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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설서정 Jul 19. 2024

릭샤 (Rickshaw)

인디아 찬디가르에서 릭샤 탄 이야기

인디아의 찬디가르(Chandigarh)란 도시에 출장간 적이 있다. 찬디가르는 펀자브(Punjab)주 수도이고, 뉴델리에서 북쪽으로 260km에 위치한다. 뉴델리에서 기차를 타니 4시간 정도 걸렸다. 1947년 인디아는 독립하면서 힌두와 이슬람 간 대립으로 파키스탄과 분리하였다. 인디아 서북부에 위치한 펀자브(Punjab)는 동쪽의 인디아령와 서쪽의 파키스탄령으로 나뉘었다. 인디아령 펀자브(Punjab)는 시크교가 주요 종교로 힌두교가 대부분인 여타 인디아와도 다르다. 시크교의 성지로 유명한 황금사원이 암릿차르(Amritsar)에 있다. 펀자브는 강이 많고 땅이 비옥하여 농산물이 풍부하고 부유한 지역이다. 출장은 현지에 건설할 댐 프로젝트 관련 조사가 목적이었다.


인디아 열차는 우리나라보다 폭이 많이 넓었다. 표준궤도인 우리나라는 선로폭이 143.5cm이나 인디아는 광궤로 167.6cm이며 같은 광궤를 채택한 러시아의 152.0cm 보다도 넓다. 열차가 뉴델리역을 출발하여 북쪽으로 향했다. 기차 밖을 보니 철로 주변이 온통 빈민 주거지이었다. 나무 판자로 지은 사람 키 높이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좁은 길과 오물로 가득 찬 거리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심지어 대형 시멘트 하수관을 거처로 삼는 사람도 보였다. 열차가 출발하자 차내 서비스로 음료와 사탕을 주었다. 음료는 우리나라 환타 비슷한 착색 오렌지 소다수였다. 호기심에 한 모금 마시고 내려 놓았다. 사탕은 주머니에 넣었다. 좀 있으니 비행기 기내식 비슷한 도시락을 서빙한다면서 남자 아이가 좌석을 돌아 다니며 채식주의 여부를 물었다. 신실한 힌두교 중에는 채식주의자가 많다고 한다. 모든 음식 서빙은 남성이 했다. 서빙하는 남성은 내가 보기에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어린 아이로 보였다. 비행기 처럼 기내 서빙을 하는 여성은 없었다.       


펀자브(Punjab)이 동서로 분리되면서, 인디아는 새로운 도시 건설이 필요했다. 당시 수상이던 네루 총리가 시작하여 곡선을 배제하고 만든 직각의 도시가 찬디가르이다. 찬디가르는 스위스의 유명한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계획도시이다. 시가지를 격자형으로 하고 각 구역을 숫자로 표시하였다. 각 구역의 크기는 1200m x 800m이고 널찍한 도로로 구분하였다. 내가 가는 곳이 3 구역이면 2 구역 다음 4 구역 전이라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 주소만 알면 초보자도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뉴델리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도시였다. 도로는 곧고 넓었고 인도는 가로수 짙은 그늘을 있어 유럽의 어느 도시 같았다.


