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일요일 저녁 7시부터 딸아이는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다음날 영어학원에 가기 전에 해두어야 할 숙제가 하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코미디 프로를 켜놓고 실없이 낄낄거리는 아빠 옆에서 같이 키득거리며 웃기도 하다가. 또 이내 시계를 쳐다보며 몸을 비비 꼬기도 하고. 좀처럼 방으로 들어가 숙제를 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유 없이 제 아빠를 발로 툭툭 차며 시비를 걸어대자. 남편은 내 옆에 와 숙제를 좀 시키라며 몸을 피했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어쨌든 본인의 숙제를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냥 말없이 내버려뒀다.
8시에서 9시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툴툴거리던 딸아이가. 10시가 되어 가는 시간부터는 질질 울기 시작했다.
11시쯤이 되어 아이 옆에 앉았다.
왜 그러는 거야. 이제 시간도 별로 안 남았고. 숙제 많다면서 내일까지 다 할 수 있겠어...?
지난 금요일에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다짜고짜 너무 졸리다고 짜증을 냈다.
그래? 그럼 자.. 엄마가 학원 선생님께 문자 보낼게. 아픈 걸로 하자.
아이는 좋아라 옷을 갈아입고 안방에 드러누워 정말 낮잠을 잤었다.
한번 빠지면 숙제는 두배가 된다.
수업시간에 하지 못한 내용까지 추가되니 두배가 넘어갈지도 모른다.
아이도 그걸 모르지 않는다.
나는 다만 아이가 하자는 대로 대부분 허락을 했었다.
근데 딸아이의 눈물이 심상치 않았다.
본인의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딸을 달래고 설득하며 겨우겨우 얻어낸 대답들은.
숙제가 너무 많아 힘들다... 단어를 외운다고 외워가는데도 테스트 때마다 평균 이하라 자주 보충수업을 듣는 것이 괴롭다.. 다들 알아듣는 문법을 나 혼자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아 그 상황이 싫다.. 등등.
아이가 동네 상가에 있는 조그마한 영어학원에 다니다. 이제 6학년이고 해서 그래도 좀 규모 있는 대형학원으로 옮긴 지 4개월째였다.
처음 이 동네로 와 알지도 못하고 무작정 대형학원에 끌고 갔다가 테스트 보고 열렬히 상처받으며 쫓겨난 뒤. 동네 학원에 가 내공을 쌓은 지 2년 만에. 다시 대형학원에 들여보낸 것이다.
물론. 첫 한 달은 지옥이었다.
하필 '방학특강' 기간에 들어간 대형학원에서 하루 3시간씩의 수업과 어마어마한 숙제량을 받아 들고는 나와 아이는 둘 다 망연자실했었다.
그래도. 어떻게 들어간 건데. 이번만은 적응을 시켜보자 맘을 먹고. 아이를 달래기도 했다가. 혼내기도 했다가를 반복하며 한 달여간을 정말 힘들게 보냈었다.
어느 날엔가 무작정 가지 않겠노라며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딸아이는 말없이 황소고집을 부렸다.
대답 없이 고집만 부리는 딸아이를 설득하다 내 성질에 못 이겨 아이의 궁뎅이를 나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쳤다.
소리 지르며 울며불며 일어나 겨우 학원에 가는 아이가 웬수처럼 느껴졌다.
찹찹한 맘으로. 이게 도대체 맞는 건가. 그저 아이를 다시 동네 학원으로 보내야 하나. 과외를 알아봐야 하나. 나조차 갈피를 못 잡고 속상한 맘으로 출근하는 길에 맘이 뻐근했다.
욱신거리는 손바닥을 들여다보니 멍이 들어 있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적응했던 그 학원이었다.
아니. 적응했다고 믿었던 거였나... 아이는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렇게 잘 적응한 듯 말없이 다니는 딸아이를 다행스럽게 생각해버리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얼까.. 뭐가 있을까. 이따위 궁리나 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었다.
아니.. 하지만. 학원에서 선생님이 여러 번 전화를 주셨었다.
아이가 내성적이라 잘 대답을 하지 않는다거나. 좀 지나니 대답은 잘 하네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지만 정확히 대답을 합니다.. 아. 이제 숙제를 점점 많이 해오네요.. 에세이도 곧잘 써요. 어머님..
그리고 최근에는. 막 칭찬 전화를 주셨었다.
