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수 onsoo Oct 01. 2023

수풀 그림

그리는 감각

정사각형 하네뮬레 드로잉 제본 노트에 기록하듯 그림을 그려왔다. 9월 말에는 조그만 종이 커팅기를 샀다. 테스트용으로 구매했었던 여러 가지 판화지를 엽서 크기로 잘랐다. 이제는 작은 직사각형의 그림을 그린다. 누군가에게 건네줄 수도 있을 것 같은 떨어져 나온 조각 그림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그림에 의지하듯 선을 그었다. 집을 나서면 만날 수 있는 작은 수풀 속의 선을 따라 잠시의 틈에서 숨 쉬듯 종이를 메웠다. 재료를 마주하는 기분으로 대하니 재료를 다루는 올바른 방법을 잘 모른다는 두려움이 옅어졌다. 선을 긋는 두려움, 재료를 대하는 두려움을 작은 파도를 넘듯 작은 용기를 내어 밀어낸다.


배가 스윽 미끄러지듯, 자전거가 스륵 밀어지듯 그려지는 순간에는 기분이 좋다. 아침에 밤에 조금씩 그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 오는 버스 창 밖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