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여기 이곳에 있었다
설탕이 녹으면 흔적이 남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맛으로 남는다. 달콤한 것이 거기 있었다는 것을, 혀가 안다. 루이가 그랬다. 이 작업실을 나간 뒤에도 루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은 남았다. 탁자 위의 쿠키 상자로, 내가 받아 적은 노트 위로, 그리고 오래된 오븐 앞에서 잠깐 멈추었던 그 첫날의 기억으로. 설탕처럼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으로.
루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쉰 번째 세션이었다. 그 뒤로 계절이 한 번 바뀌었다.
어느 날 메시지가 왔다. 짧았다.
"선생님, 저 그림 그리기 시작했어요. 잘 그리는 건 아닌데 좋아요."
잘 그리는 건 아닌데 좋다는 말. 나는 그 메시지를 받으면서 고등학교 때 미술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네가 그린 거 맞아?' 루이가 그 말에 다른 의미를 붙였다. 이만저만 나쁘지 않다는 말처럼. 잘 못해도 좋다는 말처럼. 그것이 루이가 얻은 것이었다. 잘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시작할 수 있는 것.
나는 메시지에 답했다.
"잘 그리는 것보다 좋아서 그리는 게 더 오래 가요."
그리고 오래 창밖을 보았다. 계절이 바뀐 거리에 사람들이 지나갔다. 나는 그들 중에 루이 같은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를 생각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걷는 사람들.
다락방을 마음속에 하나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 안에 소리를 내지 않고 앉아 있는 아이를 아직 꺼내지 못한 사람들.
달 그 락... 오래된 문이 열리는 소리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 메시지를 받고 나서였다. 루이의 이야기가 루이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어딘가에 같은 다락방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같은 소리를 내지 않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그들에게 이 이야기가 닿기를 바랐다.
나는 여기 이곳에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했다. 아무도 찾지 않아도, 소리를 내지 않아도 거기 있었다는 것 하나로, 그 아이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그림을 그린다. 잘 그리는 건 아닌데 좋다고 한다.
그것이 전부다. 난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 · ·
나는 베이커리를 닫은 것이 후회스럽지 않다. 거기서 배운 것들이 지금 이 일을 가능하게 해 주었으니까. 반죽을 치대는 손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손이 되었다. 오븐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사람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되었다. 발효는 보이지 않는 시간 안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으니까.
다음 이야기는 서연의 것이다. 강 서연. 설탕을 넣지 않기로 한 사람. 그 이야기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결국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는 것. 경계를 긋는 것이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나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달 그 락.
오래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이 당신의 문일 수도 있다.
나는 여기 이곳에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