몰라보게 좋아졌어요. 숙제도 척척 다해오고. 문법 시험도 거의 다 맞습니다..
아.. 보충수업은 단어 외우는 걸 다 못해와서.. 그거 다 외울 때까지 남기는 거고요. 보충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하시면서.
잘 해내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잘 합니다..! 하시길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전화기를 들고 굽실굽실 인사까지 했었는데.
12시가 다 되도록 눈이 퉁퉁 부어 힘들다는 딸아이가 안쓰러웠다.
내가 또 무심한 엄마였구나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어찌해야 하나..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 판단이 서질 않았다.
나는 단지.
내 아이가.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길 원했다.
나보다는 좋은 학교에 가고.
나보다는 좋은 직장에 가거나.
나보다는 빨리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나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길.
그래서 내가 아는 상식의 한계 안에서. 아이를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올리려고.
다른 엄마들처럼 불안해하며. 잘 모르겠다 싶으면서도. 다른 아이들이 이쪽으로 달려 나가니. 나도 이쪽인가 보다 하고 뒤늦게나마 뜀박질을 시키는 중이었다.
어차피 그 아이들과 겨루어가며 살아가야 할 테고. 그 아이들은 이미 달려 나가고 있는데.
저 어린아이가 혼자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저 나이에 미리 알아낼 확률은 미미하고.
어찌 됐든. 우리나라에서. 학생이라는 아이들이 할 일이라는 게. 우선 달리는 일 말고 무엇이 있단 말인가 하며 막막했다.
그래. 우선 자자.
너무 늦었고 피곤하니 숙제는 안 해도 돼.
그래도 내일 학원은 가자. 이렇게 다짜고짜 가기 싫다고 당장 학원을 안 가는 건-이제까지는 그래 왔지만-안될 일이야.
자자...
여느 때 같으면.
이 정도 해프닝이면.
그래? 그럼 가지 말자.. 했을 엄마가.
그래도 내일 학원은 가자.. 고 하니. 아이는 원망스러운 얼굴로 입술을 삐죽거리며 지 방으로 들어갔다.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고 심란했다.
아이는 당장 숙제가 너무 많다며 힘들어했고. 거의 매번 남게 되는 보충수업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듯 보였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다 외워왔거나. 시험을 혹시 못 봐도 쉬는 시간 틈틈이 외워 보충까지 가는 경우는 잘 없는 모양이었다.
동네에 유명한 대형학원이 3군데 있다.
A학원은 이미 2년 전에 아웃당한 상태이고.
B학원은 지금 다니는 곳이나 숙제가 너무 많다 하니.
C학원에 가보자! 하고 결론을 내렸다.
아이의 반 친구 중에 한두 명이 C학원을 다녔었다며. 그 학원은 그래도 숙제가 적은 편이라 했다고 했다.
수요일. 학교 외의 스케줄이 없는 날을 골라 C학원에 테스트 예약을 해두고.
안쓰런 내 새끼를 품에 안고 한 시간 먼저 근처에 도착했다.
평소 자주 갈 일이 없어진 카페에 가서 달달한 케이크와 과일주스도 사 먹이고.
행여 스트레스받을까 슬슬 농담도 해가며 아이의 긴장을 풀어줬다.
테스트 5분 전에 도착해 이름을 대자 바로 테스트를 받는 교실로 옮겨졌고.
대학수능시험 치르러 들어가는 수험생을 둔 엄마처럼. 유리벽 뒤 대기실 의자에 앉아 시험을 치르는 딸아이의 등을 바라보며 1시간 50분을 기다렸다. 나 외에 서너 명의 부모들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테스트받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들오들 떨며 한기가 느껴질 때쯤 딸아이의 시험도 끝이 났고.
다행히 웃으며 나오는 딸을 안고 수고했어수고했어 하며 꼭 안아주었다.
2-3분의 시간이 흐른 뒤 곧장 테스트를 본 아이들의 이름이 호명되었고. 내 아이의 이름을 듣고 바로 상담 선생님께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학원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차 보이는 중년의 남자 선생님은. 아마도 그 테스트 예약을 받으셨던 그분이신 듯싶었다.
전화통화에서도 내내 그랬다.
"아. 예. 저희 학원이 잘 하는 학생들이 무척 많아서요.. 네네.. 정말 잘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를 연발하시며 테스트를 받으러 오든지 말든지 별 상관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풍기셔서. 아. 네네.. 하며 좀 의아했었더랬다.