일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하는 길에 릭샤(rickshaw)를 탔다. 찬디가르는 위도 30도에 위치한다. 제주도가 위도 33도 부근이니 따뜻한 남방도시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5월 평균 최고기온이 40도, 최저 기온이 26도 정도라고 한다. 날이 더워 출장지에서 주로 에어컨이 있는 택시를 이용했었다. 이 날은 업무도 끝나고 저녁 식사 시간까지 여유도 있어 길거리에 흔한 릭샤를 타보기로 했다. 길가로 나가자 호객꾼이 달려들었고 가격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한 기사와 흥정을 하여 가격을 정하고 올라탔다. 릭샤는 자전거로 끄는 사이클 릭샤와 오토바이로 끄는 오토 릭샤 두 종류가 있었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김첨지가 끄는 교통수단은 인력거이다. 사람이 탄 수레를 인력거꾼이 직접 끄는 방식인데 인디아에는 없었다. 사이클 릭샤는 자전거 뒤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2인 좌석이 있는 3륜 자전거이다. 인력거 보다는 덜하겠지만 오롯이 사람의 힘으로 움직여야 한다. 오토 릭샤는 오토바이를 개조하여 뒤에 2명 또는 3명이 탈 수 있었다. 내가 뒷 좌석에 앉고 릭샤꾼 (인도에서는 릭샤 왈라라고 한다)이 자전거 안장에 앉아 페달링을 했다. 릭샤꾼의 땀내를 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햇볕이 짱짱했지만 가로수로 적당한 그늘이 있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편안한 늦은 오후였다.


릭샤를 타고 낯선 경치를 둘러보며 가니 여행객이 된 것만 갔았다. 출장가서 그날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기분은 뿌듯하고 상쾌하다. 큰 도로로 들어서니 아스팔트 열기가 뜨거웠다. 경사길을 올라가는데 중년의 릭샤꾼이 조금 힘들어 했다. 간간히 일어서서 페달질을 해야 했다. 그는 소매없는 하얀 런닝셔츠를 입고, 흰색이었을 누런 수건을 어깨에 걸쳤다. 슬리퍼인지 샌달인지 모를 신발을 걸쳤다. 셔츠 어깨끈 사이로 갈색 피부의 견갑골이 앙상하게 드러났다. 늦은 오후였지만 아직은 열기 가득한 햇볕이 그의 등을 내리쬤다. 머리 뒷쪽 목 부위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드러난 어깨 부위에는 셔츠로 땀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몸을 세우고 안장에서 일어나 페달질을 할 때마다 종아리가 팽팽해졌고 어깨 부위의 근육이 같이 움직였다. 고개를 돌려 거리 풍경을 바라보며 외면하려 했지만 삐거덕거리는 자전거 소리에 저절로 눈이 그의 목과 등을 향했다. 계속 땀이 흘렀고 셔츠는 젖어 아래로 아래로 쳐젔다. 땀을 훔치며 어깨에 걸친 수건도 젖었다. 차라리 모시옷 입고 물을 끼얹는 여인의 뒷 모습을 그린 에로 영화를 상상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땀에 젖은 릭샤꾼을 외면하려 하면 할수록 고개는 그를 바라보게 되었다. 중동에서 근무할 때 승마를 배운 적이 있다. 승마를 해보고 말이 땀을 많이 흘린다는걸 알았다. 뛰는 말등에서 자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가만히 앉아 있다간 엉덩이 뼈가 안장에 충돌하여 엄청 아프다. 말 등에 올라탄 사람은 허벅지와 무릎에 힘을 주고 말의 허리를 감싸야 한다. 약간 선 자세를 유지하면서 엉덩이를 안장에서 조금 띄워야 뛰는 말과 리듬을 맞출 수 있다. 말을 타면 사람의 허벅지도 땀으로 흠뻑 젖는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가 흘리는 땀 만큼 나도 좌불안석이었다. 그의 릭샤를 타야 그는 밥벌이를 할 수 있다. 학교 가는 애들이 있을 수 있고 양식을 사올 그를 기다리는 배우자가 있을 수 있다. 그도 몸을 써야 하는 사이클 릭샤 보다는 오토바이 릭샤를 하고 싶었겠지. 목적지에 도착하자 합의 금액보다 더 냈다. 나는 그후 가능한 사이클 릭샤를 타지 않았다. 타야한다면 오토바이 릭샤를 선택했다. 오토바이의 매연과 소음이 반갑지 않지만 마음은 편했다. 서울시에서도 관광용으로 인력거나 사이클 릭샤를 운행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서울은 찬디가르 보다 고위도에 위치하니 땀을 그렇게 많이 흘리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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