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거리에 대하여
빵의 온도를 재는 방법이 있다. 겉을 두드려본다. 잘 구워진 빵은 두드리면 속이 비어있는 소리가 난다. 텅, 하는 소리. 그것이 잘 익었다는 신호다. 겉만 구워진 빵은 둔탁한 소리가 난다. 속이 아직 채워져 있는 소리. 루이와 아버지 사이가 오랫동안 그런 것 같았다. 겉으로는 멀쩡한데 두드려보면 소리가 달랐다. 그 관계를 루이는 오래 피해왔다.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를 몰라도 되니까. 그런데 오늘 루이가 먼저 두드렸다.
마흔 여섯 번째 세션. 루이가 아버지 얘기를 꺼냈다. 직접적으로. 처음으로.
"아버지한테 전화를 했어요. 제가 먼저."
"어떤 계기였어요?"
"모르겠어요. 그냥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 목소리가 작아진 거 생각하다가."
"통화는 어땠어요?"
"... 짧았어요. 아버지가 잘 있냐고 물었고, 저도 잘 있다고 했고."
"그게 다예요?"
"그게 다예요. 근데 이상하게... 끊고 나서 좀 울었어요."
짧은 통화였는데 울었다는 말. 나는 그것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잘 있냐, 잘 있다. 그 두 마디 안에 얼마나 많은 것이 들어있는지를. 다락방에서 아버지 발소리를 피하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먼저 전화를 했다. 짧고, 어색하고, 완벽하지 않았지만... 했다. 그것이 컸다. 그리고 끊고 나서 울었다는 것이 더 컸다. 오래된 것들이 그 두 마디 안에서 조금 움직인 것이었다. ²¹
"왜 울었던 것 같아요?"
"... 아버지 목소리가 늙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 목소리가 늙었다. 루이는 그 말을 하면서 창밖을 봤다. 오래. 아버지의 목소리가 무서웠던 기억과 늙어버린 아버지의 목소리 사이의 거리. 루이가 그 거리를 처음으로 실감한 것이었다. 무서운 사람이 늙는다는 것. 크고 강하던 것이 작아진다는 것. 그것이 슬픈 것인지 다행인 것인지 루이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도 함부로 이름 붙이지 않았다. 그냥 그것이 있다는 것을. 루이가 그것을 느꼈다는 것을.
세션이 끝나고 루이가 말했다.
"또 할 것 같아요. 전화."
"잘 됐어요."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잘 안 돼도 괜찮아요. 한 번 더 하면 되니까."
한 번 더 하면 된다. 루이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작게 웃었다. 반죽은 원래 여러 번 해요,라고 했던 말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처음엔 어색하고 고르지 않아도 계속하다 보면 손이 기억하게 된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천천히, 한 번씩.
잘 있냐고, 잘 있다고.
두 마디였다.
그런데 끊고 나서 울었다.
오래된 온도가 조금 달라진 것이었다.
아주 조금.
그것으로 충분했다.
기록: 마흔 여섯 번째 세션
루이가 아버지 목소리가 늙었다고 말할 때, 나는 내 아버지를 생각했다. 무서운 사람도 늙는다. 강한 사람도 작아진다. 그것이 관계를 다시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루이에게 그 기회가 온 것이었다. 다락방의 아이가 이제 어른으로서 그 관계 앞에 설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아도.
참고 문헌 · 19
²¹ Bowlby, J. (1969). Attachment and loss, Vol. 1: Attachment. Basic Books.
볼비는 성인이 되어서도 초기 애착 관계를 재검토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것을 획득된 안정 애착(earned secure attachment)이라고 한다. 루이가 아버지에게 먼저 전화를 한 것은, 그 재구성을 향한 첫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