테스트 결과지를 내밀며 빠른 말투로 아이의 레벨이 설명된다.
예예. 어머니. 문법은 이렇게. 단어, 읽기, 쓰기. 이렇고요. 네네.. 평균이 이런데. 아이는 이 점수가 나왔네요..
반이 A.B, C, D.. 이렇게 있는데. 이 점수로는 못 들어갑니다.
예. 정 그러시면 대기반이 있는데 이 반에 등록을 하시겠습니까.
뭐. 이런 상담을 예전에도 한번 당했던지라. 그때만큼 기가 죽지는 않았다.
다만. 아이가 지금 다니는 B학원과 비슷한 수준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예 테스트 레벨이 나오지도 않는구나 하는 면에서는 좀 놀랐다.
그래도. 숙제는. 숙제는 좀 작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친구 아이가.
"저. 선생님. 숙제는. 숙제는 많은가요.. 숙제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까요. 실은 지금 다니는 학원에서 숙제를 너무 많이 내주셔서 그래서 온 거거든요..."
상담 선생님은 좀 황당하단 얼굴로 어디를 다니냐고 물으셨고. B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내 대답에.
"저희 학생들이 여기 다니다가 B학원 가는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근데 금방 돌아옵니다. 뭐 하는 것 같지 않다고 하면서요.
숙제요? 당연히 여기가 훨씬 많습니다. 왜 여기가 수준이 더 높게 나오겠어요. 숙제 많이 시키고 공부 많이 시킵니다. 공부 많이 시키니까 등급 높게 나오는 거지요."
잘 알겠습니다.. 하며 타박타박 걸어 나오는데. 가슴 한 구석에 휭 바람이 지나갔다.
상담 중간부터 슬쩍 와 같이 들었던 딸아이도 상심한 얼굴이었다.
수고한 딸아이 배고플까 봐 어디 가서 맛있는 거 먹고 들어가자 했더니 집에 가자고 했다.
그 친구가 여기 숙제 많지 않다고 했다면서. 어찌 된 거야.
그 친구는 예중을 준비하며 6시간씩 미술공부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이 테스트를 보고 나온 학원이 시시해서. 더 어려운 학원에서 영어, 수학을 하고 있단 얘기겠지. 그렇다면 내 딸아이는 그 친구가 수월하다고 얘기해준 학원에도 들어가질 못한다는 건데.
도대체 다른 친구들이 어느 속도로 달려 어디까지 나아가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불안한 맘이 불쑥 올라왔다.
아이에게 수고했다고. 힘들었지 하면서도. 정작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신 채 불안해하는 엄마의 얼굴을. 딸아이는 읽은 듯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 한 마리를 시켜주고.
콜라캔을 따주고. 무국물을 버리고 먹기 좋게 펼쳐주며 아이의 등을 쓸어주었다.
수고했어. 딸. 어서 먹어. 배고팠지..
입맛이 싹 가신 채로 먹는 모습을 바라보다. 자꾸 먹으라며 입에 가져다주는 치킨 몇 조각을 먹었다.
"근데.. 딸. 엄마가 좀 생각해봤는데.
네가 밤늦게까지 숙제하고 그러는 거 안쓰럽고.. 힘들 거라고 생각해.
근데. 네 친구.. 그 학원 숙제 적다고 쉬울 거라고 했었는데... 그 학원이 우리한테 이렇게 어려운 학원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 엄마가 좀 불안하고 그렇다.. 물론 그 친구.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친구라는 거 알지..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뛰어나고 해서 영재 소리도 듣고.
근데.. 어차피 너는 그 친구들과 겨뤄야 하고.. 이제 내년에 중학생인데. 이제는 정말 시간도 없는 것 같고..
지금 학원 힘든 거 아는데.. 아니.. 힘든 거 알지만.. "
하며 '근데'를 스무 번쯤 얘기하며 더듬더듬 설득을 이어나가자.
딸아이는 내 입을 막으려는 듯.
"알아... 알았다고 " 한다.
순간. 기가 팍 죽어. 상황 파악됐다고. 알겠으니까 그만하라고 하는 딸아이 앞에.
나는 죄책감이 일었다.
다른 엄마들이 그렇게 우르르 몰려다니며. 서로 정보를 교환하네 어쩌네 하면서. 아이에게 올인만 하면. 당신들은 뭐 하고 싶은 게 없는 건가. 그렇게 학원을 여러 곳 보내며 직접 라이드를 하며 하루를 다 보내면. 그게 맞는 삶인 건가... 하고 비아냥 거렸던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그 엄마들은 오늘의 이 좌절감을 몇 번이나 겪었겠구나.
