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기부터 팀작업까지 학생들을 움직이게 하기위한 작은 시도들
대학의 수업 풍경은 교수가 설명하고 학생은 받아들이는 수동적 모습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학업 성취도와 학습 동기 부여에 훨씬 효과적인 능동적 수업은 토론, 실습, 문제 해결 등 학생이 주체가 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 수업은 강의식의 수동적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교수자의 관점에서 강의식 수업은 준비와 진행이 비교적 간편하다. 교수자는 자신이 전달해야 할 핵심 내용만 미리 정리하면 되므로, 촘촘한 일정 속에서도 효율적으로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클래식 콘서트와 유사하다. 무대를 장악한 연주자가 청중에게 일방적으로 음악을 선사하듯, 강의식 수업은 교수자가 준비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띤다.
반면, 능동적 수업은 싸이의 ‘흠뻑쇼’에 더 가까운 면모를 가진다. 교수자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함께 호흡하도록 이끌어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 관객이 가수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공연의 완성도가 낮아지듯, 능동적 수업 역시 교수자와 학생의 쌍방향 참여가 필수적이다. 교수자가 수업을 이끌면서도 학생들의 호응과 참여를 유도해야 하므로 부담이 커지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강의식 수업은 익숙하고 편리하다.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명확하게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직접적인 참여와 준비가 덜 요구되기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적극적인 발표나 협업 활동이 요구되는 능동적 수업에 비하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적 이유로 교수자와 학생 모두에게 강의식 수업이 ‘익숙하고 안전한 선택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익숙함을 넘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을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이 글은 그 경험에 대한 기록이다.
팀작업의 성과는 개인의 노력과 관계없이 팀 전체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일부 구성원들이 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무임승차'가 존재하는 것도 문제다. 한 두 명이 대부분의 과제를 수행하면서도 동일한 성과를 공유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모두 자료조사도 하고 모두 발표자료도 만드는 협업을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분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과제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이 맡은 부분만 단편적으로 공부하게 되어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학생들도 많다. 이 밖에도 일정을 조율하는 문제부터 어려움이 따르기도 하고, 팀원 간의 성격 차이, 다른 목표 수준, 의사소통 방식의 차이 등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점도 팀작업을 꺼리는 이유다.
학생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팀작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사회가 요구하는 협업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얻기 힘든 다양한 관점을 접하게 하고, 여러 의견을 조율하여 최상의 결과물을 만드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기업들은 팀워크와 화합을 중시하며,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리랜서라 하더라도 클라이언트를 비롯한 다른 사람과 여러 관계로 협업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협업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나는 건축구조 수업에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했다.
시간이나 비용이 다소 부담스러워 혼자서는 하기에는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경우나 서로의 아이디어나 생각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한 과제인 경우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한 팀이 만든 결과물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게 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과제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다른 팀의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이 확장되는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
건축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는 건축물의 벽과 천장의 내부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평소에는 보이지 않아 파악하기 어렵다. 이 숨겨진 구조를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이 직접 모형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현장에 자주 활용되는 벽체와 천장의 유형 중 5개를 선정하여 5개의 팀이 각각 다른 구조모형을 만들게 하였다.
모형을 만들기 전에 직접 천장 속을 관찰하거나 시공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 등 자료를 학습하는 단계와 만들어진 모형을 이용해서 평면/입면도 또는 투상도 등 도면을 그려보는 것까지 포함해서 총 세 개의 단계를 거쳐 천정과 벽체의 내부구조를 이해하는 수업이 마무리 된다.
팀원을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임의로 정해주는 것, 완전히 일임하는 것, 무작위로 추첨하는 것, 모두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끝에 한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월드컵 축구 본선대회의 조추첨에서 처럼 톱시드 팀을 미리 정하고, 나머지는 학생의 선택하는 방법에 따르는 것이다.
과제의 성격에 가장 유사한 과목의 성적을 보고 팀 개수 만큼의 톱시드 학생 5명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이 '톱 시드' 학생들이 팀장 역할을 맡아 나머지 팀원들을 자율적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이 방식은 팀 간의 실력 편중을 막고, 학생들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효과적인 절충안이 되었다.
평가는 팀 전체에 부여되는 점수와 개별적으로 부여되는 점수로 나누어, 개인의 노력 또한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제의 경우는 출석을 제외한 80점의 배점 중에서 자료조사와 모형제작을 평가하는데 10점을 배점하여 팀원 전체가 동일한 점수로 채점했고, 천장과 벽체 구성을 표현한 도면 또는 투상도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10점을 배점하였다.
팀 단위 활동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수업에 개별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 또한 중요했다. 나는 '방청석'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무대'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몇 가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적이 있었다.
중간고사 풀이가 한 가지 기회였다. 만약 학생에게 동료들 앞에서 설명할 기회를 준다면 보통은 성적이 낮은 아이들은 소외되기 마련인데, 한 두 문제만 맞힌 학생부터 설명할 기회를 주었다. 가령 6번 문제만 맞힌 학생에게 6번 문제를 설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 다음은 2~3개 정답을 쓴 학생에게 기회가 가고, 마지막 남은 문제, 대체로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거의 다 맞힌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자연스럽게 기회가 돌아간다. 그런 식으로 점수가 낮은 학생부터 높은 학생으로 가면 대부분 모든 학생에게 기회를 줄 수 있게 된다. 이는 성적이 낮은 학생도 수업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수업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을 때는 간단한 퀴즈 이벤트를 활용했다. "강의실의 천장 높이는 얼마일까?" 와 같이 특별한 지식 없어도 맞힐 수 있거나 틀려도 부끄럽지 않을 문제를 내고, 정답에 가장 근접한 학생에게 커피나 아이스크림 쿠폰을 선물했다. 카카오톡으로 간단히 참여할 수 있어 평소 말이 없던 학생들도 부담 없이 즐겁게 참여했다. ‘눈짐작으로 30cm나 1m 거리를 맞춰보기’ 같은 소소한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 밖에도 설문조사나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한 학생에게 예고 없이 쿠폰을 보내 격려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거창한 교육 이론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수업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작은 실천이었다. 교수의 작은 노력과 창의적인 시도가 더해질 때, 우리의 교실은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살아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