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상실한 전문대 교육과정 - 현실

학생의 성장 보다는 행정의 편의가 우선인 전문대의 교육과정 운영

by 온시

이것저것 다 배우는 전공교육과정


사례1: 짬짜면 같은 교육과정

입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A학과와 B학과가 통폐합되어 AB학과가 탄생한다. 짜장면과 짬뽕이 화학적으로 결합된 혁신적인 요리가 탄생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은 '짬짜면' 같은 어정쩡한 메뉴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과목을 개발하는 것도 교수에게 부담이고, 기존 과목을 포기하는 것도 입시전략상 위험하기 때문이다.

신설된 AB학과는 짜장면을 원하는 학생과 짬뽕을 원하는 학생을 모두 모집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학생 모두에게 짬짜면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원래 배우고 싶었던 내용은 절반만 배우고, 흥미 없는 분야까지 억지로 공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축과와 조경과가 각각 2년씩 운영되던 것이 통합되면서 건축 1년, 조경 1년으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교육의 깊이는 얕아지고, 학생들은 어느 분야의 전문가도 되지 못한 채 반쪽짜리 역량만 갖추고 졸업하게 되었다.


사례2: 모든 분야를 준비하는 교육과정

식음료 분야에서는 한식, 일식, 양식, 중식을 모두 배운다. 학생들의 진로가 명확하지 않고, 대형 음식점에서 여러 요리를 할 줄 아는 졸업생을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실의 식당을 보면 주방장 한 사람이 일식, 중식, 제빵을 동시에 하는 경우는 없다. 자격증도 한식조리, 양식조리, 복어조리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체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은 수영, 골프, 헬스 등 종목별로 나뉘는데, 사회체육과는 2년 동안 모든 종목을 배운다.

한정된 2년 동안 모든 분야를 배우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분명히 과잉이다.


점점 줄어드는 학점과 수업시간


졸업학점 축소

전문대학의 졸업기준 학점은 1978년 80학점으로 시작해 1995년 교육법 시행령 개정 이후 2020년을 전후하여 72~75학점으로 축소되었다. 같은 기간 4년제 대학은 160학점에서 120~130학점 수준으로 낮아졌다.

표면적으로는 '학습 부담 완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대학의 재정 문제 때문이다. 중도탈락률을 낮추고, 강사료와 초과 강의 수당을 줄이려는 의도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학생들이 공부를 덜 하고 졸업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실습과목 수업시수 축소

전문대학 학사편람 제37조에는 실험·실습·실기 과목은 1학기 30시간 이상을 1학점으로 하되, 운영상 필요한 경우 15시간 이상을 1학점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전문대학이 실습과목을 학점당 1시간으로 운영한다. 2학점 과목이면 이론이든 실습이든 모두 30시간만 수업한다.

이로 인해 학생의 학습시간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교수는 학기당 하한 강의시수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과목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주요 4년제 대학과 학점은행제에서는 여전히 실습수업을 학점당 2시간으로 운영하는 점을 보면, 이것이 바람직한 변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비교과 프로그램의 한계

졸업학점과 수업시수 축소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다양한 역량을 키우기 위한 비교과 프로그램 확대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 지원금 상당액이 비교과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그러나 각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목표가 불분명하고, 성과 달성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만족도 조사로만 평가하고, 운영은 외부업체에 외주를 준다. 대학 자체의 전문성 부족과 예산 집행의 번거로움 때문이다.


사라진 필수, 고를 수 없는 선택


전문대학 교육과정에서 전공필수는 사라지고 전공선택만 남았지만, 선택권은 없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는 대학이 '교육의 질'보다 '행정 편의'와 '생존 지표 관리'를 우선시한 결과다.


전공필수과목의 소멸

전공필수과목이 사라지면서 중요한 과목을 이수하지 못해도 교양과목으로 학점만 채우면 졸업할 수 있게 되었다. 필수적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졸업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전공필수가 남아 있으면 학생은 F학점을 받아도 재수강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대학은 교육과정이 개편되어도 대체과목을 만들어서라도 필수과목을 개설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전공선택과목은 이러한 부담에서 자유롭다. 당장의 편리함만 추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선택권 없는 전공선택과목

중고등학교와 대학의 차이 중 하나는 내가 듣고 싶은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문대학에서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5개 과목을 들어야 한다면 6~7개 과목이 개설되어야 선택의 의미가 있는데, 현실은 정확히 5개만 개설된다.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개설된 과목을 모두 수강해야 하고, 흥미를 잃기 쉽다. 선택의 여지를 주면 중요하지만 재미없는 과목은 폐강될 위험이 크고, 교수의 강의시수 부족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운영은 학생의 학습권보다 대학의 재정 부담 축소와 행정 편의를 우선시한 공급자 중심의 편법이다.


방향을 잃은 교양교육과정


'전공무관, 전문대졸 이상'의 의미

기업 채용공고에서 "전공무관, 전문대졸 이상"이라는 조건을 자주 볼 수 있다. 전공 지식보다 의사소통, 책임감, 협업, 문제해결, 기본 문해력 같은 보편적 역량을 신뢰한다는 의미다. 전문대학 2년을 마친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교양과 사회성을 갖추었으리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수업시간에 팀과제를 실시하면 의사소통이나 협업 등의 스킬은 당연히 길러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더 이상의 관심은 없다. 교양담당 교수와 전공과목 교수가 협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아예 논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표지만 교양, 내용은 전공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이나 유행 트렌드에 맞춰 과목명만 '취업', '창업', '4차 산업'으로 바꿀 뿐, 실제 내용은 기존 강의를 답습하거나 전공 기초 내용을 재탕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전공 과목 강의계획서의 1~2주 분량으로 창업 내용을 포함시키고 창업과목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전담조직과 체계적 관리의 부재

전문대학에는 교양교육과정을 전문적으로 운영할 전담조직이 대부분 없다. 학생들은 전문적인 지도를 받지 못하고, 학점 취득이 수월한 과목 위주로 수강한다. 엄마들이 당근, 양파, 콩 같이 아이들이 싫어하지만 몸에 좋은 음식을 여러가지 방법을 써서 먹이듯이, 대학에서도 당장 재미는 없어 보이지만 학생의 성장에 꼭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습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교양 교육과정 운영은 영양사 없는 단체급식처럼 편식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온라인 중심 운영의 한계

교양과목이 온라인 강좌 위주로 운영되어 지식 전달 중심 수업이 되고, 집중도가 저하된다. 전공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교양수업을 영상을 틀어놓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마저도 집중하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이게도 학생들은 설문조사에서 온라인 수업을 가장 선호하며, 학생참여형이나 체험형 수업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응답하기도 한다. 교양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여전히 형식적 이수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은 교육의 본질을 되돌아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적당히 공부하고 편하게 졸업하고 싶다'는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의 바람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학생이 쉬운 길을 요구한다 해도, 교육자는 그것이 장기적으로 학생에게 해롭다면 단호하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전문대학 2년은 학생에게 단 한 번뿐인 기회다. 이 시간을 진짜 전문가로 성장하는 발판으로 만들지, 그저 졸업장을 받는 통과의례로 만들지 중에서 선택해야 할 것은 너무 자명하다. 대학이 먼저 교육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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