내 아이가 옆집 아이보다 레벨이 몇 단계나 뒤쳐져 확 기죽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쓰리고 불안했겠구나.
나는 내 아이를 믿는다 떵떵거리며. 어디서 뭐 하고 있었지.
학원차도 다니지 않는다는. 저 유명한 학원들에 보내려고 열심히 라이드를 하는 엄마들을 왜 이해할 수 없다며 비꼬며 잘난 척을 했을까.
그 시간에 난 어디서 무얼 했지. 뭐 대단한 거 한다고 내 새끼 내팽게쳐두고.
학원 숙제는 너 혼자 하는 거다. 다니기 싫음 다니지 말던지. 란 말 따위를 내뱉고 있었을까.
그래도 또 금방. 맛나게 치킨을 먹고 TV를 보며 키득거리는 딸아이를 보며.
맛있어? 물으니. 어. 되게 맛있어. 엄마도 더 먹어. 한다.
행복해? 맛있는 거 먹어서? 물으니. 어. 치킨 좋아~ 하며 환하게 웃는다.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오늘 일로. 나도 딸아이도 느끼는 게 있었고.
어느 방향으로 달려야 하는지 길을 잃고 불안해하는 나 대신 딸아이가 방향을 잡아 줬다.
"알아.." 하면서. 말없이 현실을 받아들여줬다.
당장. 또 어느 순간. 반항을 하며. 너무 힘들다. 그만하겠다 떼를 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제 학원을 다니기 싫다라던가. 혼자 집에서 인강으로 하겠다..라는 말은 쑥 들어가 버렸다.
친한 친구보다 아래 아래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그마저도 힘들다는 저 자신이. 살짝 자존심이 상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순순히 스스로 다시 해볼게.. 쪽으로 맘을 돌려줘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계속 힘들다며 학원에 다니지 않겠다고 했다면.
솔직히. 나는 정말 암담한 맘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 길 말고. 다른 길을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는 다른 길을 모른다.
나와 내 남편과. 내 형제와 내 부모들. 삼촌들과 사촌들까지.
평범하게 월급쟁이 생활하며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가고. 직장 잡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한 달씩 월급 받으며 또 다음 달 걱정하고. 노후 걱정하고.
날 포함해 내 주변 모두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뿐이라 직접 다른 길을 제시할 수도 있는 어떤 경험도 아량도 부족하다.
어느 다른 길에 어떤 모험이 있을지. 어떤 위험이 있을지를 모르고 무지해.
아이를 섣불리 다른 길 위에 얹혀놓고 같이 손잡고 나아갈 자신이 없다.
그 일 이후 아이 곁에 바짝 붙어 응원해주고 있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뿐이다.
아침밥을 좀 더 신경 써서 꼭 먹이려고 하고 있고.
학교에서 돌아와 1시간쯤 머물다 학원가는 그 시간에 간식을 다채롭게 준비해주고.
저녁에는 야채 반찬에 좀 더 집중을 해서 살을 좀 덜 찌우게 하려고 신경 쓰고.
아이가 안아달라고 하기 전에 안아주고.
샤워하는 시간엔 문밖에서 이러쿵저러쿵 대화를 하며 아이의 하루 일과를 듣는다.
숙제하다 지쳐 졸려하는 타이밍엔 아이를 데려와 같이 침대에 누워 자고.
알람 맞춰놓고 일찍 일어나야 할 때는 내가 먼저 일어나 피곤해하는 아이를 기분 좋게 깨워주려 애쓴다.
살살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뽀뽀를 해주면서 깨우면 그래도 짜증을 좀 덜 내는 것 같아 맘이 낫다.
모든 엄마들이 다 제 자식 정성스럽게 키우며 뒷바라지해주며 살고 있을 텐데.
그동안 일한다고. 혹은 뭐 배우러 간다고. 혹은 놀러 간다며 아이 내버려둔 시간들이 새삼 죄스럽다.
이게 또 당분간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무척 쉽게. 빨리 잊어버린다.)
그 학원에서 돌아오던 길 휑하게 지나가던 가슴 한편의 바람이 잊히지가 않는다.
내가 내 아이를 잘 키우며 인도하고 있는 건지 자신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