간고사든 기말고사든 시험문제를 함부로 출제하지는 않는다. 중요도 높은 용어에 대하여 이해하고 있는지, 작업의 프로세스를 알고 있는지, 이론 지식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 등 학생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위주로 출제한다. 시험은 단순히 성적을 산출하는 도구가 아니라, 중요한 학습 내용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학습목표 - 사전학습 주제 - 시험문제'가 일관성을 갖도록 설계한다. 사전학습 과제가 곧 시험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 용어, 작업 프로세스, 현장 적용 능력 등을 중심으로 문제를 출제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명확히 인지하고 학습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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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평가 - 빛의 측정과 인간의 반응_1.png

위의 두 그림은 조명계획 교과 중에서 [빛의 측정] 관련된 부분의 사전학습과제와 확인평가 문제의 사례다. 이 둘은 깊은 연관성을 가지지만, 확인평가 문제는 사전 학습한 내용에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가도 확인한다. 주차별 확인평가 문제는 약간 변형되고 추려져서 중간이나 기말고사 문제로 출제된다.


맺음말


이처럼 '강의 없는 이론수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하고 학습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발견하며, 끊임없이 수정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이 최소한의 역량을 갖춘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자의 중요한 책무라는 믿음으로 이러한 노력을 이어왔다. 이 경험이 비슷한 고민을 가진 다른 교육자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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